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방콕

by nelly park

할 수 없이 항상 가던 흡연장소로 가니 몇몇 여행자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또 프링글스를 내밀며 물물교환을 시도했다.


“이거랑 담배 한 가치랑 바꿀래요?” 여기 담배를 안 파네요”


볼과 턱에 수염을 잔뜩 기른 서양인 배낭여행자는 흔쾌히 담배 한가치를 준다. 프링글스는 역시 안 받는다. 청량하고 맑은 호주 공기가 아닌 끈적끈적하고 뜨거운 태국의 공기를 폐 안 깊숙이 집어 넣었다. 1년만이다. 담배 피는 곳에서 택시타는 곳으로 걸어가다 큰 배낭을 메고 있는 서양인 여행자 둘에게 물었다.


“혹시 어디 가세요? 저는 카오산 쪽으로 가는데 같이 가면 택시비 쉐어해서 갈래요?”


“오! 좋아요!”


아일랜드에서 온 이 여행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금방 왔다. 카오산과 람부뜨리 사이에 내렸다. 택시비도 싸게 해서 왔다.


“내일 별일 없으면 아침에 같이 밥 먹어요”


“좋아요”


택시 내린 곳에서 내일 아침 10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항상 가던 지니네로 쌈쎈 다리를 건너 걸어가는데 이번엔 일본인 여행자 남자 세 명이 일본어로 말을 건다.


“일본인이세요?”


“아뇨 한국인인데요?”


“엇 일본말 하시네요. 아 어쨌든 지금 숙소 찾으세요?”


“아니요 지금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로 가고 있는 중이에요”


“혹시 저희도 좀 데려가 주면 안될까요? 방콕에 처음 오는데 숙소를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그렇게 처음 만난 일본인 남자 세명을 데리고 지니네로 왔다. 기선이가 1층에서 반갑게 맞아준다. 작년까지 항상 1층에 누워있던 사장님 재호형이 없고 여자 사장님이 안내해준다. 다행히 기선이가 내 자리까지 예약해줘서 나는 오늘 자리가 있는데 이 일본친구들은 오늘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노보텔로 데려다줬다.


기선이 침대 윗자리에 짐을 풀고 얼른 샤워를 하고 같이 밖으로 나갔다.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아침 일찍 호주에서 출발해서 방콕에 도착해서 짐을 푸니 밤이다. 기선이와 다윈에서 반년을 같이 살며 매일 보다 떨어져 지낸지 보름 정도만의 재회다. 각자 할말이 많다. 기선이는 다윈에서 출발해서 여기에 나보다 반나절 일찍 도착했다.


“싱가포르 공항에는 담배 안팔더라. 담배 못펴서 한 시간 동안 배낭 매고 돌아다니다가 간신히 폈어. 담배 하나 줘봐”


기선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말한다.


“야 내는 싱가포르 공항에서 경유하는데 12시간 대기했다. 밤 늦게 도착했드만 면세점 문도 다 닫고 심심해서 밤새 웹툰만 주구장창 봤다. 그라다가 문 연 식당 있길래 대충 밥먹고 샤워 하는데가 있대? 거기서 샤워하고 이래 왔다이가”


그리고 계속 어이 없다는 듯 말을 잇는다.


“니가 가르쳐준 대로 지도보고 지니네 찾으러 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거라. 처음 오니까 내가 뭐 알수가 있나. 쌈쎈만 세 바퀴 뱅뱅 돌다가 지나가는 현지인한테 ‘코리안 게스트하우스?’ 이렇게 물어보니까 바로 앞이대. 그래가 간신히 가방 놔두고 좀 씻고 카오산 구경도 할 겸 나갔다가 미용실 찾아서 파마하고 왔다이가. 그라고 좀 있으니까 니 오대”


호주에서 같이 기선이와 살면서 방콕에 같이 가자고 그렇게 꼬셔도 끄떡도 안하더니 어느날 호주에 있는 태국 식당에 가서 파타이를 먹였다. 그러더니 눈이 동그래지더니


“야 이거 먼데? 와 이리 맛있노?”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거 15불이지? 태국가면 1불이면 먹는다”


그리고 그 날 태국행 비행기표를 바로 끊었다. 그렇게 기대하던 오리지날 파타이를 먹으로 카오산으로 같이 가서 길거리에 서서 먹고 맥주 한잔 했더니 둘 다 피로가 몰려와서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잤다.

방콕은 역시 좋다. 카오산 입구에 스타벅스랑 버거킹 생긴 거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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