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안개와 같다.

시간은 내편이다.

by 노연석

삶은 안개와 같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펼쳐진 운무와 같은 안개가 마을을 뒤덮어 버렸다.

마치 나의 앞길에 내려앉은 안개와 같이.


삶은 살아봐야 그 가치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이 있더라도 헤쳐 나아갈 수 있었지만 오늘 눈 앞에 펼쳐진 안개와 같은 가로막들이 나를 다시 흔든다. 언제나 삶이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내가 어떤 길로 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다.

오늘은 너무 짖게 내려앉은 안개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한다.


한 번은 시골집을 가려고 나선 날 출발부터 안개가 가득하여 거북이 걸음으로 달려보지만 시골집에 도착할 때까지 안개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시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늘 다니던 길이라 바로 앞에 보이는 도로와 설치물들을 보며 감으로 길을 헤쳐나갔던 기억이 난다.


내 삶에 드리워진 안개도 이렇게 나의 오감을 발휘하여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들도 같은 안갯속에 있으니 몇 개의 감각기관이 더해질 뿐이다.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은 수도 많이 일어난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돌아보면 우리는 그 역경을 헤쳐 나왔고 그 역경을 발판을 삼아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수많은 역경을 헤쳐 왔지만 새롭게 당면하는 문제에 인간의 망각은 또다시 두려움과 걱정을 몰고 온다. 괜찮을 거야, 잘할 수 있을 거야, 난 괜찮아라고 다짐은 하지만 마음속 저 아래에는 나도 모를 두려움이 안개와 같이 깔려있어 해가 뜨기만을 바라고 있다.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말?

맞는 말이다. 지금 내가 아무리 두려움에 빠지거나 걱정을 하고 있어 봐야 그 문제를 접하지 않아서 일뿐 그 문제를 내 안으로 가져오는 순간 인간은 자연스럽게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고 어느 순간 실마리가 풀리고 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또 망각을 한다.


인간이란 참 간사하다.

그런 어려웠던 시기는 강제소환을 하지 않는 한 회자되지 않는다. 가끔 술안주로 올라와 맛있는 안주가 되어 주지만 망각하고 싶은 하나이다.


눈앞에 펼쳐진 안개는 장관을 만들었지만 내 마음에 펼쳐진 안개는 두려움과 걱정을 몰고 왔다.

시간은 내편이니 조바심을 갖지 않고 기다려 보기로 한다. 훗날 선술집에서 좋은 안주거리가 되어 줄 거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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