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전작,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조만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저자인 김민식 前 MBC드라마 PD님은, 블로그에 진심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쓴다는 그는 이 책 초판이 출간된 2018년 1월 12일 기준으로 7년째 쓰고 있었다고 하니, 2011년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지금이 2024년이니 무려 13년째 쓰고 있는 것이다.
나도 작가님만큼은 아니어도 작년 9월부터 '블로그에 매일 글쓰기'챌린지에 합류하여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매일 블로그에 뭐라도 써서 발행하고 있다. 그래도 쉽지 않다. 어쩌다 하루 글쓰기를 거르게 되면, '에이, 이왕 한 달 완주도 못한 거 그만 할까?'하는 핑계가 먼저 떠오른다. 실컷 써놓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정하고 다시 쓰기 보다는 그냥 '에잇, 몰라. 내일 쓰지 뭐.'하며 하루쯤 빼먹는 건 별 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미 이 책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일을 놀이처럼 접근하지 말아요. 일이 즐거워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놀듯이 건성건성 하면 성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잘 하지 못하는 일을 놀듯이 하면 직장생활이 괴로워질 수도 있어요. 차라리 놀이를 일처럼 하는 편이 쉽습니다. 놀 때 그냥 수동적으로 놀지 말고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놀아야 합니다. 놀이를 더 잘하려고 공을 들여야 합니다. 열심히 놀다 보면 놀이에서 준전문가의 영역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주위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정도 받고 동호회에서 논객 대접도 받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매체에서 연락이 오거나 관련 콘텐츠 기업에서 제작 의뢰가 옵니다. 노는 것이 직업이 되는 순간이 와요. 그냥 논다고 해서 직업이 되진 않아요. 열심히 일하듯 놀아야 합니다."(프롤로그 p.8-9)
정말 그렇지 않은가. 일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듯, 놀이로 성과를 보려면 일만큼 정성을 들여야 준전문가적 경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나 기관, 매체 등에서 연락이 오는 것이다.
이 책 중에서 가장 짧지만 울림을 준 문장은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입니다."(본문 p.47)이다. 그래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단어가 등장했을까. 아마 저자의 문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표현은 아니겠으나, '소소한 일상에서의 확실하게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어떤 대상이나 활동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면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저자가 일처럼 즐기며 하는 '매일 블로그 쓰기'활동이 이렇게 책도 출간하고 강의도 맡게 되는 수익창출의 결과에까지 이르렀으니 '소확행'을 실천하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글쓰기를 꾸준히 한, 작가들이라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퇴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대화하는 듯한 경어체로 강조하고 있다.
"비공개 글을 공개로 돌리기 전에는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칩니다. 글을 쓸 때는 쓰는 이의 것이지만, 읽을 때는 읽는 이의 것입니다. 하나의 글을 놓고도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합니다. 그게 글의 숙명이에요. 그렇기에 글을 공개로 돌리기 전에는 읽는 이의 입장에 서서 자꾸 들여다봅니다. 글을 읽고 불편한 사람은 없을까? 괜히 오해를 살 부분은 없을까? 독자 입장에서 글을 다듬고 수정합니다. 의도치 않은 대목에서 상처 입은 독자의 반응을 보고, '어? 나는 그런 의미로도 쓴 게 아닌데?' 하면 늦어요. 공개된 글쓰기를 할 때는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본문 p.176-177)라고.
이 퇴고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책 출간을 한 권이라도 한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이야기다. 나도 나름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도 발행 후에야 오탈자, 비문 등이 또 눈에 띈다. 블로그를 비롯한 각종 글쓰기 관련 온라인 매체는 나처럼 어설픈 퇴고를 거치는 창작자를 위해 '수정'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다행이다. 완벽할 때까지 보고 또 보고 꼼꼼한 퇴고를 거치는 것이 정석이겠으나,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래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후반부에서까지 "노인이 되어서도 공부하는 것이 자긍심을 기르는 최고의 길"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블로그 운영에 관한 문답형식의 Q&A를 실어 블로그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일러준다.
방송 PD라는 직업적 특성이 만들어 낸 화법일까? 이 책의 대화하듯 편안한 경어체 형식의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그의 얼굴 실사가 박힌 띠지조차 버릴 수 없게 만든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의 기획·편집력이 돋보인다. 총 246쪽 분량의 책이지만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PD답게 쉬운 언어로 쓰여 가독성도 훌륭하다. 아직 블로그 활동도 제대로 된 글쓰기도 시작 한 번 못하고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고, 당장 블로그에 뭐라도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