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마저 없었더라면 내마음은 돌이 되었겠지
공허함마저 내 삶의 일부이니 받아들이고 공허함을 채우는 삶을 살려한다. 하지만 난 너를 8할만 채우려 한다. 나머지 2할은 내가 살아가야 할 목적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비워내고 돌아오던 날.
나는 유(有)에서로 무(無)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본래 인간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나 삶을 영위하다 다시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 처럼 말이다.
내가 가졌던 모든 지식들은 이제 나를 떠나 다른 사람이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내가 만들어 낸 문서들을 Delete키를 눌러 한방에 날려버리고 나의 28.5년의 생활을 보내 주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돌아오는 건 공허함 너뿐이었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생각은 잠시 해 봤지만 나에게 그런 고민을 위해 할당할 시간이 없었고 미련도 없었다. 빨리 그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곳이 싫어서가 아니라 계속 앉아 있다가는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감싸고 놓아 주지 않을 것만 같아 나는 서둘러서 주변정리를 시작 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던 시간, 밀린 숙제를 병행하며 감사했던 분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동안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한사람 한사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이었는지도 새삼 깨닫는다. 아무리 시간을 쪼개어도 사람들을 다 만날 수가 없었다. 내가 초인이라도 주어진 시간안에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해 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마지막 남은 30분도 안되는 시간안에 나는 내가 파일들을 모두 삭제하고 PC는 반납해 버리고 내 주변의 물건들도 모두 모아 쓰레기통에 쏟아 부어 버렸다. 무언가 정리할 정신도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기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두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 회사를 그만 두는 사람이 박스에 몇가지 물건만 담아서 나오는 장면들을 넣고는 하는데 이런 모습이라도 연출을 해야 하는 마음이었지만 부서에서 건내어준 선물과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기분이 묘하다. 부서원들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배웅을 해 주는데 내일도 이곳으로 출근해야 할 것 같은데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부서원들의 배웅을 등뒤로 하고 나는 회사를 나섰다.
매주마다 코로나19로 회사든 집이든 일을 해야 했던 몇개월의 시간을 이제는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일요일에는 정전으로 인한 작업도 하루 종일 있는데 그것도 이제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자유로워진건가? 하지만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지 알수가 없다.
회사 문을 나오는 내 몸은 진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내 마음 속 공허함과 복잡한 감정을 표출해 내고 있었다.
Positive thinking & Design Thi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