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트랙리스트

독일 뮌헨 - 프랑스 마르세유 (2016~2017 세계 여행)

by Nell Kid
두 번째 챕터를 이렇게 닫으며

비행기 시간때문에 새벽에 나오느라 씻지를 못했다. 맞다. 핑계다. 너무 귀찮았다. 뮌헨의 호스텔은 여러 의미로 굉장한 숙소였다. 버스가 연착된 건, 이 형편없는 호스텔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한 운명의 배려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당장 바퀴벌레가 기어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위생 환경이었다. 단 7시간 만을 머물러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7시간 밖에 머물지 않았기에 그리 나쁜 기억이 아닌 거지, 만 하루 이상 이곳에 투숙했다면 온갖 쌍욕을 다 내뱉었을 것이다. 호스텔인 걸 감안하더라도, 이렇게나 방치된 방은 처음이었다. 어차피 그리 오랜 시간을 머무르진 않을 거라 가장 싼 곳을 예약했던 건데, 숙소는 역시 비싼 곳이 좋다. 그 곳에 더 머물기 싫어, 시간을 맞춰 후다닥 나왔다. 아직은 배낭이 익숙하지 않다. 큰 배낭 안에 미처 담지 못 한 짐들은 쇼핑백과 작은 배낭에 우겨넣었고, 그 결과 무엇 하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상당히 우스꽝스럽고도 버거운 모습으로 거리에 나서야 했다. 공항까지는 교외선을 타면 한 시간이 소요됐다. 그렇게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도, 또 비행기를 탄다니 또 내심 좋았다. 으이구, 촌놈.

20170326_064738_022.jpg 뮌헨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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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6_080813.jpg 뮌헨 공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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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6_134444.jpg 바르셀로나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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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6_153443(0).jpg 공항에서. 이번에 이용했던 Vueling 항공

아침의 뮌헨 공항은 무척이나 한산했다. 독일에서 프랑스로의, 같은 쉥겐 국가들내에서의 이동이었기 때문에, 출입국 절차도 아주 간단했다. 너무 일찍 나온 것 같기도 했다. 숙소가 괜찮았다면, 아, 조금만 더 자고 나올 걸, 하고 후회했을 수도 있겠지만, 꽤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짐을 부치니 할 일은 더더욱 없어졌다. 독일에서 프랑스는 바로 옆 국가인데, 저가 항공을 뒤지다 보니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경유하는 일정이 되었다. 얼마 후면 물리도록 징하게 걸어다닐 스페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방문 국가가 또 하나 늘어났다. 비행기에서는, 계속 잤다. 뮌헨에서 바르셀로나까지가 세 시간 정도, 바르셀로나에서 마르세유가 한 시간 정도 소요됐는데, 정말 내내 잤다. 저가 항공이라 어차피 기내식도 없었다. 그런데 좌석 간격이 의외로 넉넉한 편이라, 생각보다는 더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런 짧은 거리의 저가 항공도 이 정도 좌석인데, 런던으로 건너올 때 탔던 중국 항공의 앞 뒤 간격은, 정말,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마르세유가 다가오며, 이 곳의 해변이 조금씩 보였다. 예뻤는데, 예쁘다는 감상을 숨기고 점잖을 떨며, 굳이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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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6_194255.jpg 예쁜 도시, 마르세유
20170326_195813.jpg 마르세유에서의 와인. 프랑스 와인이다.

마르세유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였고, 이런저런 수속을 마치고 시내로 다다랐을 때는 6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아주 밝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 이 전과 같은 시간대인데, 적응이 안 됐다. 썸머타임의 시작인 건가. 쉬고 싶었지만, 어쩐지 날이 좋아 그러면 안 될 듯 했다. 우선 샤워부터 마치고 숙소를 나섰다. 찜찜함이 이제서야 사라졌다. 15분 정도 걸어가니 부둣가가 나왔다. 이 곳의 부둣가는 무척이나 번잡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해가 지지 않은 저녁을 즐기는 중이었다. 때문에 피란의 조용함이 문득 그립기도 했다. 조금 더 걷다가, 노천 카페에 앉아 와인을 한 잔 마셨다. 프랑스에 왔으니, 와인을 마셔야지. 순례길의 베이스캠프가 될 생장까지 갈 때 까지는, 계속 저녁에 도착하여 아침에 나와야 하는 일정을 반복해야 한다. 여행의 일정 중에 체력 소모가 가장 큰 구간들 중 하나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전혀 늦은 것 같아보이지 않은 시각에 숙소로 돌아왔다. 해가 이렇게나 오래 안 지다니. 굉장히나 낯선 광경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여행의 두 번째 챕터가 마무리되었다. 영국 여행이라는 첫 챕터를 마칠 때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앞으로의 일정이 조금 벅차기에, 어쩐지 좋은 날은 다 끝난 듯하기도 하고. 아래는 여행 기간 동안 들었던 음악들이다. 역시 이 음악들을 들을 때마다 그 동안의 날들이 떠오르겠지. 하루에 하나씩 음악을 골랐던 건 참 잘 한 선택이었던 듯하다. 마지막 플레이리스트는, 노리플라이의 '여정'이다. 눈부셨던 나의 스물 넷, 겨울에서 봄, 모두, 안녕.


1. 로코베리, '항해'

2. Sigur Ros, 'Von'

3. Innocence Mission, '500 Miles'

4. 못, '먹구름을 달리는 차 안에서'

5. 성시경, '희재'

6. James Bay, 'Hold Back The RIver'

7. 다비치, '우리의 시간은 다르다'

8. Frances, 'Don't Worry About Me'

9. 옴므, '밥만 잘 먹더라'

10. 캐스커, '산'

11. 베란다 프로젝트, 'Train'

12. 넬, 'Go'

13. 러블리즈, '작별하나'

14. 프롬, '반짝이던 안녕'

15. 태연, 'Time Lapse'

16. 이소라, '너에게'

17. 브로콜리 너마저, '잊어버리고 싶어요'

18. 솔튼페이퍼, 'What a Place(A.E.I.O.U)'

19. 지선, '그는 널 사랑하지 않아'

20. 사비나앤드론즈, 'So When It Goes'

21. Teen Daze, 'Hold'

22. 어쿠스틱 콜라보, '다시, 봄'

23. The XX, 'VCR'

24. Camera Obscura, 'Lloyd, I'm ready to be heartbroken'

25. The Soundtrack Kings, '재회'

26. 스윗소로우, '어떤 오후'

27. 정준일, '하루만큼 하루만 더'

28. 요나, '용서해요'

29. 넬, 'Home'

30. 장필순, 'Goodbye'

31. 옆집 남자, '연서'

32. 넬, '섬'

33. Olafur Amalds, 'Near Light'

34. Andrew Bird, 'Sovay'

35. Dustin O'Halloran, 'Twin Stars'

36. Charlie Puth, 'We Don't Talk Anymore'

37. 제이, '눈부신 날에'

38. 노리플라이,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