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

관계의 거리

by 노연석

요즘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과의 어쩔 수 없는 물리적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식당에서도 식탁 간의 거리를 기존보다 넓게 배치하거나 파티션을 설치하여 비말로 인한 감염을 최소화하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의 안정을 위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죠.


식물을 재배할 때도 식물 간의 적당한 거리를 띄워서 심고 키웁니다. 그 적당한 거리는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곳이 흙과 비, 바람, 태양 등 자연적 요소들이기 때에 너무 촘촘하게 심으면 충분한 영향분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그늘에 가려져 일조량이 떨어지는 등 모두가 잘 자라나지 못하게 됩니다. 거리가 너무 멀어지게 되면 비, 바람에 견디어 내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하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심어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 엄청나게 붐 피는 지하철 객차 안에는 서로가 불편하고 불쾌할 만큼의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불편은 감수하며 살아가고는 있습니다. 이런 물리적 거리는 그래도 순간 지나가는 일이기 때문에 참고 견디어 낼만 합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정해놓은 반경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내가 불편해하는 점을 알지 못한 채 내 울타리를 넘어서고는 합니다.


나와 상사와의 거리는 최대한 멀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씩 사무실 레이아웃을 조정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그렇게 하기를 바랍니다. 그때 누군가는 부서장, 파트장 등의 보직간부들과 가까운 곳에 앉아야 합니다. 반면 내 옆자리 뒷자리 또는 앞자리에는 가능하면 나와 친한 사람이 앉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내 의지대로 결정되는 것은 없습니다. 운 좋게 얻어걸릴 뿐.


저는 거의 5년 정도를 고객의 옆자리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4년을 그렇게 일을 하다가 부서를 바꾸었는데 어쩌다 보니 또 고객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같은 회사 직원도 아니고 고객과 같이 앉아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입니다. 그분들과의 빠르게 거리를 좁혀가는 방법밖에 피할 수 없습니다.


도급법에 의하면 갑과 을은 같은 사무공간에서 일을 하면 안 되고 분리된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지만 예외 규정도 있는데 그 예외 규정 때문에 같이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IT회사이다 보니 사람이 자산이지만 부족한 인력은 아웃소싱을 해야 합니다. 아웃소싱의 목적이야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저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웃소싱 대상 업체 즉 파트너사 인력분들과는 철저하게 업무공간을 분리하에 제공됩니다. 그리고 심지어 갑과 을 간에 같은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업무 분리도 또는 업무공정 분리 등으로 철저하게 접촉을 하지 못하는 구조로 만들어 운영합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한 사무실에서 서로를 도우며 밤도 새우고 어려운 일들을 같이 헤쳐 나온 사람들인데 어느 순간 이산가족과 같이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자주 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업무공간의 분리는 사람 사는 냄새를 없애 버렸고 업무 효율도 매우 저하되게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고 난 후로는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일하면서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파트너사의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고객의 옆에 앉아 불편해하는 것처럼 파트너사 분들도 내 옆자리는 반기지 않겠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그분들과의 멀어진 물리적 거리가 만들어 내는 심리적 거리의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 우리는 심리적 거리 감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이렇게 강제적인 물리적 거리를 가져가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약간의 심리적 거리에 대한 보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주 부딪히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물리적 거리를 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갑과 을의 관계는 법으로 규정하는 적당한 거리, 물리적 거리를 요구됩니다.


잘 알고 지내는 친밀도가 높은 사람과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는 매우 가까워도 부담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동기이거나 오랫동안 같이 일하면서 정들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선배와의 거리는 조금 멀었으면 좋겠습니다. 선배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리를 좁혀가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보직장들과의 거리는 좀 더 멀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간혹 매운 친밀감을 보이며 가까이 가려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고가를 잘 받고 싶어 하거나 빨리 승진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제 주변에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네요. 그냥 멀리하고 싶은 사람, 가능하면 나를 불러주지 않았으면 하는 먼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대상입니다.


직장의 사람들과의 거리는 얼마만큼으로 유지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답이라는 게 있을 수 없겠지만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빠른 승진을 원하는 사람은 튼튼한 줄을 타야 하니 그 라인에 있는 분들에게 잘 보이고 관계의 거리를 내가 좁혀갑니다. 물론 상사들이 이런 사람들은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분들과 코드를 잘 맞춰가고 진심으로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보여줘야겠지요. 줄타기를 하며 아부하며 일을 해 나가는 것은 모두가 쉽게 알아 채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집니다.

그런 기회를 통해 내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멀리할 사람, 가까이할 사람 등을 분리해 냅니다. 대부분 거리가 가까워져도 거부감이 많지 않지만 그래도 어디 가나 거리를 두고 싶은 그런 한 사람은 있습니다. 일하면서 부딪히지 않기만을 바라며 살아가죠.


직장에서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시간입니다.

단번에 알아차리고 거리를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한두 번의 만남으로 사람을 충분히 알 수 없기에 시간이 필요하고 그 충분한 시간이 채워지기 전까지는 먼 거리에 두고 관찰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거리가 가까워진 사람들과 먼 거리에 있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회의나 같은 업무 그리고 회식자리 등을 통해 사람들을 알아 갑니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적당한 거리를 결정합니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가까운 거리로 두어도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단 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몇 번 생겼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경험상 세명 이상이 되면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잘 꺼내 내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고 상대방도 마찬 가지입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처음에는 서먹서먹하여 대부분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놔야 할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통의 주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만약 그런 주제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거리가 가까워지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국 대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알아 갑니다. 평소 눈에 보이는 행동이나 사무적인 말투 등에서는 진정한 한 사람을 알아내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서먹서먹할 때 머릿속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엄청난 회전을 시켜보지만 어떤 것을 꺼내어 낼지 결정하기도 사실 쉽지 않습니다. 내가 상대방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먼저 내놓지 않고서는 대화가 원활히 진행될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놓는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제 못한 상황이면 뭐라도 꺼내어 놓지 않으면 공통의 주제를 찾아낼 수 없기도 하고 계속 어색해해야 하기 때문이죠.


가능하다면 사람들 간의 거리를 가깝게 하세요.

정말 싫은 사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싫은 사람과의 거리를 좁힐 수는 없겠죠. 하지만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주변 환경이 나쁜 사람을 만들고 오해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내 기억 속에 묶어 두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말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것을 떠나서라도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혀 간다는 것은 가끔은 내가 희생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많은 도움을 받고 위안을 받고 내 상처를 치료하며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람은 사람과의 대면을 통해 살아가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찾으며 살아가는데 내 주변에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만한 사람이 없도록 거리를 두고 있다면 삶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요? 삶이 재미가 있을까요?


거리 조정은 유연하게

어떨 땐 간혹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관계를 무기로 나에게 무리한 부탁을 한다거나 내가 뭔가 계속 손해를 보는 일들이 생기는 일들이 있는데 그럴 때 나를 계속 이용해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라도 이럴 때 조금 더 멀리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무리한 부탁엔 단호하게 거절을 할 줄도 얼아야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서로 간의 거리를 더 멀어지지 않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조금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먼 거리에 두었던 이유야 있겠지만 지금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거리를 가깝게 하고 계속 유지를 해 가는 방법도 고민을 해 봐야 합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기 때문에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어려운 부탁이 아니고서야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 오히려 기뻐하며 생각과 다르게 흔쾌히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 그런 존재라는 것에 매우 자부심을 갖게 되는 거죠.

그러니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 부탁을 할 때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흔쾌히 받아 주세요. 그러면 당신은 언젠가 그로 인해 상대방에게 다시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