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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이지지 Jun 24. 2020

드디어 책이 나왔다

     막연히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작은 독립출판물도 재미로 내보았지만, 자기만족일 뿐이었다. 책 쓰기 모임을 먼저 참여한 지인이 이 과정을 추천해주었다. 개별적으로 글을 쓰기도 하지만, 그 글을 서로 읽고 피드백해주는 과정이 매우 좋았다고 했다. 나도 함께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용기낸 사람의 동기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올 초 급한 자격증 시험을 끝내고 책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나를 건강하게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두 달을 함께 글을 쓰다보니, 정말 인쇄딘 책자가 회사로 왔다. 생각보다 기뻤다. 힘겹게 써내려 간 한 줄 한 줄이 인쇄된 책을 보니 개운한 느낌도 들었다.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참 쉽지 않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꽤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꺼내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이자 한 번 인쇄된 순간 수정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신중하게 임했다.


  글을 쓰기 전,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을 읽었다. 불안한 골랴드킨을 떠올렸다. 나는 나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글들을 쓰고 싶었다.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나를 말하고 싶었다. 요즘 나는 '나'라는 사람과 같이 있는 기분이 자주 들었다. 내가 타인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다양한 방식으로 규정해야 했다.


  지난 한 해, 이명과 공황에 시달리며 매일 쓰던 일기를 멈추었다. 이미 내 글을 굳어있었다. 밤에 자다가도 과호흡 증상이 와 힘겨운 30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내 손에 쥐어진 책을 보니, 예전처럼 긍정의 말을 내뱉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무언가 더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제 굳어있던 손가락이 조금씩 풀리고 있고, 끝맺음 없이 어수선한 단어들은 문장으로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인쇄된 글은 수정할 수 없다. 결국은 놓아버려야 한다. 함께 글을 쓴 사람들은 이렇게 밖으로 나와 외칠 용기를 낸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했다. 이 용기를 냈기에 치러야만 하는 대가도 있겠지만, 이것만큼은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권이 온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조심히 내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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