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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이지지 May 09. 2024

꾸독꾸독 모임 5회차 _주제 나눔 : 사회복지사와 노동

2024년 5월 1일 오후 10시 ~ 12시 30분 온라인


1. 자기소개 & 근황 나눔


2. 주제 나눔 : <사회복지사와 노동/사회복지노동>


1) 소재(텍스트) : 김연희, 2023, "보람노동 담론은 사회복지사의 일을 어떻게 규율하는가?" 『한국사회복지질적연구』


2) 다루게 될 주제들


- 사회복지사의 노동 현실

- 사회복지의 노동을 고되게 만드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 사회복지사의 직업 정체성

- '보람노동'이라는 명명에 대한 의미와 예시

- 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3) 나누고픈 질문

1) 사회복지사 직업을 수행 중, 혹은 준비하며 느꼈던 보람 노동 담론 (이상화된 사회복지 노동에 대한 담론과 규정들)

2)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는 어떤 직업인가?’를 중심으로 내가 사회복지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 사회복지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노동절을 맞아,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겪은 노동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구름이가 발제를 맡았다. 모든 정리는 구름이가 한 것이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하고픈 이야기들을 다 하지 못해 이번 주제는 다음 회기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우연히 일주일에 한편 논문 읽기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이 논문을 미리 읽었었다.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굉장히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주제였다. 처음 읽었을 때 ‘보람 노동’이 생각한 직관적 생각과 내용에서의 차이점이 많았다. 구름이가 논문에 나온 여러 통계 자료를 함께 짚어주었고, 참여인원들도 통계 수치에 관한 생각들을 나누었다.


3. 나눔


참여자 : 구름, 꾸릉, 짱구, 피치, 애교, 원해 (6명)


 * 해당 논문에서 다루는 개념 : 주디스 버틀러 수행성 이론

사회에서 익명의 권위를 통해 규정내려진 정체성을 개개인이 ‘수행함’을 통해, 해당 정체성을 ‘내면화’ 한다는 정체성 이론

  * 영상 참고 : https://youtu.be/CC2m3ylTgbc?si=rh6PJVCdgQ9eGpsP


* 이제 젠더에서의 수행성 이론을 사회복지사에 적용

 구름 :  젠더 개념에서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이래야 해’ 라고 하는 ‘관습적 젠더 담론’ 이 있는 것처럼, 사회복지사들에게도 ‘사회복지사라면 이래야 해! 사회복지사는 이런 직업이고, 이런 사람이야!’라는 담론이 있다.

  이 모임에 모인 우리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장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

  사회복지사는 ________하는 직업이야!, 사회복지사는_________하는 사람이야!

라는 문장을 준다면 떠오르는 게 많다. 보통 희생, 헌신, 보람찬 사람, 숭고한 사람… 이런 담론들이 현재 사회복지 노동계에 만연해 있는 담론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담론들이 규정하는 사회복지사로써의 정체성들을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서 ‘수행함’을 통해 ‘내면화’하지 않는가.

이번에 발제한 논문 제목에 나오는 ‘보람노동 담론’과 ‘수행성 이론’ 이 바로 이것이다. 

사회복지사는 보람 있는 일을 수행하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사람들이야… 로 지칭되는 사회복지 직업 이상화에 대한 담론.   



코딩된 키워드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우리의 노동자성은 무엇일까. 우리가 하는 노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Q1. 사회복지사 직업을 수행 중, 혹은 준비하며 느꼈던 보람 노동


꾸릉 : 아픈 말들이 많다. 민원이 아니라 공격적인 말들이 많다. 전문성에 대해서도 공격을 받고 '독자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업무 영역의 제한을 받기도 한다. 요즘 들어 제도권을 벗어나려는 사회복지사도 많은데  이들에 대한 시선도 굉장히 다양하다. 기존 사회복지사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은 ‘반쯤 공무원’이라는 부분도 있어서, 우리의 노동자성을 이야기할 때 제한이 걸리는 부분이 많다. 내부적으로도 의견 통일이 안 되어 있다. 내부 합의가 안 되어 있어서 어디까지가 사회복지의 영역인지가 정해지지 않아 갈 길이 멀다고 느낄 때가 많다. 점점 우리만의 전문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정리하고 있다. 때문에 막연히 ‘보람 노동’이라고 규정되어지는 것 자체에 화가 나기도 한다. 


    구름 : 사회 복지 첫 면접이 아동 양육 시설이었다. 면접 질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요즘 사회 복지사와 기성 사회복지사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요즘의 사회복지사는 현실적이고 뚜렷한 비전을 원한다면, 기존의 사회복지사는 헌신이나 희생같은 이념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고 대답했다. 이에 이례적이게도 면접 중에 혼이 났다. 사회복지사는 첫째도 희생, 둘째도 희생이라는 게 주요 요지였다. 비전이나 노동 환경의 개선, 자유로운 출퇴근을 꿈꾼다면 기관과 맞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 해당 답변을 면접에 잘 이용했다. 살짝만 앞뒤를 바꿔서 말이다. ‘요즘 세대의 사회복지사는 비전이나 자유로운 출퇴근에 연연한다면, 나는 헌신이나 희생이 멋있어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쪽으로 면접 기조를 바꾸자 그 이후로 면접이 술술 풀렸던 기억이 난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 복지사의 처우에 관한 것. 첫 직장에서 생활 시설 아동에게 맞아서 시퍼렇게 피멍이 든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향후를 묻자 ‘계약직은 상해 보험 적용이 힘들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냐’ 하는 말과 함께. 이 때 문득 사회복지사의 노동자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피치 : 구름이 느꼈던 걸 많이 느꼈다. 나 같은 경우 아동 뿐만 아니라 여성, 아동 양육 시설에도 있어 봤는데, 아이한테 맞은 경험이 있다. 전치 판정이 자주 나왔다. 병원에서 치료비만 100만원 가량 나온 적도 있었다. 국장님이나 기관 관계자들이 ‘타 기관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느냐’라며 ‘전문가라면 선생님이 거기서 학생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당신은 통제력이 없는 것 아니냐’ 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이후 교육을 들으며 패러다임이나 여러 대표님들, 전문가들을 만나며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는데, 노동자, 사회복지사, 당사자와의 관계에서 고민이 많이 들었다.  

  면접을 볼 때도 ‘선생님은 단호한 것과 친절한 게 많이 다르다.’ 라는 지점. 아동 시설에서는 공감할텐데, 친절한 것만이 답도 아니고, 단호한 것만이 답도 아니라는 것. 아동 양육 시설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어주기도 했었는데, 원장님이 ‘이 아이들을 정말 어느 정도로 친절하게 라포 형성을 잘 해야 하는데, 친절과 자립 사이에서 갈등해야 한다는 지점’ 에서 이야기도 많이 했었다. 나는 자립이라고 생각했는데, 기관에서 잘 자고, 잘 먹고가 기성 세대에서는 우선 순위가 아니었나. 그런 회한이 든다. 그래서 해당 기관과 의견이 부딪힌 적도 있었다.


피치는 앞과 같은 상황에서도 내가 이 일이 아니었으면 사회적인 부모라는 걸 느낄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힘들어도 내가 계속 일할 수 있는 이유라고 했다.


애교 : 보람 노동에 대한 담론은 다소 어렵지만, 노동 현장에서 놀랐던 적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징계가 들어갔던 적이 있다. 징계 사유가 뭔가 했는데, 소리를 질러서 징계 사유가 되었다고 한다. 자세한 부분은 잘 알기 힘들었지만, 두루뭉술하게 듣기에는 ‘소리를 질러서’가 사유였다. 내가 돌아보기에도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고 인식한 적이 별로 없는데, 소리를 질렀다고 징계를 당했다고 하니, 다소 당황스러웠다. 왜 그럴까, 고민해 본 적이 있는데, 여전히 의문스러운 지점이 있었다. 따로 징계 위원회나 절차도 따로 없었다. 알고 보니, 관리자가 원하는 실천 방향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교는 꺼내기 힘든 이야기일 것 같음에도 나눠주어 너무 고마웠다. 인사권을 가진 관리자가 비상식적 이유로 부조리한 일을 저지를 때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말도 못했을 것이다. 


   논문에 "자기주도적 전문가라지만 기계 부속품 같은 노동자"라는 부분이 있다. 연구참여자들이 자신들의 보람노동의 큰 장점 중 하나로 꼽는 것이 '자기 주도성이나 자율성을 발휘할 넓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일 수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폭력에 노출되거나 좌절되는 상황이 생길 때 무력감을 느낀 이들도 많았다. 올려치기와 내려치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다.


Q2.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는 어떤 직업인가?’를 중심으로 내가 사회복지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름 : 논문을 읽으며 ‘나는 사회복지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되었다. 해당 논문을 읽기 전에, 사회복지사를 (1) 전문가로서의 사회복지사 (2) 순교자로서의 사회 복지사 (3) 노동자로서의 사회복지사 로 생각했다. 사회복지사 실습을 지역아동센터에서 했는데, 해당 지역아동센터에서 실습하며 ‘한 개인이 사회 사업가로서의 전문성을 최대로 발휘할 때 지역 사회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오는가?’ 에 대해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종교적 선택으로 한 재단에 한 달간 숙식하며 봉사한 적이 있는데, 해당 기관의 종사자를 보며 사회복지사를 ‘봉사자’보다는 ‘순교자’로 인식했던 기억이 난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누군가를 위하는 모습에 감복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며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굳혔던 기억이 난다. (3) 노동자로서의 사회복지사는 이제 현직 사회복지사가 되어서야 생각하게 되고, 이번 논문을 읽으면서야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처우의 문제, 노동 환경의 문제에 있어서 생각하게 되고, 자주 ‘앞으로 이 일을 내가 얼마나, 어떤 정체성을 갖고 하게 될까?’의 고민을 하게 된다.  


Q3. 사회복지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구름 : 희망편으로 이야기하자면, 사회복지사의 중요성은 현재 고령화 현상과 더불어 성장&팽창 위주의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라는 현상과 맞물려 그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복지사 2급이 사라지고, 국가 시험으로 전환됨에 따라 그 전문성이 높아질 것으로도 생각된다. 그럼에 따라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의 위상과 처우가 자연스레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반면 절망편으로 생각해 보자면, 사회복지사의 정체성 자체가 보람노동, 즉 헌신과 희생이 아니면 불가한, 모두가 기피하고 싶어 하고 처우가 아닌 업무 내용 자체가 기피 직업인 ‘Dirty Work’로의 성향을 띈 게 아닌가, 그런 고민이 들 때가 있다. 담론으로써 규정되는 게 아니라, 전문성이 개선되고 처우가 개선된다 한들 다들 하기 싫어하는 일이기 때문에 처우 개선 자체가 힘든 그런 일은 아닌가, 사회가 개선되고, 다양한 직업과 구성원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지난 현대사의 변혁 과정 중에 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이 느린 이유는 결국 기피직업이라 그런 게 아닐까. 그런 탄식이 들곤 한다. 


소감


짱구 : 난 처음엔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일하면서는 소소하게라도 직원들끼리 칭찬해주는 분위기였음 좋겠다. 


원해 :  주제가 명확하니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 추후 임금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피치 : 2시간 동안 너무 알찼다. 확실히 주제 나눔으로 하니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 다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었음에도 '사회복지사'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로서 노동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복지는 이타성을 강조하는 직업이라며 여러 노동 관련 지식, 노조 활동, 정치 활동을 하는 것에 비판적 이야기도 많다. 사회복지사의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처우 개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나. 

더불어 보람 노동이라는 말을 모두 부정하진 않는다.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한 계기에는 이 부분이 많이 차지한다. 하지만 대부분 직업을 선택할 떄 일을 통해 소득 뿐 아니라 소득 외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유독 사회복지사에게만 보람을 강조하는 듯하다.  '보람' 노동자가 아닌 전문성을 가진 평범한 사회복지 노동자로서 인정 받는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사회복지사는 낮은 보수나 받고 아무나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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