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부터 로보틱스까지 견고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지배자
앞서 피지컬 AI의 시대(1)에서 다룬 것처럼 피지컬 AI라는 말 자체의 등장이 젠슨 황에게서 나온 만큼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특히 로보틱스는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엔비디아의 저력은 GPU와 CUDA 시스템 생태계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사실 그것도 맞지만 다가오는 피지컬 AI 시대에 엔비디아의 저력은 엔비디아가 구축한 로보틱스 생태계에서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나는 예상한다.
2026년 CES에서 젠슨 황의 연설을 살펴보면 실제로 그런 의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는 로보틱스 분야의 챗GPT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면서 "엔비디아의 젯슨 로보틱스 프로세서, 쿠다, 옴니버스, 오픈 피지컬 AI 모델로 구성된 풀스택은 글로벌 파트너 생태계가 AI 기반 로보틱스를 통해 산업을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된 회사이며, AI와 게임 관련에서 종사한 적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일찌감치 알고 있던 GPU를 만드는 회사이다. 우선 나는 AI 관련해서 공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AI 분야에서는 일반적으로 데이터에서 '학습'을 해서 그 학습을 기반으로 어떤 답이 나와야 한다고 '추론'을 한다. 이 학습 및 추론 과정에서 GPU가 필요하다. 엔비디아만이 GPU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엔비디아에 종속되게 된 데는 쿠다(CUDA) 생태계 구축이 핵심적이었다. 쿠다는 2006년에 공개되어서 2007년에 출시되었는데, 가장 간단히 말하자면 GPU를 통해 개발하게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이다 (너무 간단했나?). 암튼 이 소프트웨어가 출시되고 먼저 많이 사용한 집단은 고성능 컴퓨팅을 필요로 하던 연구자 커뮤니티였다. 그에 맞추어서인지 엔비디아는 현재도 다양한 학술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작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좌우했는가 하면 내가 처음 AI 관련해서 배울 때도 거의 그냥 바이블처럼 쿠다를 사용했다.
개발을 하지 않는 분들은 어쩌면 그냥 다른 걸 쓰면 되지 않나...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보통 처음 진입한 개발 플랫폼에 익숙해진 경우 다른 곳을 가기 쉽지 않다. 그에 속하는 다른 예시가 AWS (아마존웹서비스)이다.
그리고 로보틱스에서도 이미 이러한 생태계를 엔비디아는 구축한 상태이다. 바로 '아이작 심(Isaac Sim)'이다. 얼마나 잘 구축된 생태계인가 하면, 내가 로봇 기업이나 새로운 로봇관련해서 설명을 듣게 된다면 꼭 이 이름을 거의 듣게 되는 수준이다. 아이작 심은 가상환경에서 AI로봇을 학습, 테스트. 훈련하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다.
왜 시뮬레이션 플랫폼이 중요할까? AI 기반 로봇은 예전처럼 프로그래밍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이니라 질문에 따라서 답하는 챗 GPT처럼 예측이 쉽지 않은 현실환경에 맞춰서 해석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로봇 생태계를 지배하기 위해서 엔비디아가 가진 또 다른 무기는 '그루트(GROOT)'이다. 그루트는 휴머노이드 전용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젠슨 황의 발언을 빌려 그루트를 소개하면 "모든 로봇 개발자가 처음부터 모델을 만들 필요가 없다". 현재 보스턴다이나믹스, 스킬드 AI 등등 다양한 회사들에서 이미 그루트를 사용해서 각자 로봇에 필요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단순히 GPU와 같은 반도체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반도체를 기반으로 사실상 생태계를 파는 회사이다. 생태계의 입문자들이 업계에 들어가서 핵심 인물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사냥꾼 같은 회사라고 본다. 이미 기존 AI 업계를 그렇게 지배해 왔고, 피지컬 AI시대에도 여전히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젠슨 황과 엔비디아의 이미지가 점점 강력해지면서 이제 마케팅까지도 자연스럽게 되고 있는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회사들 중 2등이 될 회사는 어디일지, 2등에서 엔비디아의 왕좌를 빼앗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