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훗날, 한 늙은 병사가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그날 베들레헴에서 다윗을 처음 보았소. 열여섯 살 먹은 양치기였지. 붉은 머리카락에, 여자처럼 고운 얼굴.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소. 그놈은... 진심으로 야훼를 믿는 것 같았소."
병사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게 더 무서운 거요. 자기가 하는 일이 다 야훼의 뜻이라고 믿는 자. 그런 자는 무슨 짓을 해도 양심에 가책이 없소. 야훼께서 허락하셨으니까. 다윗은 그런 자였소. 진심으로 자기가 옳다고 믿었소. 그래서 더 무서웠소."
* * *
2
베들레헴의 골목은 해가 지면 다른 세상이 되었다.
낮에는 양 떼를 몰고 다니는 목동들과 올리브 기름을 짜는 농부들의 땅이었으나, 어둠이 내리면 그 골목의 주인은 바뀌었다. 좁은 돌담 사이로 횃불 하나 들어오지 않는 그 길을, 사람들은 '이새의 막내아들 구역'이라 불렀다.
다윗은 열여섯 살이었다.
그의 뒤에는 여덟 명의 젊은이들이 서 있었다. 모두 베들레헴에서 가장 험악하다는 자들. 다윗은 어둠 속 골목 저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 사내가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헤브론에서 온 곡물 상인. 낮에 다윗의 형 엘리압에게 곡물값을 떼먹은 자였다.
"엘리압 형이 직접 해결하면 되지 않습니까?"
요압이 물었다. 다윗보다 두 살 위인 사촌이었다.
"형은 체면이 있어."
다윗이 말했다.
"유다 지파 장로의 아들이 밤거리에서 상인을 패면 어떻게 되겠어? 하지만 막내동생이 또래들과 어울리다 일을 저지른 거라면? 형은 모르는 일이 되는 거지."
다윗은 잠시 멈추었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저 상인은 헤브론에서도 악명이 높아. 값을 속여서 사람들 등쳐먹는 놈이야. 저런 자가 설쳐 다니면 정직한 상인들이 피해를 보지. 누군가는 바로잡아야 해."
요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생각했다. '형의 체면을 위해서인가, 정의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다윗은 언제나 그랬다. 모든 일에 여러 겹의 이유를 붙였다. 그리고 그 이유들이 모두 옳은 것처럼 믿었다.
* * *
상인이 가까이 오자 다윗이 손을 들었다. 여덟 명이 일제히 움직였다.
비명이 밤공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동안, 다윗은 뒤에 서서 지켜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쾌감도 없었다. 대신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이 있었다.
'이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윗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정직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자에게는 벌이 필요했다. 율법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는 누군가 나서야 했다. 그것이 야훼께서 자신에게 주신 힘의 의미라고 다윗은 믿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다윗은 쓰러진 상인 옆에 무릎을 꿇었다.
"다음에는 정직하게 장사하시오. 야훼께서는 거짓을 싫어하시니."
목소리는 진지했다. 협박이 아니라 충고처럼 들렸다. 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음했다.
다윗이 일어섰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요압만이 그것을 알아챘다.
* * *
3
언덕 위에서 다윗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아브라함이 보았다는 그 별들. '네 자손이 저 별처럼 많아질 것이다'라고 야훼께서 약속하셨던 그 별들.
다윗은 기도했다.
'야훼여, 제가 가는 길이 주의 뜻에 맞습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다윗은 대답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고 믿었다.
이스라엘은 분열되어 있었다. 열두 지파가 각자의 이익만 좇고 있었다. 사울 왕은 베냐민 지파 출신이라 다른 지파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블레셋은 해마다 쳐들어왔고, 백성들은 고통받았다.
'누군가 이 민족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다윗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자신이라고 믿었다. 야훼께서 자신에게 재능을 주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재능, 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재능,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는 재능. 이 모든 것이 우연일 리 없었다.
'주께서 저를 이 시대에 태어나게 하신 것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다윗은 속으로 기도했다.
'저를 도구로 쓰소서. 이 민족을 구원하는 도구로.'
* * *
그러나 현실은 기도만으로 바뀌지 않았다.
다윗은 알고 있었다. 야훼께서 도와주신다 해도, 자신이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세도 지팡이를 들어야 바다가 갈라졌고, 여호수아도 군대를 이끌어야 여리고가 무너졌다. 야훼께서는 모든 것을 대신해 주시지 않는다.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노력'이 때로는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오늘 밤처럼. 상인을 패는 것이 야훼의 뜻일 리 없었다. 그러나 필요한 일이었다. 형의 권위를 세우고, 악덕 상인을 징벌하고, 자신의 무리를 단속하기 위해. 작은 악으로 더 큰 선을 이루는 것. 그것이 현실이었다.
'야훼여, 용서하소서.'
다윗은 기도했다.
'그러나 저는 멈출 수 없습니다.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다윗은 떨리는 손을 움켜쥐었다. 이것은 죄책감인가, 아니면 두려움인가. 다윗 자신도 알 수 없었다.
* * *
4
다윗의 아버지 이새는 베들레헴에서 손꼽히는 부농이었다.
양 떼 수백 마리를 거느렸고, 유다 지파 장로들과 교류하며 마을의 유지 노릇을 했다. 여덟 아들 중 위로 일곱은 모두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다. 장남 엘리압은 체격이 훌륭하여 장차 사울 왕의 군대에서 천부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차남 아비나답은 학문에 밝아 제사장의 서기가 되었다.
그러나 막내 다윗은 달랐다.
"저놈은 내 핏줄이 아닐 거야."
이새가 아내에게 종종 하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다섯 살 때의 기억이었다. 다윗은 그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문틈 사이로 아버지의 뒷모습과 어머니의 굽은 어깨를 보았다.
그날 밤 다윗은 야훼께 물었다.
'왜 저를 이 집에 태어나게 하셨습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다윗은 스스로 답을 찾았다. 야훼께서는 이유 없이 고통을 주시지 않는다. 요셉도 형들에게 버림받고 애굽에서 종살이를 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야훼의 계획 안에 있었다. 자신의 고통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저를 단련시키시는 것이군요.'
다윗은 그렇게 믿기로 했다. 아버지의 냉대도, 형들의 천대도, 모두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야훼의 훈련이라고.
* * *
그래서 다윗은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아버지 앞에서는 순종적인 아들이 되었다. 형들 앞에서는 천진한 동생이 되었다. 마을 어른들 앞에서는 예의 바른 젊은이가 되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생존의 방법이었다.
다윗은 그것을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혜라고 생각했다.
야곱도 그랬다. 에서의 장자권을 사고, 이삭을 속여 축복을 받았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야곱을 버리지 않으셨다. 오히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주시고 열두 지파의 조상으로 삼으셨다. 때로는 속임수도 야훼의 계획 안에서 쓰임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직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다윗은 생각했다. 자신이 왕이 되겠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는가. 이새의 막내아들, 양이나 치는 소년이 왕이 되겠다고? 사람들은 비웃을 것이다. 아니, 위험하다고 여겨 제거하려 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숨겨야 했다. 야망을 숨기고, 힘을 기르고, 때를 기다려야 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전략이었다. 야훼의 뜻을 이루기 위한 전략.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제 잘못이 아닙니다, 야훼여.'
다윗은 기도했다.
'그들은 아직 작은 그림만 봅니다. 주께서 제게 보여주신 큰 그림을 보지 못합니다.'
* * *
5
무리를 만든 것은 열네 살 때였다.
요압이 처음이었다. 다윗의 고모 스루야의 아들로, 핏줄로는 사촌이었다. 요압은 덩치가 크고 주먹이 셌다. 그러나 다윗이 요압을 택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요압은 질문을 했다.
"다윗, 넌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어느 날 요압이 물었다. 다윗의 지시로 이웃 마을 깡패들을 쫓아낸 후였다.
"무슨 뜻이야?"
"넌 이새 어른의 아들이잖아. 굳이 이렇게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없잖아."
다윗은 잠시 요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요압, 이 마을 사람들이 저 깡패들한테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아?"
"알지."
"그런데 왜 아무도 안 나섰을까?"
요압은 대답하지 못했다.
"무서워서야. 다칠까 봐. 자기 일 아니니까. 다들 그래. 누군가 나서면 좋겠지만, 자기가 나서기는 싫은 거야."
다윗의 눈이 빛났다.
"그런데 나는 나설 수 있어. 야훼께서 나에게 그 힘을 주셨으니까. 힘이 있는 자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어?"
요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의문이 남았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런데... 왜 네 눈은 그렇게 야망으로 불타고 있는 거지?'
* * *
둘의 관계는 복잡했다.
다윗은 요압을 신뢰했다. 그러나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았다. 다윗이 완전히 신뢰하는 것은 야훼뿐이었다. 사람은 언제든 배신할 수 있었다. 요압도 예외가 아니었다.
요압도 다윗을 따랐다. 그러나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윗은 분명히 야훼를 믿었다. 기도도 했고, 율법도 지켰다. 그런데 동시에 계략도 꾸미고, 사람도 속였다. 그 둘이 어떻게 양립하는지 요압은 알 수 없었다.
"너는 야훼를 믿어?"
어느 날 요압이 물었다.
"당연하지."
다윗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런데 왜... 이런 일들을 해? 야훼께서 허락하셨을까?"
다윗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모세 이야기를 하지. 모세는 애굽 사람을 죽였어. 이스라엘 사람을 때리는 것을 보고 분노해서. 그게 율법에 맞는 일이었을까?"
요압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었지. 그래서 모세는 도망쳤어. 그런데 야훼께서는 모세를 버리셨어? 아니야. 사십 년 후에 불러서 이스라엘을 이끌게 하셨어."
다윗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야훼께서는 완벽한 사람만 쓰시는 게 아니야. 부족한 사람도 쓰셔. 실수하는 사람도 쓰셔. 중요한 것은 마음이야. 야훼를 향한 마음. 그 마음이 있으면, 손에 좀 피가 묻어도... 야훼께서 이해해 주실 거야."
요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정말 그럴까? 야훼께서 정말 이해해 주실까?'
그러나 그 질문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 * *
6
열다섯 살이 되던 해, 다윗은 마을 축제에서 야훼께 찬양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수금 실력도 뛰어났다. 사람들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야훼의 영이 저 아이 위에 임했구나."
장로들이 수군거렸다. 다윗의 아버지 이새조차 막내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다윗의 찬양은 진심이었다. 그는 정말로 야훼를 찬양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재능을 주신 야훼, 자신을 이 시대에 태어나게 하신 야훼, 자신에게 사명을 주신 야훼를.
그러나 동시에 계산도 있었다.
'이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다윗은 생각했다.
'야훼의 사람이라는 평판이 퍼지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모순이 아니었다. 적어도 다윗에게는.
야훼를 찬양하는 것은 진심이었다. 동시에 그 찬양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두 가지가 겹치는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야훼께서는 자신을 축복하시려고 이 재능을 주신 것이다. 그 재능을 활용하는 것이 야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일 리 없었다.
'야훼께서는 저를 높이실 것입니다.'
다윗은 확신했다.
'그것이 주의 뜻이니까요.'
* * *
그날 밤, 다윗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다윗은 베들레헴의 들판에 서 있었다. 양 떼는 없었다. 대신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 모든 백성이 그 앞에 모여 있었다.
그들이 다윗을 향해 절했다.
"다윗 왕이시여!"
다윗은 그 환호를 들으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것이야말로 야훼께서 자신에게 보여주신 미래였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구름 사이로 빛이 쏟아졌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밝은 빛.
그 빛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다윗.'
야훼의 음성이었다. 아니, 야훼의 음성이라고 다윗은 믿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다윗은 무릎을 꿇었다.
'이 민족을 섬기게 해주소서. 주의 백성을 하나로 모으게 해주소서.'
'그것뿐이냐?'
다윗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왕관을 원했다. 권력을 원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형들 위에 서고 싶었다.
'솔직하거라, 다윗.'
다윗은 고개를 숙였다.
'...저는 왕이 되고 싶습니다.'
빛이 사라졌다. 어둠이 찾아왔다. 그리고 다윗은 깨어났다.
땀에 젖은 채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야훼께서 대답하지 않으셨다.'
다윗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허락하신 것일까, 거부하신 것일까?'
다윗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 답을 내렸다. 야훼께서 거부하셨다면, 더 분명한 징조가 있었을 것이다. 침묵은 허락이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주께서 저와 함께하십니다.'
다윗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반드시 그러실 것입니다.'
* * *
7
어느 날 밤, 다윗은 요압과 둘이서 언덕에 앉아 있었다.
아래로는 베들레헴의 불빛이 점점이 보였다. 멀리 북쪽으로는 예루살렘의 성벽이 달빛 아래 희미하게 빛났다.
"다윗, 넌 뭐가 되고 싶어?"
요압이 물었다. 다윗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왕."
마침내 다윗이 입을 열었다.
요압은 웃지 않았다.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울이 왕이야. 베냐민 지파의 사울이. 우리는 유다 지파고, 그것도 변변찮은 집안이야."
"사울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다윗이 차분하게 말했다.
"베냐민 지파에서 가장 작은 가문의 아들이었지. 그런데 어떻게 왕이 됐어? 사무엘이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야. 야훼의 이름으로."
"그래서 네가 사무엘을 찾아가겠다는 거야?"
"아니."
다윗이 고개를 저었다.
"사무엘이 나를 찾아오게 만들 거야."
요압은 다윗을 바라보았다. 다윗의 눈에는 야망이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야망 뒤에는 다른 것도 있었다. 사명감. 자신이 옳다는 확신.
"요압, 이스라엘이 어떤 상태인지 알잖아."
다윗이 말했다.
"열두 지파가 각자 따로 놀아. 사울은 베냐민 사람들만 챙겨. 블레셋은 해마다 쳐들어오고. 이대로 가면 이 민족은 망해."
"그래서 네가 구하겠다?"
"누군가는 해야지."
다윗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야훼께서 나에게 이 재능을 주신 이유가 있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재능, 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재능. 이게 다 쓸모없이 주신 것 같아?"
요압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왕이 되면, 이 민족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 블레셋도 물리칠 수 있어. 야훼의 이름이 온 세상에 높임받게 할 수 있어. 그게 야훼께서 나를 부르신 이유야."
다윗은 예루살렘 쪽을 바라보았다.
"요압, 내가 왕이 되면, 너는 군대의 장군이 될 거야. 약속해."
요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러나 속으로는 생각했다.
'야훼의 뜻이라... 정말 야훼의 뜻일까? 아니면 네가 야훼의 뜻이라고 믿고 싶은 것일까?'
그 질문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다윗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위험했으니까. 다윗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자였다. 그런 자에게 의문을 제기하면, 적이 될 수 있었다.
* * *
8
그해 겨울, 블레셋이 다시 쳐들어왔다.
사울 왕이 군대를 소집했다. 유다 지파에서도 젊은이들이 징집되었고, 다윗의 형 셋이 전쟁터로 떠났다. 다윗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집에 남았다.
그러나 다윗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버지, 형들에게 양식을 가져다주고 싶습니다."
다윗은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말했다.
이새는 잠시 다윗을 바라보았다. 의심의 눈초리였다. 그러나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라."
이새가 허락했다.
다윗은 요압과 몇몇 부하들을 데리고 전쟁터를 향했다. 그의 목적은 양식 배달이 아니었다. 그는 기회를 찾고 있었다. 야훼께서 열어주실 기회를.
'이 전쟁에서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다.'
다윗은 확신했다.
'야훼께서 저를 부르셨으니까. 반드시 길을 열어주실 것이다.'
베들레헴의 양치기가 세상의 무대로 나서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의 한가운데에는, 한 거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 * *
훗날, 그 늙은 병사는 이렇게도 말했다.
"다윗이 악인이었느냐고? 글쎄, 그건 모르겠소. 다윗은 자신이 선하다고 믿었소. 야훼께서 자기를 선택하셨다고 믿었소. 문제는 그거요."
병사는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자는 무슨 짓이든 해요. 거짓말도 하고, 사람도 죽이고. 그러면서도 양심에 가책이 없어요. 야훼께서 허락하셨으니까. 더 큰 선을 위해서니까. 그게 제일 무서운 거요. 순수한 악인보다, 자기가 선하다고 믿는 악인이 더 무서워요."
병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윗이 야훼를 믿지 않았다면, 그냥 야심가로 끝났을 거요. 그런데 다윗은 믿었소. 진심으로. 그래서 왕이 됐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소. 야훼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