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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안탈리아

by nelly park


새벽 2신가 3신가부터 누가 이슬람 기도 노래를 틀어놓고 잔다. 그것 때문에 몇 번이나 깼다. 처음에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린 줄 알았다. 아침이 되고 방이 밝아져서 소리가 어디서 나오나 해서 따라가봤더니 맞은편 2층 침대 폰에서 나오는 소리다. 정작 본인은 잘 자고 있다.


밖으로 나가서 앉아 있으니 타일러가 나온다. 타일러는 숙소로 돌아온 후에 한잔 더 하러 나갔었다. 눈이 빨갛다. 숙취 때문에 목이 너무 마르고 커피가 너무 땡긴대서 같이 커피 한잔하러 나갔다. 터키에 온지 열흘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터키 사람들은 차나 커피를 따뜻하게 마시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그렇게 맛있는 아아는 아니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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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프란체스코와도 인사했다. 갑자기 타일러가 눈이 흐릿하게 보인다며 당황한다. 어제부터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저기 Role street 옆에 있는 글자가 너네는 바로 보여?”


그렇다고 했더니 타일러는 옆에 글자가 흐릿흐릿하게 보인단다. 얼른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그렇게 타일러는 병원으로 가고 프란체스코는 노트북으로 일하고 나는 밥도 먹을 겸 좀 걸을 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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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피곤해서 도시 구경을 너무 안 한 것 같아서 바다 방향으로 걸었다. 지금까지 걸으며 봤던 바다와 또 다른 느낌이다. 바다를 따라 늘어서 있는 오래된 건물들도 멋지고 저 멀리 안개에 가려 살짝 보이는 산도 멋스럽다. 발길 닿는대로 걸으니 올드 바자르 (Old Bazzar)다. 뭔가 살게 있나 봤는데 대부분 기념품이다. 아직 걸을 일정이 많아서 살 수 없는 게 아쉽다. 다시 숙소 방향으로 걸었다. 이제 배가 많이 고프다. 뭔가 먹어야 한다. 마땅한게 안보여 버거킹으로 들어갔다. 한참 고민하다 다시 나왔다. 더 걸으니 푸드페스티벌이라고 크게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갔더니 내일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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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제 먹었던 생선 튀김 케밥집 옆집으로 갔다. 치즈와 고기가 많이 들어 있어보이는 이즈미르 어쩌고를 시켰는데 성공적이다. 여기는 또 와야겠다.


다시 숙소로 왔다. 프란체스코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고 좀 있으니 타일러도 병원에서 돌아온다. 다행히 심각한 건 아니고 편두통과 알러지가 겹쳐서 일어난 증상이란다.


숙소에서 각자 쉬다 7시반쯤 다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타일러도 점심으로 내가 갔던 케밥집에 갔다왔는데 맛있었단다. 그래서 또 갔다. 남자들은 다 비슷하다. 타일러도 여행가서 맛있는 집을 발견하면 그 도시를 떠날 때까지 거기만 간단다. 나도 그렇다.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제와 분위기가 다르다. 음악이 있고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다.


우리도 맥주 한잔 시켜서 한잔하고 타일러는 약속이 있어서 가고 프란체스코와 나는 다른 호스텔에서 가라오케 나잇이 있다고 해서 같이 갔다. 우리나라 노래방 문화와 다르게 펍에 노래방 기계가 있고 원하는 사람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시스템이다. 프란체스코는 나가서 모네스킨의 “Beggin”을 불렀는데 정말 못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잘 불러야 한다는 강박이 전혀 없다. 그냥 즐기다 무대에서 내려온다.



프란체스코가 2차로 다트하러 가자고 했지만 나는 먼저 숙소로 돌아왔다. 몇번이나 가봐서 밤이 안전하다고 잘 알고 있는 태국 이외의 다른 외국에서 취하면 절대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몸을 사리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드나보다. 적당히 놀고 쉬는 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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