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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페이퍼 Apr 07. 2024

5. 청소와 정리가 다르다고?

정리란 무엇입니까? 

다들 '청소'와 '정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가?


아이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집안꼴이 그렇듯 주중에는 늘 난장판이었다. 걸레질은 사치요, 청소기 한번 밀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터라 평일의 집은 포기하고 살았었다. 그래도 주말이면 최소한 반나절을 투자해서 분리수거, 화장실 청소, 걸레질을 열심히 했다. 늘 의문이 되었던 건 청소가 끝난 그 순간이었다. 남편과 나 둘 다 집을 치운다고 이렇게 지쳤는데, 왜 집은 너저분한 느낌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유튜브 짤방을 보다가 우연히 그 이유를 찾았다.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서였는지 청소전문가의 영상이 떠서 무심코 눌렀는데 첫마디가 이거였다. "여러분, 이걸 아셔야 해요. 청소와 정리는 달라요." 

엥? 청소와 정리가 다르다고? 청소 = 정리 아닌가?  관련 영상을 몇 개 더 찾아보고 나서야 알았다. 청소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밖에서 깨끗하게 하는 것이고, 정리는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청소는 (내 기준에서) 열심히 했지만, 정리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결혼하고 나서 남편과 가장 많이 부딪친 것이 이런 부분이었다. 나는 물건을 쓰면 그냥 그 자리에 두곤 했다. 딱히 어떤 물건의 자리를 정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고, 어차피 또 쓸 텐데 굳이 왜 어딘가에 넣어두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있었다. 게다가 어딘가에 잘 넣어두면,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은 내가 넣어두었다는 사실뿐 그 어딘가는 100% 까먹어버리고 마는 탓에 더 그랬던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여러 개 사는 경우가 많았다. 풀이나 지우개는 다반사고, 그 결정적 예가 바로 귀이개다. 귀 파는 걸 좋아하는 나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편의점에 들러 귀이개를 사고 말았으니 말이다. 결혼 한지 10년, 신혼 초 남편의 성향을 따라 물건에 제자리를 정해두고 그 자리에 두었더라면 지금쯤 정리라는 걸 할 줄 아는 인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쉽게도 아니다. 고집 센 나에게 남편이 적응해 버렸다. 


여하튼 이제 청소를 열심히 해도 집이 너저분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았다. 그렇다면 나의 한시적 백수시절 해야 할 일이 하나 정해졌다. 나는 집을 정리하기로 했다. 자... 그런데 이걸 어디부터 손을 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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