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모 Oct 17. 2023

네모의 서평일기

-문학편(소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게임인지 현실인지 모를 게임개발자들의 사랑과 우정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


이 책은 총 분량이 643페이지에 달하는 소위 '벽돌책'이라 불러도 좋을 장편소설이다. 표지는 이 책 속 첫 게임 개발 히트작 <이치고>의 메인 테마다.

이 책의 저자는 1977년 한국계 어머니와 유대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개브리얼 제빈이다. 

깊은 통찰력, 재치 있는 구성, 유머러스한 문체로 독자의 평단의 사랑을 고루 받으며 작품이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녀는, 전작 『섬에 있는 서점』(2014), 『비바, 제인』(2017)에 이어 이번 작품 『내일 또 내일 또 내일』(2022)도 '아마존 올해의 책 1위', '40주 이상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등의 타이틀에 힘입어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게임개발자인 두 친구, 샘과 세이디. 둘은 캘리포니아에 살던 어린 시절, 심각한 교통사고로 발목 다중 복합 골절로 수차례 수술을 받고 장기입원했던 샘과 언니 앨리스의 결핵으로 입원했던 병원에 다니러 간 세이디가 '게임'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친해지게 된다. 

그러나 그 친분이 세이디의 봉사활동점수 획득 수단임을 알게 되어 배신감을 느낀 샘의 분노로 연락이 끊겼고, 하버드에 입학한 샘과 MIT에 입학한 세이디는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다시 만난다. 

부유한 집안 출신 세이디와 달리 샘은 뉴욕에서 혼외자로 어머니와 단둘이 살다가 생활고로 캘리포니아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시는 외조부모댁으로 이사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경제적 신분 차이 만큼이나 늘 자신만만하고 자존심이 센 세이디와는 달리 샘은 치열하고 완벽주의자 성향이다. 그러나 세이디가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한 사랑인 샘은 세이디를 사랑하지만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심각한 다리 부상 이후 절뚝이는 완벽하지 못한 모습으로 그녀의 연인이 되는 것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끝내 고백도 못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한편, 세이디의 지도교수이자 게임업계에선 '천재'로 통하는 도브 교수는 자신의 위력을 이용하여 세이디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원가정을 깨지 않는 이기적 존재다. 게다가 변태 성욕자라서 세이디는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한다. 그게 사랑이라 믿으며.

그리고 샘의 룸메이트이자 배우를 꿈꾸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는 대신 샘과 세이디의 게임 개발 아이디어를 높이 사 후원자를 자처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마크스. 베프(best friend) 샘의 세이디에 대한 진심을 알기에 참아왔던 마크스는 세이디와 게임 홍보를 위에 떠났던 출장길에서 사랑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한다. 설마 하면서도 샘은 무척 괴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세이디와 사무실에 침입한 무장괴한의 총격에 끝내 사망한다. 

이미 그때 세이디의 뱃속엔 마크스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이기 싫었던 세이디지만 마크스와의 소중한 기억에 마크스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며 새로운 게임 구상과 디자인에서 손을 떼고 한동안 마크스와 보금자리를 꾸렸던 그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산부인과 정기검진하러 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이런 세이디가 염려되어 일을 핑계로 세이디의 곁을 맴도는 샘. 결국 그녀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할 게임을 만든다. 게임명 <개척자>. 

결국 둘은 이 게임을 계기로 다시 만나지만, 자신의 연인도 아니면서 '일'을 핑계로 자기 주변을 맴도는 샘이 지긋지긋한 세이디는 또 연락을 끊는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이 좁은 보폭으로 느릿느릿 하루하루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한 음절까지, 


그리고 우리의 과거는 모두 바보들이 


죽음으로 가는 길을 비춰줬을 뿐.


꺼져간다, 꺼져간다, 짧은 촛불이여!


인생은 단지 걸어다니는 그림자


무대 위에 나와서 뽐내며 걷고 안달하며


시간을 보내다 사라지는 서툰 배우 : 인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소음과 분노로 가득찬 백치의 이야기




p. 539


작가는 게임 속 세상과 닮아 있는 우리네 인생을 표현하기에 이 대목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이 대사의 일부를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인생의 유한함을 강조한 걸까. 이런 짧은 인생에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내려 안달하다 생을 마감하게 되는 어리석은 서툰 배우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바른 길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생'이라는 무대의 한 장면이 되도록 노력하는 충분한 연습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이 단독 주인공이고 싶은 권력자와 그 권력자와 나란히 서서 주목받고 싶어하는 세력들이이여, 


"부디 맥베스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네모의 서평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