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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Apr 19. 2024

동네 책방: 진영문고

저를 키운 동네 책방은 거의 다 문을 닫았지만 새로 연 책방도 있네요.

어렸을 때는 자주 가던 길이다. 한국에서 살 때는 초중고 내내 일주일에 몇 번이나 지나가던 길. 분명히 서점은 없었는데, 이십 년이 훌쩍 지나 다시 찾으니 서점이 우뚝 서있었다. 설사 어렸을 때부터 있었더라도 집 근처에 서점이 워낙 많아 굳이 이곳까지는 안 왔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반가웠다. 그 많던 동네 서점이 거의 다 사라진 지금, 새로 생긴 서점이 있다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딱 식사시간인 저녁이라 아무도 없었다. 보통 서점은 몇 시에 닫나 고민을 하다 찾는 책이 있나 둘러보았다. 큰 서점은 살 때도 있고 안 살 때도 있지만 (물론 거의 산다.) 작은 서점은 한두 권이라도 꼭 구입한다. 그래야 이 작은 서점이 명맥을 이어가 더 많은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어줄 것 같아서.


책방지기님을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 스스로 찾아보려 했지만 결국 못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이 작가님 책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까요?"

조심스레 여쭈어보니 일초의 망설임 없이 바로 찾아 주신다. 이 작가님의 가장 유명한 책 두 권이 있었지만 막상 내가 찾는 책은 없어 다시 여쭈었다.

"아, 역시 베스트셀러라 둘 다 여기 있군요. 혹시 이 책도 있을 까요?"

"그런 책도 있어요? 그 작가님이 그런 책도 썼는지 몰랐네요."

하고 시작된 대화가 쭈욱 이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과 협업해서 공저한 책이 이 출판사 또 저 출판사에서 나왔다부터 시작해 아마도 궁금해하시지 않을 정보까지 고루 나누었다. 책방지기님께서는 베스트셀러를 위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주셨다.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한 친구가 도착했다는 문자에 정신이 번쩍 들어 서둘러 나섰다. 평소에 약속시간에 늦는 걸 싫어해 대부분 일찍 당도해 미리 앉아있는다.(특히나 서울은 이제는 이방인이 되어 길을 잃을지 몰라 보통 30분~1시간까지 미리 가기도 한다.) 안 그래도 붐빌 레스토랑에 미리 가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책방에 정신이 팔려 미리 가있지는 못했다.


친구가 기다릴까 얼른 나섰는데 막상 도착하니 내가 제일 먼저 당도해 앉아 있게 되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책이라도 사고 올걸...'

안타까움에 저녁을 먹고 잠시 들려야지 했는데 몇 년 만에 만난 친구와 담소를 나누다 결국 책방 불이 꺼져버렸다. 다시 가봐야지 하는 다짐을 했는데 결국 한국 방문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두 번째 책 출간을 맞아 책의 계절, 여름에 한국을 찾는다. (누가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 했던가. 출판 업계의 현황을 보면 오히려 휴가철인 여름에 책이 가장 잘 팔린다.) 지난가을에 첫 번째 책 출간을 맞아 한국을 찾았지만 휴가 신청한 기간보다 출간이 늦어져 출국 전날 퀵으로 책을 겨우 받고 책방에서 보지도 못하고 떠났다. (물론 마지막까지 대대적인 수정을 멈추지 못한 제 탓입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 이번에는 출간 예정인 6월 초-중순 전 5월 말에 도착하지만 6월 말까지 있다가 오는 계획을 잡았다.(이 어마어마한 휴가 계획 때문에 당직을 배로 서야 해서 몸이 고달프지만 설레는 마음은 두 배다.) 이번에는 책 홍보에 열과 성을 바치리라. 끈기와 열정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가서 몸과 마음을 바쳐 함께 만든 책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기를 위로가 되기를 바라본다. 바쁘겠지만 진영문고에도 꼭 가서 이번에야말로 책방지기님께서 추천해 주시는 책도 사고 내 책 두 권도 안겨드리고 싶다. (혹시라도 <사랑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와 두 번째 책이 진영문고에 있다면 눈물이 나올 만큼 신날지도 모른다.)


나를 키운 동네 책방들은 거의 다 문을 닫았다. 그 수많은 책방들은 다 어디 갔을까. 책방지기님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매일 책방을 드나들며 책을 사던 꼬마가, 여중생이, 여고생이 이제는 책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아시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책방지기님께서 골라놓으신 책을 부지런히 사고 읽은 아이가 쓴 책이 책방에 꽂히는 날이 올 줄 아셨을까. 진영문고가 오래오래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나처럼 조그마한 아이가 책을 고르고 손에 쥐고 떠나며 꿈 한조각도 쥐고 떠났으면 좋겠다. 그 꿈이 이어져 다시 책으로 책방에 돌아가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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