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드레드

카오산

by nelly park

역시 여행을 오면 아침잠이 없어진다. 어제 그렇게 피곤했는데 6시 반에 눈이 떠졌다. 7시쯤에 1층으로 내려가니 주인 누나가 자고 있다 깼다. 누나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다른 여행자들도 하나둘씩 잠이 깨어 1층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기선이는 역시 절대 안 일어난다. 10시 아침 약속인데.. 9시쯤에 깨워서 10시까지 약속장소로 갔다.


역시 예상대로 그들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기선이랑 둘이 길거리 아무데나에서 밥먹고 커피 하나 사서 담배. 그리고 또 맥주에 담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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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사러 갔다. 호주에서 산 렌즈가 불편했다. 길거리에 있는 안경점에 들어가 시력검사도 안하고 대충 하나 샀다. 렌즈를 끼고 5분만 돌아다니니 초점이 너무 안 맞아서 다시 렌즈를 사러 갔다. 이번엔 시력검사를 하고 제대로 샀다. 이미 한번 착용한 렌즈라 교환이 안되서 괜히 렌즈값 두배냈다. 멍청이다. 귀찮은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돈이 많이 든다.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내가 태국 올 때마다 가는 마사지샵이 있는데 진짜 유명해. 마사지 아직 안받았지?”


한참 고민하다 둘 다 Neck & shoulder를 골랐다. 기선이랑 나란히 누워서 마사지를 받는데 마사지 하는 아주머니들이 엄청 친한가보다. 우리 등에 집중안하고 둘이 마주보고 이야기 꽃이 너무 펴서 한쪽 날개뼈만 팔꿈치로 계속 찍어 누른다. 입밖으로 비명이 새어나올까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미치는 줄 알았다. 나만 그러는줄 알았지만 기선이도 아팠나보다.


IMAG0564.jpg 기선이 ㅋㅋㅋ


“야 날개뼈 안아프나? 날개뼈 전문 마사지가? 왜 거기만 때리노?”


이 날 이후로 둘 다 며칠동안 날개뼈가 아팠다. 왜 돈 내고 이런 고문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마냥 행복하다.


다시 숙소로 와서 기선이는 좀 쉬다 마분콩으로 갔다. 나는 쇼핑몰을 싫어한다. 백화점도 싫어한다. 그 특유의 차가운 느낌과 창문이 없는 막힌 곳이 싫다. 그래서 나는 한숨잤다. 우리방이 있는 3층은 낮 12시부터 5시까지 환기시간이다. 누나들이 청소도 하고 전기세 절약도 할 겸 에어컨을 끈다. 아침부터 돌아다녀서 피곤하긴 한데 도저히 더워서 잘수가 없다. 땀이 흘러내려서 배게도 팬티도 다 젖은 것 같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이상하게 안 좋은 일만 생긴 것 같다. 아침 약속 바람 맞고 렌즈값 두 배 내고 날개뼈 폭행당하고 잠은 더워서 못잤다. 전혀 기분 나쁘지는 않다. 이것도 이상하다.


7시쯤 되서 아야카랑 아야카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아야카는 캐나다에서 대학교 다닐 때 만난 동갑내기 일본친구다. 벌써 10년 지기다. 페이스북에 태국 사진을 올렸더니 남자친구랑 같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저녁 먹으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여행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 정보들을 공유하며 한참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오랜친구는 항상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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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드 머리 땋으러 카오산으로 갔다. 원래 1500바트였는데 700바트까지 깎아서 길거리에 앉아서 시작했다. 좀 아팠다. 옆에 머리 몇 가닥 땋는데 갑자기 일어서라고 그러더니 안으로 들어가란다.


“폴리스! 폴리스 컴”


경찰이 온단다. 알고보니 카오산 길을 점령하고 있는 수많은 노점상들은 사실 불법이란다. 경찰이 오니 그 많은 노점상들이 동시에 옆으로 우수수 사라졌다가 한 10분 지나니 다시 우루루 나온다. 이것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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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머리를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대놓고 서서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사진 찍는 사람도 있다.


“머리 숱이 너무 많고 머리도 두껍고 직모라서 힘들어요”


머리 땋는 아주머니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들어한다. 옆에 샵에 있는 아주머니와 호객하는 아저씨까지 도와주러 와서 세 명이 달라붙었다. 미안해서 맥주 사서 드리고 마지막에는 팁으로 500바트 더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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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반쯤 해서 드디어 머리를 끝냈는데 진짜 웃기다. 내가 생각하는 간지가 아니다. 머리가 사방으로 삐죽삐죽 솟아 있다. 이제 막 머리를 땋아서 진정될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거란다. 얼른 헤어밴드를 사서 머리를 눌러 진정시키고 카오산에서 5분 떨어진 야시장에 가봤다. 규모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거기에 외국인이라곤 우리 넷밖에 없다. .


규모에 비해 살 것은 없고 한 두시간 돌아다니니 다리가 풀린다.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얼른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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