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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Favorite Thing Jul 03. 2016

검색, 잔치는 끝났다.

팍스 서치카의 종말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는 말이 있다. 라틴어인 이 말은 2차 세계대전 후 세계의 패권 국가로 떠오른 미국을 말하며 원래 로마의 영광을 말하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의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ica)에서 나온 말이다. 평화라는 라틴어 Pax는 패권국가에 의해 주변 국가의 평화가 유지된다는 뜻으로 최근에는 중국이 떠오르며 팍스 시니카 (Pax Sinica)라는 파생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국에 웹이 일반화된 지 근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기간 동안 검색이 중심이 되어 모든 웹 생태계가 움직였고 검색은 포털뿐 아니라 웹상의 모든 콘텐츠, 서비스를 관장하는 인프라였으며, 검색을 통해 웹은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맞이했다. 지난 20여 년간 웹의 세상은 팍스 서치카 (Pax Searchca)였다.

웹에서 검색의 역사는 야후, 알타비스타와 같은 초기 검색엔진의 시작과 구글, 네이버, 다음 등과 같은 본격적인 검색 서비스로 진행되어왔지만 인터넷과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전자적 개념의 검색’ 이전에도 검색은 존재했다.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라 불리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280년에 파라오인프롤로미 1세에 의해 건립되어 당시 파피루스 두루마기로 만들어진 책이 20만 권 소장되어있었다고 한다. 로마군에 의해 도서관이 불타기 직전인 클레오파트라 치세 때는 70만 권의 장서를 보유했다고 하는데 이 숫자는 1천500년 후 타자기가 발명되기 전, 유럽 전체의 도서관이 소장하던 책 숫자의 10배에 달하는 양이었다. 이 당시는 종이도 없고, 책을 일일이 손으로 써야 했기에 책의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더군다나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란 소수의 왕족과 귀족, 관리와 학자가 전부였으므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는 사회적으로 매우 높은 지위였다.


그 당시 70만 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찾아서 빌린다고 가정해보자. 사서의 도움이 없이는 절대 찾기 불가능하다. 사서 역시 책을 찾기 위해서는 책의 종류와 제목에 따라 정확하게 분류해서 관리해야 하며, 이러한 책의 관리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사서들은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파피루스들을 분류하고, 색인(Indexing)하고 정리(Tagging)했으며,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사람들의 요청(Query)에 의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Searching) 갖다 주었을 것(Recall)이다. 쓸데없는 책들은 솎아내기(Filtering) 했을 것이고, 책에 대한 요청은 말로 물어보았을 테니 NLP 개념도 들어가 있다.

이렇게 정보를 분류하고, 정리한 후 찾는 행위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뿐만 아니라 600년 전 집현전 규장각에서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걸쳐 진행되었고, 현재의 도서관들도 책의 숫자가 많아졌을 뿐 하는 일은 마찬가지이다.

사실 구글이 검색을 하는 방식은 원리적인 면에서 이와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책 대신 페이지 단위의 정보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것과 정보의 양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 빛의 속도로 찾아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현재 PC에서의 검색은 PC와 브라우저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딱히 구글을 대체할만한 검색이 PC에서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기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검색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팍스 서치카의 시대는 막이 내릴 것 같다.

우선 PC의 사용이 업무적인 용도나 고성능을 요하는 게임 중심으로 변하게 된다. 이외의 모든 미디어 소비나 서비스는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으며 특히 위치 관련 서비스는 더 이상 PC에서 검색할 일이 없어진다. 다시 말해 PC의 사용이 업무중심으로 바뀌면서 집에는 아예 PC를 두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업무 이외의 컴퓨팅은 이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충분하다.

PC 브라우저 상의 검색환경과 모바일에서의 검색환경은 매우 다르다. PC에서는 충분히 많은 수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며 맨 상단에 광고부터 보여주는 방식이지만 모바일은 물리적 공간이 작아 광고 검색을 보여줄 검색 결과 공간이 부족하다. 최대한 광고 결과를 보여준다 해도 절대적인 숫치에서 PC 브라우저에서 노출하던 검색광고의 양을 따라갈 수 없다.

모바일에서의 사용성 역시 PC에서의 사용성과 다르다. PC를 켜고 인터넷을 하기 위해 네이버를 들어가서 검색을 통해 이동한다. 검색을 웹의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을 사용할 때는 이런 과정이 없다. 아무도 모바일에서 네이버를 통해 페이스북이나 서울버스로 이동하지 않는다.

모바일 UX의 변화 역시 팍스 서치카의 종료를 앞당긴다. 아직까지는 시리와 같은 컨시어지 서비스가 부족한 면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정교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음성 기반의 UX가 모바일에서 계속 발전하게 된다. 아무래도 모바일 브라우저 창을 열고 검색어를 타이핑하는 것보다 시리한테 물어보는 것이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영화 ‘허(Her)’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궁극적으로 컨시어지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면 현재와 같은 검색광고가 발붙이기 힘들다. 이번에 애플과 IBM이 기업용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휴했는데, 그것보다는 애플의 시리와 IBM의 인공지능 수퍼컴퓨터인 왓슨의 만남이 더욱 기대된다.


앞서도 말했듯이 브라우저를 이용한 검색이 당분간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검색 트래픽의 저하, 검색광고 노출의 제한, 모바일 환경으로의 변화 등으로 더 이상 지금의 번영을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구글의 경우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기반이 있기에 좀 다르지만 구글을 제외한 검색 서비스들은 매우 힘든 시절이 다가오게 된다. 검색의 미래는 팍스 서치카가 막을 내리고 개인화된 인공지능 컨시어지가 대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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