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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이지지 Aug 04. 2024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2] 상처를 안고 걷는 인생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산티아고 카미노 블루> (이화규, 미다스북스,2023) 를 읽었다. 상처를 안고 걷는 인생이란 말이 슬펐다. 2018년 엄마는 처음으로 내게 산티아고 순례기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 메니에르와 직장 내 괴롭힘, 가정불화와 폭력으로 일상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어 퇴사했다. 곧바로 남미여행을 떠났고 메니에르 어택을 본 엄마는 기겁을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본격적인 구직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싶었다. 출발하기 2주 전에도 어택이 왔고 응급실에 갔다. 걷기 연습, 밤샘 아르바이트 등이 원인이었다. 다행히 출발 전 몸이 잠잠해졌다. 길바닥에 쓰러져도 휴대폰만 있으면 손가락만 부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살아돌아가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메니에르 재발 후 청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모든 것이 상처로만 남았고 일어설 힘이 필요했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지만 그럴 때일수록 직면해야 한다. 오랜기간 회피했고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순례길을 걸으면 저절로 치유가 된다고 했다. 긴 도보여행을 통해 마음 속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여행과 순례의 의미는 다르지만, 순례의 의미로서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상처 입은 나의 그림자를 직면하고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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