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의 시작은 철거로부터!
하늘 맑던 날 아침, 실장님은 메시지도 없이 사진만 한 장 보내왔다.
“앗 작업 시작하셨군요?!”
이 집에서 커피라도 팔기 위해서는 구청에 용도변경 신청을 해야 하는데, 집이 워낙 오래되고 작다 보니 용도에 맞는 정화조 시설이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마당을 파고 정화조를 묻는 작업이 추가되었다. 이 공사의 시작은 담벼락 철거와 함께 정화조 공사까지 진행하게 된다. 다행히 집 앞쪽이 교회의 주차장이라 폐기물과 자재 운반을 위해 3일 정도 교회의 양해를 구하고 주차장 마당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마당이 우리 집이었으면~~~~~"
옛것을 걷어내는 모습을 눈에 담아 두려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현장으로 나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육중해 보이던 담벼락은 걷어 낸 상태였다. 집 안에서 바라봤을 때 담벼락이 무척 높아 보였는데, 그래서 우리 집이 교회 마당에서 한참 위에 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담을 걷어내니 교회 마당에서 살짝 높은 느낌이다.
2-3일 동안 철거팀, 정화조 설비팀, 목수팀 이렇게 세 그룹이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좁은 집이 복작복작하다. 철거는 뜯고 부수고 걷어내고, 설비는 땅 파고 정화조 묻고 연결하고 땅속의 수도를 찾고, 목수는 외벽 작업을 위한 비계를 설치하고 박공을 갈고 부분부분 나무를 갈고 있다. 작은 집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작업 공간을 갖고 부딪히지 않게 뚝딱거리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슬슬 철거가 마무리되어가니 시멘트에 가려졌던 썩은 나무 밑동이 보인다. 벽 속에 묻혔던 나무 기둥의 속살도 드러난다. 이제 곱게 곱게 닦아주고 감싸 줄 일만 남았구나. 많이 사랑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