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국 짝퉁시장의 원가는 얼마일까

상하이

by nelly park

드디어 브라이언의 데이오프 날이다. 어제 새벽 세 시에 집에 와서 늦게까지 얘기하다 둘 다 늦게 일어났다. 원래는 같이 항저우로 가보려고 했는데 이것도 귀찮아졌다. 그냥 상하이 구경을 하기로 했다.


“넬리, 어디 가보고싶어?”


“나는 상하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딘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브라이언이 여기 가볼래 저기 가볼래 하는 곳은 이미 미셸이랑 다 가본 곳이다. 상하이에서 1년 산 브라이언보다 내가 더 많이 가봤다.


걸어서 집 근처의 조용한 카페에 앉아 피자에 커피 한잔씩을 했다. 서양친구들이랑 같이 여행하면 자주 있는 일이다. 가격에 전혀 상관없이 분위기 있는 곳에서 서양식 음식을 먹는다. 나는 동남아에서 아침에 천원 주고 쌀국수를 먹는다. 서양여행자들은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잉글리쉬 브랙퍼스트를 삼천원 주고 먹는다. 문화의 차이겠지. 어쨌든 미국인 브라이언과 중국에서 미국식 아침을 맞이하니 왠지 어색한 느낌이다.


P1020945.JPG


식사를 끝내고 한적한 와이탄 거리를 걷다 짝퉁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짝퉁의 메카인 중국은 어떨지 궁금했다.


입구에 들어가기도 전에 압도된다. 정말 규모가 엄청나다. 너무 가게가 많아서 길을 몇 번 잃었다. 기념으로 중국 느낌이 많이 나는 티셔츠를 하나 사고 싶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다. 그래서 브라이언이 골라주는 걸로 대충 하나 사기로 했다. 처음에 150원 (2만 5천원 정도) 부르는 걸 50원 (9천원 정도) 에 해달라고 하니 안 된다고 해서 그냥 돌아섰더니 이번엔 100원! (만 7천원 정도) 이라고 외친다. 그래도 필요 없다고 하니 결국 50원에 해준다고 해서 샀다. 도대체 원가는 얼마였던 걸까.


옛날부터 빨강색 닥터드레 헤드폰 짝퉁을 사고 싶었는데 여기는 정말 닥터드레가 많다. 가난한 배낭 여행 중이라 살 생각은 없어 그냥 가격만 물어보니 450원 (8만원 정도) 이라고 한다. 너무 비싸서 그냥 돌아서니 얼마 원하냐고 계산기를 들이민다. 어차피 살 생각 없으니 대충 장난으로 100원 (만 7천원 정도) 을 찍어서 보여줬다. 그러니 그거는 절대 안 된다고 해서 돌아섰더니 계속 따라오며 가격을 내린다. 무섭게 따라온다. 결국 브라이언이 단호하게 뿌리쳐줘서 시장을 나왔다. 가게 아저씨는 시장 밖까지 따라오며 장난으로 말했던 100원보다 싼 가격 80원 (만 4천원 정도) 에 해준단다. 8만원에서 만 4천원까지 내려갔다. 원가는 정말 얼마였던 걸까. 결국 사지는 않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코리아타운으로 갔다. 한국을 너무 사랑하는 브라이언과 옛날처럼 치맥을 하기로 했다. 브라이언과 같이 일할 때 자주 일 마치고 치맥을 하곤 했었다. 브라이언도 처음 가는 곳이라 둘이 같이 한참 헤매다 한글이 적혀 있는 슈퍼에 가니 조선족 말을 쓰시는 아주머니가 길을 가르쳐 주셔서 간신히 찾았다.


야외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치킨을 시켰다. 메뉴에 참이슬도 있고 카스 생맥주도 있다. 한국맥주 맛없다고 불평했던 브라이언이지만 오히려 반가워한다. 5일동안 내내 붙어있었지만 아직 우리는 할말이 많나 보다. 꽤 얼큰해질 때까지 마셨다. 소주 3병에 생맥주 6잔을 비웠다. 도저히 다시 길을 찾아 나가서 지하철을 타기 힘들 것 같아 오늘은 택시 타고 집으로 왔다.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너무 그립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