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쳇바퀴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운전자까지 함께 구매해야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를 자산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업을 했던 10년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내겐 아주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사업은 그 자체로 자산이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맥도날드의 성공 요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과 표준화를 꼽는다. 누가 운영해도 동일한 맛과 품질, 브랜드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턴키 전략을 구축한 것이 가장 컸다고 보는 거다. 프랜차이즈를 구매하는 점주들은 그 시스템을 복제해서 자기 지역에 설치만 하면, 표준에 따라 운영되어 수익을 가져다주는 자동화된 사업체를 가질 수 있었다.
'턴키 전략'이 핵심이다. 내 사업은 원래 내가 붙어 있어야만 운영되는, 나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객체였다. 이 객체는 계속 내 노오력을 투입해야 겨우겨우 매출과 이익이 나왔다. 사업이 아니라 '하루 14시간 운영노동 쳇바퀴'(aka. '내가 만든 늪')에 가까웠다. 겉에서 보면 높은 매출과 이익에 건강한 사업체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나를 끊임없이 갈아 넣어야만 동작한다는 것은 사업체 자체에 잔존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자산이 아닌 거다. 부채를 돈주고 구입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를 뼈저리게 절감한 이후, 누구나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매뉴얼을 정비하고 직원들에게 위임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을 누구든 이해하고 단계별로 운영 가능한 수준으로 정리한 즈음에, 매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산(그 자체로 계속 효용이 되는 것) vs. 부채(그 자체로 계속 비용이 되는 것)
그 후 개발자로 일한 지 3년이 벌써 지났고, 요즘 그 배움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객체, 의존성, 응집도와 결합도.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매일 쓰는 이 개념들은, 생각해보면 사업 설계에서 쓰였어야 할 원칙이기도 하다. 좋은 코드는 모듈 간 의존성이 낮고 각 모듈의 응집도는 높다. 각 객체가 서로에게 복잡도를 높이지 않고 스스로 완결해야만 건강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팀, 사람, 사업 아이템, 프로덕트, 그 안의 기능 하나하나까지 모두 객체이고, 각 객체가 자산인지 부채인지, 그 합이 회사의 가치를 판가름한다.
부채의 신호는 명확하다. 계속 인풋을 들이부어 관리해줘야 하고, 유지 비용이 효용을 상쇄한다면 부채다. 이벤트 프로모션을 유저들이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기획하고, 로직을 검토하고, 소재를 바꾸고, CS를 교육해 대응해야 한다. 돌릴 때마다 사람의 손이 간다. SNS 콘텐츠 같은 단발성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한 번 소비되면 사라지고, 내일 또 새로 만들어야 한다. 반복 유입과 반복 매출처럼 보이지만, 반복 노동을 전제로 한다. 이런 것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투입되는 리소스와 기회비용을 정말 상쇄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반대로 자산은 이렇게 생겼다. 한 번 만들어두면 알아서 돌아간다. 검색 엔진 최적화가 잘 된 블로그 글 하나는 몇 년이고 트래픽을 가져온다. 잘 짜인 자동화 워크플로우는 사람이 자는 동안에도 데이터를 흐르게 한다. 플랫폼 템플릿 하나를 잘 설계해두면 그 위에 열 개의 서비스가 올라탈 수 있다. 추가 인풋이 적거나 없어도 잔존가치가 남아 효용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자산이다. 실체는 없지만 고객의 뇌리에 강력하게 각인된 '브랜드'를 '자산'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회사 내의 모든 객체는 궁극적으로 자산의 일부가 되거나, 스스로 자산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무엇을 만들 것인가?
우리도 객체다. 소속과 맥락에 따라 쓰임은 달라지겠지만, AI 시대에 자본은 우리를 부채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빠르게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부가가치가 나를 유지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 — 급여, 관리비, 나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비용까지 — 을 충분히 상쇄하는가? 나는 조직에 복리로 쌓이는 자산인가, 매달 반복적으로 갚아나가야 하는 부채인가.
메이커로서 우리가 자산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자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기어코 부채를 찍어낸다면, 우리 자신도 절대로 자산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기능, 모든 프로덕트, 모든 시스템은 자산이거나 부채다. 중간은 없다. 당장 뭘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 뭐라도 만들어야 하니까 아무거나 만들다 보면 부채를 양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채를 돈 주고 사려는 사람은 없듯이, 부채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싶은 조직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공들여 쳇바퀴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항상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