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2년, 도망치듯 떠난 오디세이

삶이 바닥 친 순간 시작된 지구 한 바퀴 기록

by Rhi hyun

2022년 2월.

코로나로 닫혔던 세상은 오미크론 변종의 출현과 함께

다시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내 삶은 평온했다.

성취감을 느끼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만의 능력을 발휘했으며, 수입 역시 안정적이었다.


조용한 토요일 오전

모든 게 한순간에 날아갔다.

타인을 위한 진심을 다한 말과 행동이

오해가 되어 돌아왔다.

한 순간에 쫓겨나는 걸 받아들여야만 했다.


삶이 갑자기 바닥으로 향한 후,

그동안 소홀했던 인연들을 만나고 다녔다.

얘기 들어주는 사람들이 고마웠지만 언제까지 그럴 순 없었다.

계속되는 후회와 반추에 집마저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가능한 멀리 떠나는 게 삶의 바닥에서 올라갈 길이라 여겼다.


그렇게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여정을 등 떠밀리듯 시작했다.

사람을 잊고 싶어서, 세상 끝까지 가려했다.

연속적인 실패와 실수가 있었고,

한 순간 따뜻했던 인연과의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

몸과 정신이 버티질 못했다.

세계 일주의 꿈은 단 보름 만에 실패로 끝났다.

다시 한국으로 쫓기듯 돌아가야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집에서 휴식이라는 걸 취할 수 있었다.

중도 포기한 여정에 대한 아쉬움이 올라왔다.

그러던 중 본 영화 한 편.

낯선 타국의 삶을 여럿이서 함께 의지하며 버티는 주제였다.

그 영화 하나에 마음이 움직였다.

다시 떠나자.


그렇게 재도전한 여행.

소형 캐리어에 백팩 하나로 나선 길에서,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짧은 순간들이지만 같이 했던 사람들.

덕분에 회복한 에너지로 지구 반대편까지 갔다.

그곳에서 어릴 적 고향의 기억을 마주했다.

사람들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얼음덩어리에 미지근한 물방울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2022년.

3년 가까이 이어진 감옥이 조금씩 열릴 때

AI가 우리 삶에 들어오기 직전.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에,

지구 끝까지 갔다가 돌아온 한 사람의 오디세이를 지금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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