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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세마리 Sep 07. 2015

잠이오지 않은밤

지나간 연애를 기억하며

'일정은 바꿨니? 주말엔 안된다더라 평일로라도 바꿔서 다녀와'

'응...'

'이제 알아서해라'


삼월. 그는 결혼 확답을 받으면 같이 갈수 있도록 구월 제주도 여행권을 예약해 두었다고 했다.


유월. 부모님이 참으로 희안하게 그를 싫어했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남동생, 친구들도 그를 싫어했다. 이에 더해져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싸웠다. 술을 먹으면 기억을 잘하지 못하고 허튼말을 하는 그사람이 싫어 싸우고, 그는 늦게까지 밖에 있는 내가 싫다며 싸웠다. 한평생을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작은 할아버지랑 같은 동네에 그가 사는 것도 엄마는 싫다 하였다. 지난 삼십여년동안 작은 빌라에 울퉁불퉁하고 모양새도 제각각이었던 계단을 오르내리며 생긴 엄마의 깊은 트라우마 같았다. 엄마의 "평생가난하게 살려고 그러냐"는 모진 말들과 "왜 사랑해주지 않느냐"는 그의 말들사이에서 나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을 느꼈다. 새벽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기 일수였고 아침이면 적잖은 우울감을 느꼈다. 매일같이 다양한 악몽을 꿨다. 참으로 힘든 시간이 점점 견딜수 없게 된 나는 울면서 그의 손을 놓았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팔월. 헤어지고 처음으로 연락이 왔다. 제주도 왕복권이 내 이름으로 예약이 되어있어 어차피 나밖에 못쓰니 날짜가 안되면 변경해서라도 가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했다 했다. 그의 카톡에는 누군가의 이니셜과 함께 떡하니 하트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다른 SNS에서 나는 여자친구와 같이찍은 사진을 메인으로 해둔 것을 보고말았다.


나와 그렇게도 결혼하고 싶다고 했던 그였다.  헤어지기 싫다고 돌아오라고 했던 그였는데. 헤어진지 두달.. 그는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랑에 빠져있었다.


갑자기 나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지금곁에 아무도 있지 않은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듯이 그들은 활짝 웃고 있었다. '이걸 나보고 보라고 올린건가' 불끈 욱하는 마음이 들어 화가 났다가, 나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서운했다가 내마음은 하릴없이 왔다갔다 했다. 눈물도 볼을 타고 하릴없이 흘렀다.


참아야했는데 전화를 해버렸다. 너무 늦은시각인지 받지 않았다. 난또한번 '바보'가 되었다.


언제까지 이 '바보' 놀이는 계속될런지..

이제 정말 종지부를 찍고싶다.

더이상의 '바보'는 그만하고 싶다.

잠도 잘자고 싶다. 제발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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