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이야기
백번의 소개팅을 하면서 이 말은 정말 진리임을 알게 되었다.
"난 적극적인 여자가 좋더라"
라고 말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그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 말은 자신이 '선택한 여자' 중에 '적극적인 여자'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선택하지 않은 여자는? 적극적이든지 말든지 아웃오브 안중!
이처럼 소개팅 남녀는 냉정한 관계다.
나는 요즘 서로다른 이 두 권리에 대해 골몰히 생각중이다. 여자는 선택할 권리가 없으므로 선택을 받으려고 나를 꾸며야 한다. 깃털에 장식을 달고 이성에게 선택 받으려고 힘들게 날개를 펼치고 있는 공작새처럼. 귀에는 귀걸이를 목에는 목걸이를 손가락에는 반지를 낀다. 잘록한 허리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딱붙는 원피스를 입어야 하고 피부를 좋아보이게 하기 위해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른다. 이는 거부할 권리도 부리기 위해서인데 많은 선택이 되야 그 중에 거부권도 행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권리마저 부리지 못한 채로 소개팅은 끝난다. (물론 그 권리를 부리지 않아야 커플이 되지만)
'선택'이라는 남자의 권리는 소개팅이후에 (무조건 어쨋든) 여자를 선택하거나 또는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여자의 권리보다 '먼저' 행해지고 '항상' 행해지지만, 여자의 권리는 남자에게 선택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행해질 수 있으므로 남자보다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확률은 반으로 떨어진다고 하겠다.
여자가 선택하고 남자가 거부할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면?! 나는 그랬다면 지금쯤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을 것이다. 선택하고 싶은 남자들도 많았으나 표현하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던 경우도 많았었다. 난 선택의 권리가 없는 '여자'이니까. 남자들처럼 내가 선택하고 공들여서 내 사람으로 만들 자신은 있는데 백화점 진열대에 놓인 상품들처럼 선택받기를 바라고 있다가, 만약 선택을 받아도 '밀당'이라는 것을 성공적으로 해야하는 이 머리아픈 일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소개팅을 했음에도 짝을 만나지 못한걸까.. 또르르
요즈음 본의 아니게 짧은 시간에 소개팅을 세개를 했다. 소개팅 들어오는 것을 표를 주고 '넌 일주일 뒤에 오시오' 하면 얼마나 좋을까? 희한하게도 소개팅은 꼭 겹쳐서 들어온다. 밀물처럼 확- 몰려서 들어왔다가 없을 때에는 썰물처럼 빠져버린다.
소개팅 세개 중 두개는 각각 세번의 데이트를 하고선 남자쪽에서 선택할 권리에서 '선택'쪽의 깃발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내가 '거부'의 권리를 행하였다. 그들을 받아주고 싶었으나 만남 이후에는 생각이 나지 않으니 가지않는 마음을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문제는 마지막 남은 한개의 소개팅. 이분과는 두번의 데이트를 했다. 나는 여기서 남자가 '선택'의 깃발을 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면 나는 거부의 권리를 포기한채 그의 선택에 응해줄텐데... 그는 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루는 '선택'의 깃발을 드는 것 같다가도 다음날에는 '선택안함'의 깃발을 드는것 같아 깃발만 쳐다보는 나는 목이 아플 지경이다.
요즘 정말 남녀의 두 권리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정말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