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나에서 로마로
아침 7시쯤 일어나서 얼른 짐을 쌌다. 9시반 버스다. 캠핑장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서 45분 걸린다고 나온다. 8시에는 나가야 뭐 좀 먹고 기념품샵에 들러 구경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부터 해가 쨍쨍하지만 어제 널어 놓은 빨래는 덜 말랐다. 결로가 가득한 텐트도 애매하게 말랐다. 그래도 일단 가방에 다 쑤셔 넣고 나왔다. 이제 걷는 게 힘들어져 돌로미티를 이제 떠나도 되겠다 생각했지만 가만히 서있어도 어디서나 보이는 저 흰색 돌산들을 이제 못 볼거라 생각하니 왠지 서운하다. 캠핑장 앞 흐르는 옅은 에메랄드 빛 하천도 새삼 더 예뻐 보인다. 이미 찍은 사진이지만 괜히 아쉬워서 사진을 더 찍으며 눈에 하나라도 더 담으려 애쓰며 걸었다.
코르티나 시내에 도착했다. 돌로미티가 적힌 티셔츠 파는 곳을 찾아 돌아다녀봤지만 없다. 기념품샵에는 뱃지나 먹는것밖에 안 파는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베니스로 가는 코르티나 익스프레스 버스가 왔다. 9시쯤이다. 아직 시간이 있어서 뭐 좀 먹을까 해서 지도를 검색해 보니 애매한 거리에 있다. 30분안에 걸어서 식당 가서 주문하고 먹고 다시 오기에는 간당간당할것 같다. 독일에서 산 초콜릿바 하나가 남았다. 그거라도 먹고 버티기로 하고 버스에 짐을 싣고 자리에 앉았다. 터키 카파도키아만큼 멋졌던 돌로미티 안녕이다.
3시간정도 걸려서 메테레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텐트 폴대를 가방 바깥쪽 포켓에 넣어 놨었다. 버스 짐칸에서 가방을 빼려고 하니 폴대가 밖에 빠져 있다. 얼른 다시 주워서 가방에 집어넣는데 긴 메인폴대는 있는데 위에 짧은 릿지폴대가 없다. 다른 사람 짐에 섞여갔거나 어딘가에 떨어졌나 보다. 이제 단순해졌다. TMB는 안가기로 했다. 정상이 아닌 텐트로 가기 싫다. 파리로 갔다가 태국으로 가자. 파리에서 한국으로 바로 가는 비행기는 백만원이 넘는데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는 60만원이 조금 넘는다. 훨씬 싸다. 바로 결제해버렸다. 이건 한국으로 바로 가지 말라는 신호다.
배가 고파서 기차 타기 전 역주변을 돌아다니다 피자집이 보인다. 그리고 대만식당도 있다. 우육면을 판다. 가격은 12유로로 사악하지만 이제 그렇게 좋아하는 피자에 좀 질린 것 같다. 아시아 음식이 먹고 싶다. 대만식당으로 가서 우육면을 먹었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12유로 치고는 양이 너무 적었다. 괜찮다. 태국가서 싼 가격에 배 터지게 먹을 거다.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기차역으로 가서 볼로냐행 기차를 탔다. 볼로냐까지는 2시간정도다. 볼로냐에 내려서 로마행 기차로 환승하는 표를 샀다. 표에 적혀 있는 플랫폼으로 가서 로마행 기차가 안내판에 뜨기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안 떠서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며 물어봤다.
“로마행 기차 여기서 타는 거 아닌가요?”
“나폴리행 기차를 타서 로마에서 내리면 됩니다.”
그렇게 20분 정도 기다리고 나폴리행 기차를 또 타서 무사히 로마에 내렸다. 로마에 도착해서 기차를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파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내 가방을 신경쓰게 된다. 로마는 소매치기가 많다고 했었다. 숙소까지는 메트로를 타야하는데 표 끊는 기계로 48시간짜리를 끊었다. 12유로다. 그래도 런던보다는 라인이 단순해 A라인과 B라인중에 A를 잘타고 오타비아노 (ottaviano)역에 잘 내렸다. 거기서 또 10분 정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베니스와 마찬가지로 2층 침대가 아닌 방에 일반 침대가 4개가 있는 형태다. 체크인을 하고 제일 좋은 창가자리에 자리잡았는데 오늘은 손님이 없어서 혼자 쓸거라고 한다. 좋다.
얼른 씻고 배가 고파서 주인아저씨한테 식당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밖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꺾고 다시 또 오른쪽으로 꺾으면 식당이 많을 거에요”
시키는 데로 나가서 두 번 오른쪽으로 꺾었는데 식당은 많은데 마땅한 곳이 안보여 또 피자를 먹었다. 그래도 이번엔 처음보는 감자 피자를 먹어봤다. 그리고 맥주 한병도 마셨다. 숙소로 바로 오기 아쉬워 바로 옆에 바에서 캄파리 스프릿츠도 한잔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가 보여 작은 맥주 두 캔을 사와서 숙소 발코니에서 마셨다. 오늘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발코니에서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