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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May 31. 2024

노르웨이의 숲 vs 상실의 시대

사교클럽 모임 후기

올해 3월부터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사서교사 연구회에서 만난 사서샘 세명과 함께 독서모임을 해보기로 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사서교사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로서 정작 우리가 책을 너무 읽지 않고 모른다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어서였다. 한 달에 한번 만나서 책을 읽고 서로의 느낀 점을 자유롭게 나누고 친목도 도모하고 있다. 


3월에는 '동물농장'을 함께 읽었고, 4월에는 '총, 균, 쇠'를 읽기로 했다가 책의 분량이나 내용이 한 달 만에 읽기는 버거워서 여름방학에 다시 읽어보기로 하고 5월에는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을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일본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도 아직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일본 소설은 내용도 그렇고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던 이유도 있고, 특유의 우울하고 성적묘사가 좀 적나라한 것도 나에게는 불편했다. 


어쨌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이기도 한 '상실의 시대'는 들어보았는데, 이 두 작품이 동일한 작품이며 출판사, 번역가만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내친김에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어보자 싶어서 먼저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다. 하드커버로 책이 예쁘게 나오기도 했고, 번역도 소위 요즘 식 어투여서 책은 단숨에 읽혔다. 주인공의 삶과 그 주변인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상실의 시대'는 좀 더 이전에 출간되어서 그런지 책의 활자나 편집이 옛날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도 직독직해 느낌이라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나에게는 '노르웨이의 숲'이 좀 더 쉽게 읽혔다. 


책에 대해 우리가 나눈 것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극복하며 살아내려고 애썼던 점이다. 자살로 삶을 마감한 친구, 언니, 아버지 등 나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어머니가 21년 전 췌장암으로 돌아가셔서 누구보다 상실의 감정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사회 초년생 때 엄마가 아프셔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의 병간호를 하며 8개월여의 투병기간을 함께 병원에서 함께 보내면서 엄마가 돌아가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나서 그 이후의 삶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술에도 의존해 보고, 사람에게도 의지해보려고 했고, 자살을 결심한 적도 있었다. 


작품 속에 나오는 나오코가 머물었던 요양원 시설이 실제 존재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직까지도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문제가 있을 정신과 상담이나 요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것이 보편적인데 작품에 나오는 협동조합 스타일에 요양원이 존재한다면 환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치료에도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요양원 이야기에서 확장해서 최근 교제폭력으로 소위 명문대 출신 남자친구가 여자친구가 결별을 통보하자 너무나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도 그렇고 현대사회에는 육체적으로 아픈 사람들 보다 정신적으로 병들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어쩌면 성공과 경쟁구도 속에서 남에게 거절당하는 것 그리고 실패하는 과정이 없어져서 작은 실패나 거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작품의 결론도 열린 결말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내 기준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결국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극복해 내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아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수고로움이라고 늘 평탄하고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오늘이라고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며 잘 살아내야겠다 싶었다. 


아직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시라고 그리고 혼자 읽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고 그 생각을 나누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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