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태국가기

방콕

by nelly park

어제 새벽 3시까지 골드코스트 가족들과 놀고 잠깐 눈 붙이고 6시에 다시 일어났다. 피곤하지만 또 비행기 놓치면 안될 것 같아서 정신차리고 일어났다. 나 간다고 온 가족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 같이 공항 가려고 왔다.

어제 다 같이 새벽 3시까지 노느라 피곤했을 텐데 고맙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 가져온 45리터짜리 배낭이 조금은 더 빵빵해졌다. 1년동안 많은 추억과 경험을 넣었나 보다. 그래 봤자 짐을 다 못 넣을 정도는 아니다. 어제 미리 싸놓은 배낭을 짊어 메고 다 같이 소라형 차에 끼어 탔다. 6시반쯤 출발해서 맥도날드에서 마지막 호주에서 먹을 음식으로 맥모닝을 간단히 먹고 7시 40분쯤에 골드코스트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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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의 골드코스트 아침은 꽤 선선했다. 내가 기억할 마지막 호주의 공기다. 다같이 얘기도 조금 더 하고 마지막을 더 끈적끈적하게 더 아쉽게 보내고 싶었지만 체크인 카운터에는 아침부터 줄이 엄청 길게 서 있었다. 할 수 없이 그 줄 맨 뒤에 섰다. 호주에 처음 온 그 날도 그랬지만 여기 공항은 정말 비효율적이다. 아닌가. 한국 공항이 비정상적이게 일을 잘 하는건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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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줄이 긴데 짐 검사한다고 노트북 꺼냈다 뺐다 한다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최저가 항공을 사서 수화물 없는 걸로 샀기 때문이다. 수화물 검사가 끝나고 얼른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고 입국심사장안으로 뛰어갔다. 온몸에 땀이 비오듯 온다. 다윈에서 비행기 놓친 기억이 살아나면서 조마조마했다. 9시 비행긴데 간신히 8시 58분에 탑승했다. 내가 비행기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는다. 떠나기 싫은 호주에 최대한 오래 있었다. 작년 5월 2일에 입국해서 딱 1년 채우고 5월 1일 출국이다.


‘호주야 잘 있어! 돈도 꽤 많이 모으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어!’


그렇게 8시간을 날아 경유지인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잠도 못자고 비행기 못 탈까봐 긴장한 게 풀리면서 눈을 잠깐 감았다 뜨니 곧 도착이란다. 여기서 다음목적지 방콕가는 비행기 타기까지 2시간 45분 대기였다.


느긋하게 담배나 하나 피면서 기다려야지 하면서 편의점을 찾으러 다녔다. 끝에서 끝까지 걸어도 편의점이 없다. 어쩔수 없이 면세점에 가니 담배 두갑이 포장되어 있는 게 보인다. 선물용인가보다. 이거다.


“여기는 경유지라서 구입이 안 되요”


편의점 직원이 말한다. 다시 편의점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동으로 가는 셔틀 트레인을 타고 또 돌아다니다 드디어 편의점을 발견했다.


“담배 있어요?”


“공항에 담배는 안 팔아요”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나라가 있나. 아닌가 말도 안 되는 공항이 있나. 허무하다. 한 시간 넘게 무거운 배낭 메고 돌아다니다 드디어 찾았는데 담배가 없다니. 슬슬 스트레스도 받고 금단 현상이 일어난다. 다시 셔틀 트레인을 타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래선 안되겠다. 몇 개 없지만 아까 봐둔 흡연실로 들어갔다. 호주에서 여기로 오는 비행기에서 작은 프링글스 한통을 줬었다. 물물교환을 하기로 했다. 담배를 아주아주 맛있게 피고 있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지금 담배가 없는데 혹시 이거랑 담배 한 가치랑 바꿀 수 있을까요?”


아저씨는 웃으며 프링글스는 됐고 그냥 피라며 한 가치를 주며 불까지 붙여준다. 역시 담배 인심은 야박하지 않았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정신이 맑아진다. 이제 서둘러 체크인을 하러 갔다. 짐검사를 다시 하는데 또 꾹꾹 눌러담아 놓은 배낭을 열어 노트북을 꺼냈다 빼는게 귀찮았지만 일단 통과했다. 그리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보딩패스를 달란다.


“무슨 보딩패스요?”


“왜 입국심사 통과 안했어요? 거기서 보딩패스를 받아와야죠”


무슨 소리야 이건. 입국심사 없이 그냥 여기까지 연결되게 공항 만들어 놓곤 갑자기 입국심사라니. 영어 못했으면 큰일 날뻔 했다.


“호주에서 여기 경유해서 방콕 가는 비행표 끊었어요. 이제 곧 비행기 시간인데 어떻게 안될까요? 입국심사 가는게 있는 줄 몰랐어요”


정말 다행히 잠깐 기다리라 하더니 무전기로 직원에게 내 보딩패스를 가져오라고 시킨다. 호주에서도 간신히 비행기 타고 여기서도 간신히 비행기에 올랐다. 또 내가 타자마자 문을 닫는다. 그리고 2시간 후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드디어 도착했다.


역시 새로운 건 없다. 익숙하다. 4번 째 방콕이다. 설레임도 이제 덜하다. 항상 하던대로 공항 세븐일레븐에서 담배 하나랑 캔커피 하나 사서 밖에 나가 뜨거운 방콕공기를 맞으며 담배를 피려고 했는데 여기 공항 편의점에도 담배를 안 판다. 왜 이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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