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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세마리 Sep 29. 2015

우리는 운명?! 1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나혼자


소개팅이 들어왔다.

'누나! 여자친구 선배님인데 괜찮대요. 한번 만나보실래요?'

2015년. 올해들어 급격히 줄어든 소개팅에 이제는 나이가 들어 소개팅도 없나보다 하며 내심 슬퍼하고 있는데 가뭄의 단비같은 소개팅 카톡이 아침부터 나를 반겼다. '소개팅을 알리는 카톡'이 형체가 있다면 나는 아마 버선발로 달려가 안아줬을 것이다.

어떤 일을 하고 나이는 어떻고 어디에 살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직장이 같다! 게다가 같은 지역에 산다! 이런건 꼭해줘야해~

'응응 나 하고싶어 K야 나 해줘해줘~^^*'

'오키 누나 알았어요 한번 물어볼게요! 곧 연락 갈거예요!'


나보다 네살 연상이었던 그는 전문직에
나름 훈훈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나도...
그 전문직 훈훈남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직장이 같으므로 오가며 나를 봤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밥을 먹는 나를 보고 시끄럽다 여겼을까? 걸음걸이가 약간 팔자네 하며 실망하였을까? 아니면 직원 사이트에 올라간 사진을 본걸까.. 그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고 누가 그랬는데 쩝..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다.

'K야 불발된거 같아.. 그분 연락이 없네..'

'아 정말요? 여자친구한테 물어볼게요!! 왜 연락안하지. 소개팅 한다고 했다던데..'

'아니야 아니야 여자친구 부담주지마..어쨋든 고마워 K야~'


퇴근 후 직장과 가까운 백화점으로 살것이 있어 걸어가던 중이었다. 마주오는 사람들 두세명이 보였는데 그중 한명이 흠칫 놀라는 것이 보였다.

'왜 나를 보고 귀신보듯 놀라는 것이야?;'
자연스레 놀라는 그분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K가 줬던 사진속의 그분이 놀란 토끼눈이 되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나를 이미 본적이 있어 단번에 나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아마도 내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었나보지. 직장이 같으니까 어디선가 나를 보고 '안만나야지' 했겠다 싶었지만 생각할수록 기분은 좋지 않았다.




세달이 흘렀다. 버선발로 나가 반기고픈 소개팅 카톡은 울리지 않고, 결혼식 청첩장 준다고 만날 약속을 잡는 단체카톡들만이 질세라 울려대었다.

황금같은 토요일 저녁. 나는 대학동기의 청첩장을 받으러 모임에 나갔다. 대학동기이지만 나보다 어린 남자동생이 장가를 간단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동기오빠가 걱정어린 얼굴로 말했다.

"너도 빨리 시집 가야지!! 조금더 지나면 좋은남자 없다~~"

"알아요~ 소개나 좀 시켜줘요! 일인당 한사람씩 할당!! 잘할게!"

없어보이는 줄 알지만.. 그렇게 홍보+압박을 하지 않으면 이제 소개팅도 들어오지 않는다는걸 알기에.. 나는 자존심이란 것은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는양, 모두 내려놓고 나를 헐값에 내놓았다.


몇일뒤.
'소개팅할려? 네살연상인데 사람이 괜찮데! 우리 장모님 친구분 아들이야~'

지난 토요일, 나를 내려놓고 했던 홍보+압박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런것을 두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했던가! 음하하

'아 정말요? 고마워요 오빠! 어떤분인데요?^^'

'응응 네살연상이고 너네동네 살껄?! 직장이..'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삼개월전 불발된 소개팅남분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이 넓은 한국에 남자가 몇명인데 같은 사람이 소개팅이 들어오겠어?

'그 사람 이름은 J고..'

헉..
같은사람이었다.
같은 직장의 전문직 훈훈남..
어찌이런일이?! 두번이나 소개팅이 들어오다니! 우리는 운명인가??

그도 그의 어머니에게 내 이야기를 듣고 놀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우리는 운명인가 하고.

혼자 기분좋은 상상을 하며 소개해준 오빠에게 그분 들어본거 같다고 살짝 이야기하고(차마 소개팅 들어왔었는데 연락이 안왔다고는 못했다) 소개팅 하겠다고 고맙다고 하였다.

설마 두번째 들어온건데 안하겠어? 그리고 이건 소개팅이 아니라 어머님들이 해주시는 '선'이라고 '선'!!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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