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만 뿌듯한 건 아니지?

- '2026년 경기도 성실납세자 선정'에 관한 안내 메일을 받고

by 네모

업무적으로 메일을 쓸 일이 별로 없다 보니, 메일함을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오늘따라 문득 한번 살펴보고 싶어 메일함을 열었더니 뜻밖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수신 날짜는 2월 26일, 보낸 사람이 '경기도청 세정과'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웬일인가 싶어 더 크게 눈을 뜨고 살펴보니, 메일 제목에 '2026년 성실납세자 인증서 및 안내문 송부'라고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뭐지? 도대체 감이 안 왔다. 내가 무슨 자산가도 아니고, 심지어 종합부동산세 따위는 평생 내볼 형편도 안되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본문을 봐도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귀하는 '2026년 경기도 성실납세자'로 선정되었습니다. '2026년 경기도 성실납세자'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리며, 성숙한 납세문화 조성에 이바지해 주신 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의 PDF 문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문의처 전화번호가 부기되어 있었다. 와~종부세 대상자도 아닌데, 진짜 문의해 봐야 하는 건가? 설마 다른 사람에게 보낼 문서를 잘못 보낸 게 아닐까? 우선 그동안 지방세든 국세든 내야 할 세금은 한 번도 연체 없이 잘 냈던 것 같긴 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지켰을 뿐인데. 괜히 뿌듯하다.


혜택은 총 네 가지였다. 첫째, 의료혜택이다. 경기도 내 지역별 지정된 병원에서 '종합검진비 등 의료비 할인'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병원은 별도의 PDF 파일로 제공되었다. 와~생각보다 많았다. 둘째, 금융혜택이다. '도 금고은행 : 금리우대, 각종 수수료 면제'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아무래도 금융혜택은 은행 종류와 지점은 제한돼 있긴 했다. 금융혜택까지 받을 줄이야. 셋째, 관광시설 이용 혜택이다. '도 자연휴양림, 수목원 입장료 무료 혜택'이었다. 입장료 자체가 많이 저렴하긴 하지만, 무료인 게 어딘가. 넷째, '경기신용보증재단 중소기업 대상 보증평가 시, 가점 1점 부여'한다는 것. 사실 내가 중소기업은커녕 자영업자도 아니니, 가장 체감할 수 없는 혜택이긴 했다. 어쨌든 혜택이라고 하니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


국민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효능감을 느끼려면, 이 정도 세심함은 보여야 하지 않을까. 내 나이 쉰,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만났던 여러 통치자들을 돌아볼 때 이 정도로 역동적인 정부가 있었나 싶다. '국민주권 정부'라는 명칭이 상징적 구호가 아니라는 걸, 또 '일하는 정부'라는 걸 확실히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제는 누구나 암기하다시피 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음을 느낀다.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바로 이 조문을.


*위 글은 어제(3월 1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