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세마리 Sep 08. 2015

연애의 달인과 소개팅

제약회사 영업사원 차태현군

"까톡"

명쾌한 카톡소리와 함께 메세지가 날아왔다.

'언니 소개팅하나 하실래요? 원래 저한테 들어온건데 제가하기엔 나이가 좀 많은거 같아서 언니생각이 났어요!  S대 경영학과 나왔고 D제약회사 근무하는데 생긴것도 괜찮대요~생각해봐용 ㅎㅎ'


오호라~~ 아침부터 왠 로또?!

'당연히 해야지~ 생각할게 없는걸?!히히 언니생각해주고 너무 고맙다야~ 잘만나볼게!!'


아.. 요즘 힘든 업무에 치이는 나에게 하느님이 선물 주시는건가? 설레인다 설레여~~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몇번의 카톡이 오간 후 몇일이 지나 강남역의 핫한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만났다.

'ㅇㅇ로 몇시까지 오세요~ 예약해 놓을게요'


맛있고 고급지기로 유명한 레스토랑 이름도, 예약해놓는다는 그의 정성어린 마음도, 모두 마음에 들었던 나는 설레임으로 마치 날듯이 강남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더 설레이게 한 것은! 예약했다던 그 레스토랑 앞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그였다. 그는 정말 딱 차태현을 닮은 얼굴에 센스있는 옷차림을 하고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정말 내 이상형에 딱 맞아떨어지는 그의 모습에 나는 '잘하자 잘하자!'를 맘속깊이 외치며 때아닌 주먹을 쥐고선 그와 인사를 하였다.


주황색 불빛으로 따뜻한 온기를 가득 매운 레스토랑은 죄다 남녀 커플들이었다. 절반은 소개팅 같았지만.. 그만큼 소개팅 하기 완벽한 조건을 갖춘 레스토랑임을 말하는 듯 했다. 창가에 비친 내 모습은 노랑빛을 온몸으로 받아 실제의 나보다 피부도 고와보이고 예뻐보이는 것 같았다.


피자와 파스타 광인 나는 먹음직스런 그것들 앞에서 평소의 나와 다른 모습으로 식사를 했다. 조금만 집어서 예쁘게 먹으려 노력했고 입가에 조금 묻으면 닦아내면서 최대한 여성스럽게 먹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녁을 먹고, 커피는 가로수길에서 마시기로 하여 차로 이동하였다.


가로수길로 가는길

그의 차에 올랐다. 그의 차는 딱봐도 값나가는 흰색의 BMW..


"차가 예뻐요~"

차안에서의 어색한 공기가 싫어서  마음에도 없는 차에 대한 칭찬을 하였다. 그는 자신이 차욕심이 있어서 하나 장만했다고, 36개월 할부를 갚는 중이며 돈이많아서 산것은 아니라는 것과 자신은 작은 방에서 자취를 한다며 묻지도 않은 자신의 신상을 털어놓았다.


'차에 대한 겸손인가?! 몰라몰라~그냥 멋진것같아'


이미 그에게 꽂힌 나는 여유자금이 없는데 빚을 내서 할부로 외제차를 사고 정작 본인은 작은 자취방에 산다는 그 의미따위은 판단의 가치가 없는 사실이었다.


차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로수길에 도착했다. 소개팅의 정석처럼 밥을 얻어 먹었으니 후식을 산다는 요량으로 들어간 커피숍은 일반 커피숍의 두배의 값을  받았지만 일단, 나의 다크서클을 가려줄 수 있을 정도로 어두침침한 것이 맘에 들었고 조용하게 깔리는 음악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커피두잔을 나란히 시키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던 중 그는 잠시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하였다.  


그 까페는 앞면이 모두 유리였으므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를 볼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의 옆모습이 보였는데 흰색 연기가 그의 입에서 유유히 빠져나왔고 이따금 담배를 살포시 빨아주는 모습이 보였다. 담배피는 모습이 저리도 멋있던가! 커피에 꽂힌 빨대를 괜히 쪽쪽 빨면서  그의 옆모습을 흘끔흘끔 보았다. 흡연을 마치고 그는 안으로 들어와서 차태현 미소를 날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우리집은 서울과 한시간 거리의 근교. 거리도 그렇고, 태워달라고 하기도 뭐한 늦은 시간이었지만 내심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어느쪽이시죠?"

" 아 집이 좀 멀어요. 피곤하실텐데 버스타고 가도되요~"


우선 예의상 던졌다. 같이있고 싶은 마음을

숨긴채!


"아그래요? 버스 어디서타세요? 버스타시는 곳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엥?.. 이게아닌데..


십분이 지났을까. 그는 고맙게도(?) 내가 타는 버스가 스는 정류장앞에 재빠르게 나를 떨궈주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하염없이기다리며 또한번의 끝나버린 소개팅의 허무함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어김없이 밝아왔다. 그것도 화창하게.. 나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설레임 없는 마음으로 터덜터덜 힘없이 출근했다. 그간의 소개팅을 해본 경험으로 집에 데려다 주지 않는것, "괜찮아요" 한마디 말로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르게 버스정류장 앞에 나를 뱉어내듯 내려준 것은 '너한테 관심없음' 이라는 무언의 메세지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에 나의 기분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왜 나를 싫어하는 것일까.. 내가 뭐 실수한 것이라도 있나? 옷을 잘못입었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스스로 자책을 하며 희망이 없는 듯이 영혼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까톡 까톡"

유난히 세상과 동떨어진 음처럼 카톡소리가 들려왔다. 감흥없이 쳐다본 카톡엔

"쌤씨"

"굿모닝~ 출근잘했어요?^^"


어제 쌩하니 나를 내려주고 갔던 그의 흰 BMW를 프로필 사진으로 한, 차태현이 미소를 날리며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 헉!!그오빠네!! 어떻게 어떻게~~'


'바로 답 할까? 아무렇지 않은듯? 네 ㅋ 이렇게?'


'아니야 너무 바로 답하면 연락을 기다린 것 같으니 오분뒤에 하자'


'아니야 그럼 너무 뻔한거 같은데?! 일부러 그런걸 알수도 있잖아'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판단이 힘들었다.


"굿모닝~ 무사히 출근완료! 오빠도 출근 잘하셨죠?!^^"


어디서 본것대로 '칠분'뒤에 답을 했다.


"그럼그럼~ 어제 멀리까지 나와서 힘들었겠다 일많아요?"

와 또 물음표네!!  나한테 관심이 아예없는것은 아닌가봐~

맘에드는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표한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몇번의 대화가 오갔고 점심을 잘 먹으라며 마무리 인사를 하였다.


월, 화, 수..

오전 오후의 몇번의 카톡, 퇴근 후의 전화.우리는 많지는 않지만 끊이지 않고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연락이 너무 없으면 나도 먼저 연락을 하였다. 너무 여자가 튕기면 달아난다는  동생의 조언때문이었다.


..to be continu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