판옵티콘을 통해 정의를 이루려는 위험한 상상

명탐정 코난 극장판 흑철의 어영을 보고

by 카프카에게

오랜만에 OTT를 살피다 보게 된 명탐정 코난.


코난이 가는 곳에는 살인사건과 모든 흑막의 있다지만, '어영'이라는 단어에 혹했다. 어영. 어영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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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뜻은 도저히 없을 것 같고 네이버가 맞을 텐데. 한국어능력시험 1등급에 달하는 나도 모를 정도의 단어이니 쉽지 않은 말은 확실하다.


귀인의 초상. 누군가의 사진이라고 광범위하게 생각할 때. 흑색의 거대한 철 구조물의 중요한 사람 초상화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게 무슨 뜻인가 싶었다.


일본 영화 제목이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렇게까지 문어(文語)스러울 줄이야.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


영화 리뷰를 하려던 것이 아니니 보면서 느낀 위험한 생각에 대해 말해보자면, '퍼시픽 부이'가 그 주인공이다.

전 세계 CCTV를 한 곳으로 이어 세상 모든 범죄를 잡겠다는 위험한 생각. 영화를 보다가 중국이 생각난 건 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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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생장인식프로그램은 사람의 골격을 바탕으로 딥러닝을 통해 나이에 따른 예측 얼굴을 표현하는 기술. 상당히 긍정적으로 그려지지만 보고서는 '헉' 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었다.


얼굴 하나만으로 사람의 일생이 추적가능해지는 기술. 사실, 긍정적으로 쓰면 범죄 없는 세상을 꿈꿀 수 있지만 매번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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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리포트가 생각나기도 하고, ETRI에서 '프리크라임'이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니 곧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범죄를 예측하거나, 범죄자를 찾으려고 전 세계 CCTV를 뒤지거나. 기술을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사회는 이미 가까워온지 모르겠다. 고도화된 AI를 통해 딥페이크가 나오고, 범죄자 검거율이 높아가는 현시점에서. 저런 고도화된 기술은 환영받으니까. 그리고 한국의 현실을 봤을 때도 범죄자를 잡는데 우리의 개인정보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생각을 해야 할 것은 긍정적 기술이 다른 방향으로 쓰였을 때를 걱정해야 한다. 인간이 관리하니만큼, 누군가는 악용할 여지가 많다는 것. 그만큼 권한이 많으니 나쁘게 썼을 때는 감당할 수 없는 범죄가 가능하다는 점.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한다면? 내 동선과 모든 삶이 기록된다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내가 거리낄 게 없다면'이라는 단어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당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로 치환되서는 안된다. 카메라가 나를 향하고 있다면 누구도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 없고 제약당하니까.


프로그램 촬영을 나가다 보면 카메라 없이 마이크만 들고 누군가를 만날 때가 있다. 서천특화시장 화재 때 상인분들은 카메라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진솔한 얘기보다는 형식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는 상황. 나는 카메라 감독님께 목소리만 담아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상인 분 옆에 앉아서 속상한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언제 나오셨는지, 무엇 때문에 속상했는지, 점포는 어떻게 얼마나 운영했는지. 각자의 이야기는 삶의 궤적을 보여주면서 이야기한다. 심장 박동수가 낮은 상태의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진심을 볼 수 없다는 상상. 기록되지 않는 삶에 대한 열망. 렌즈는 그런 것들을 담아내지 못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모든 것이 기록되고 관찰되는 빅브라더 혹은 판옵티콘 안에서 세상을 관리하려는 욕망은 검은 조직에 의해서 좌초당한다.


'어영'은 장면으로만 존재해야 되고 기록되서는 안된다. 검은 조직의 한 방을 응원하게 되고 국제기구의 아쉬움에 비난을 날리는 한 편의 영화였다.


위험한 상상이지만 아마 현실과 가까운 상상이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우리는 곧 스스로의 사진 기록을 지워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나의 어영이 새롭게 기록되고 왜곡되는 일이 생기고 누군가는 피해자로 남을지 모른다. 세상을 위한 기술은 응원하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 심히 고려해야 한 까닭은, 결국 우리는 인간임으로. 누군가의 호기심으로 시작되는 첫 발자국이 지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무서운 상상 무서운 현실. 어영은 어영으로 남길 바라고, 오래간만에 검은 조직을 응원하게 되는 웃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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