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잠깐 동명의 젊은 트로트 가수가 더 유명하던 시기도 있었다. 이 책 마지막 페이지(p.263)에 실린 '풀꽃'이란 시로 명성을 떨친 나태주 시인의 명시를 엮은 또 하나의 시집. <너에게 나는> 최근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그간 세상에 나온 명시들 중 '너'라는 말이 들어간 시들을 골라 김예원 작가가 엮어 만든 책이다.
김예원 작가는 현재 부산에서 영어교사로 재직중이며,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와 미니시집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등을 나태주 시인과 함께 펴냈단다.
커다란 창이 있는 카페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 한 여인. 그 창 밖에 커다란 과일나무가 자리 하고 있다. 주황 열매는 아마도 감인 것 같다. 앞으로 다가 올 계절 가을부터 겨울까지 점점 붉게 물들어 갈 감. 테이블 위의 화병에도 창 밖 비슷한 색감의 꽃이 조화롭다. 사진이 아니고 유화풍의 그림이라 포근한 느낌의 표지까지.
본문 속 여러 시들 중 짧은 '인생'이란 시가 개인적으로 마음을 더 많이 두드렸다. 혹시 나태주 시인이나 김예원 작가민, 열림원 출판 관계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나? 속표지 다음 속지에 '인생' 시의 일부를 발췌해 놓았다.
<인생>
사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막막한 이쪽과
적막한 저쪽
세상 끝날까지
너와 나. (본문 p.198)
이 시는 총 4부로 나누어 소개된 시들 중 '3부, 너는 흐르는 별'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시다.
짧지만 그 어떤 '인생의 의미'보다 강렬하다.
'사막'은 일반적으로 고운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은 오아시스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막막한 이쪽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빈곤을 의미하는 걸까? 적막한 저쪽은 막막한 이쪽의 형편을 전혀 알지 못하는 또는 알아도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부유층을 의미하는 걸까?
너와 내가 같을 수 없듯 인생에서 상대방을 구속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도 같고.
감히 시를 분석하다니... 나태주 시인이 아시면 발끈하실 무례함이다.
제발 시를 읽을 때는 분석하지 말자. 그저 쉬운 언어로 쓰인 시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각종 수사법을 동원하여 쓰인 시는 고전을 읽을 때처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
흔히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하는데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농경문화의 관습에서 유래되었고, 종이가 발견되기 전 중국에서 종이 대신 대나무 죽간이 가을에서야 사용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가을에는 분비율이 떨어져 차분해지는 신경 호르몬의 변화,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이기 때문"(출처 : 네이버 블로그 '서울시교육청', 2021.9.29 11:00)이란다.
지난 주 내린 비로 이미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한 공기 탓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본래 독서하기 좋은 때는 따로 없지만 이왕 날씨까지 선선해졌으니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뤘거나 잠시 멈췄던 슬기로운 독서생활을 다시 시작하자. 이왕이면 첫 시작은 이 시집처럼 무겁기 않고 사랑스러운 글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