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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 Nov 10. 2024

미국 Las Vegas

LasVegas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첫날은 여행의 피로를 풀며 조용히 보냈다. 창밖의 네온사인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활기찬 도시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오늘은 그저 몸을 쉬게 두었다.


    

둘째 날 카쇼(Ka Show)를 보로 갔다. 3대 쇼의 첫 시작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이 쇼는 불을 테마로 한 공연으로, 무대는 이미 그 자체로 독특했다. 보통의 무대가 아닌, 움직이고 회전하는 거대한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공연이 단순한 서커스 이상의 것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우들은 무대 위를 넘나들며 공중에서 아찔한 곡예를 선보였고, 움직이는 무대는 그들의 퍼포먼스를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했다. 무대가 수직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고, 배우들이 그 위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에 경탄이 절로 나왔다. 액션 동작이 포함된 전투 장면은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었다. 배우들은 불길 속을 뛰어들고 서로 맞부딪치며 전투를 벌였다. 불이 타오르는 무대와 짜릿한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전설 속 전쟁터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강렬함 속에서도 이야기는 꾸준히 전개되었다. 사랑과 희생, 용기를 중심으로 한 서사가 공연의 흐름을 잡아주었고, 단순한 시각적 자극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을 울렸다. 무대의 마지막에는 남매가 마침내 운명을 마주하며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장면이 있었다. 그 순간, 무대 위의 배우들과 무대 장치, 음악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공연이 끝나고 홀을 나서며 나는 잠시 말을 잊고 여운을 느꼈다. 카쇼는 단순히 화려한 쇼가 아니라, 용기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예술 작품이었다.      



셋째 날은 오쇼(O Show)를 보러 갔다. 이 쇼는 물을 테마로 한 공연으로, 무대 중앙의 거대한 수조는 시작부터 눈길을 끌었다. 배우들이 물속으로 뛰어들며 춤을 추기 시작할 때, 물방울이 튀어 오르며 무대에 빛의 무늬를 만들었다. 물속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유영은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 자연스러웠고, 그들이 물 위로 솟구치며 펼치는 공중제비는 감탄을 자아냈다. 물 위에서 펼쳐지는 군무는 물의 흐름과 하나가 되어 보였다. 공연 중간에는 수조의 바닥이 올라와 무대가 되었다가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기도 했고, 배우들이 줄을 잡고 공중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숨을 멈춘 채 지켜보는 관객들이 많았다. 조명은 차분하게 무대 전체를 비추며 물의 반사와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무대 곳곳에서 물기둥이 솟아오르며 웅장한 장관을 연출했다. 마지막에는 거대한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 공연의 절정을 장식했다.


오쇼(O Show)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배우들이 물 위로 뛰어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몸이 공중에서 멈춘 듯하다가 다시 물속으로 부드럽게 들어가는 장면은 정말 마법 같았다. 물방울이 튀며 퍼지는 순간마다 조명이 반사되어 관객석에 무지갯빛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물과 빛, 그리고 음악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조화는 오쇼만의 독창적인 매력이었다. 중반부에 등장한 대규모 군무는 특히 압도적이었다. 수십 명의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물속에서 춤을 추고, 동시에 수면 위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하나의 거대한 파도를 연상케 했다.     



마지막 날, 로베르쇼(Le Reve Show)를 관람했다. 이 공연은 마치 꿈속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무대는 둥근 수중 무대였으며, 그 중심에서 물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배우들이 조용히 무대 위로 걸어 나와 물속으로 사라졌다. 물속에서는 배우들이 수중 발레를 하듯 움직이며 몽환적인 춤을 추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느리게 이어졌으며, 그 사이로 빛이 물속을 가로지르며 마치 한 편의 그림처럼 보였다. 음악은 때로는 차분하고 때로는 고조되며 관객의 감정을 이끌었다.


중반부에는 배우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 물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공중에서 줄을 타고 춤을 추는 배우들의 몸짓은 마치 천사처럼 가벼워 보였고, 무대 위의 물은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잔잔하게 일렁였다. 빛은 파란색과 금색으로 교차하며 꿈속의 환상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무대의 중앙이 열린 채 물이 하늘로 솟구치고, 배우들이 그 사이로 떨어지며 공연의 끝을 알렸다. 관객들은 마치 한 편의 꿈을 꾼 듯한 기분으로 잠시 말을 잊고 박수를 보냈다. 로베르쇼(Le Reve Show)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관객의 마음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는 경험이었다.


마지막 날의 로베르쇼(Le Reve Show)는 특히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공연의 서사는 꿈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표현 방식이 매우 독창적이었다. 배우들이 수중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펼치는 장면은 마치 물속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물과 공중을 오가며 이루어지는 이 퍼포먼스는 관객에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배우들이 하늘에서 거꾸로 떨어지며 물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이었다. 그 순간마다 물이 튀며 조명이 산란되어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듯한 효과가 나타났다. 무대의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하나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숨 막힐 정도로 완벽했다.                    



3일간의 공연을 통해 느낀 것은 라스베이거스가 단순히 화려한 도시라는 것을 넘어선다는 점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4일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아니었다. 공연이 보여준 무대의 정교함과 배우들의 열정은 이 도시가 단순한 오락의 장이 아니라 예술과 감동을 전달하는 무대임을 증명했고, 무대 뒤에 숨겨진 세심한 준비와 배우들의 열정은 이 도시가 얼마나 예술과 창의성으로 가득한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여행은 그저 관광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내게는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모든 쇼는 사진촬영 및 영상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르베르쇼는 펜더믹 사태후 공연이 사라지고 새로운 공연이 운영 중이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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