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으면 벌어지는 일 II

지나친 관계의 관여

by 노연석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 상대방에게 불편하게 하는데서 생기기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나의 욕심으로 선을 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고 협업하며 일을 하고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 부서의 사람들과 관련이 있어 그들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가야 일이 잘 풀린다.


내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하나씩 그림을 그려 가는 것과 같다. 우리 조직은 신생 조직이고 무엇하나 처음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어디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모르는 일이 대부분이고 일의 시작점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일의 시작점이라는 것이 사람을 찾아내고 우리의 일에 도움을 주거나 지원을 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한 번에 담당자를 찾아낼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을 거쳐야 적임자를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첫 만남. 메신저, 전화, 이메일 등 어떤 것을 선택하여 연락을 할지는 각자의 취향인 것 같다. 메신저, 이메일로는 피드백이 늦기 때문에 빠른 업무처리를 위한 다면 전화가 좋다.

하지만 전화는 때로는 충분한 설명이 부족할수도 있고 듣는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메일로 일에 대한 사전 설명을 전달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일하는 스타일은 각자의 방법대로 진행을 하면 되는 것이 어떤 것이 맞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 우리의 목적은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상대방이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하여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관계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각자의 입장 차이로 인한 줄다리기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쪽도 본인이 손해 보는 일은 하고 싶지 않고 그 일로 인한 성과를 만들어 내어야 하기 때문에 늘 줄다리기를 하듯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 마련이다.


회사에는 많은 프로세스들과 프로세스마다의 담당자들이 정해져 있지만 우리처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 회사의 프로세스가 전혀 쓸모없을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맨땅에 해딩하는 감례를 할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사람을 찾아 해멜수 밖에 없다. 우리와의 관계를 맺을 사람을 찾는다.


전화 통화로의 일의 시작은 자칫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어 첫인상을 망칠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전화를 했고 우리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하는 일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담당자인지 확인하고 양해를 구하고 호감이 가도록 해야 한다.


메일로 연락을 할 때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메일을 받아 보는 사람이 마치 자신을 을로 생각하고 일방적인 지시와 같은 문장들로 메일을 보내면 상대방은 메일을 덮어버리고 못 본척할지도 모른다. 물론 사내 메일은 개봉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지만 티 나지 않게 메일을 열어보는 방법들도 있으니 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이 없다면 메일 내용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얼굴 보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최고이다. 일단 얼굴을 익히고 나면 서로를 충분히 알아가기 전까지는 서로 간에 알 수 없는 견제를 하기도 하고 처음엔 서로의 진면목을 모르기 때문에 일정한 관계의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어떤 방법으로든 일이 시작되었다면 자주 만나서 회의도 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요청하고 전화, 메일 등이 늘어 가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갈등 시작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일을 해 줌으로써 나에게 돌아올 이득을 챙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로간의 견재가 시작되고 심하면 싸움까지 가기도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너무 충격적인 사람들의 행동, 태도, 프로세스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번에 답을 찾을 수 없으리라고는 예상을 하지만 기왕이면 바로 가기를 바라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세상일이라는 게 쉬운 일이라는 것 자체가 없으며 헝클어진 실타래를 천천히 한가닥 한가닥 정성 들여 풀어가야 하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지름길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길의 끝에는 항상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가끔 과정을 뛰어넘으려고 가위를 든다. 그러면 실타래가 풀리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 풀어놓은 실은 사용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거나 그 실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들어 놓게 된다.

욕심이 불러오는 관계의 선을 넘어선 행동으로 인한 결과 물이다.


살다 살다 이렇게 엉켜버린 실타래는 처음 보았다. 어디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늘 최대 침착해 지려 노력을 했다. 통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주체할 수 없이 흥분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참았다.


조금이라도 내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느끼면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주고 호응해 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설득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대단한 일도 아닌데 뭘 그리 협조를 잘해 주지 않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대충 이런 식이였다.


"당신이 할 일이 아닌데 왜 손을 대느냐?"

그럼 알아서 좀 잘 챙겨주면 좋을 텐데, 당신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내가 움직이는 거다.

나도 바쁜 사람이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그 일은 아무개를 통해서 요청해 주세요?"

왜? 그 일의 당사자인 내가 직접 처리 싶은데 꼭 한 다리, 두 다리 건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당신과 이야기 해야 하는 건가?

도대체 왜 이러세요.


"룰과 프로세스대로 진행해 주세요?"

"이건 이 분과 다시 협의를 해 주세요?"

네, 그래서 오늘은 당신들이 요구하는대로 진행을 한 건데 왜 또 다른 핑계를 대며 안 된다는 건데요?


난 이렇게 일을 해 본 적이 없다. 나와 일했던 사람들 누구도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모두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라 그랬던가? 대부분 이런 상황이면 자신의 일이 아니어도 담당자를 찾아 알려준다. 그리고 담당자라면 정말 친절하게 잘 도와준다.


결과적으로 우리와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목적지로 가고 있는 사람들끼리 상황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어디에도 정해져 있지 않은 룰과 프로세스를 들이대면서 지켜 달라고 하는가? 회사 프로세스 어디를 뒤져봐도 없는 프로세스를 본인들끼리 만들어 놓고 공표도 하지 않고 프로세스라고 우기는가?

핑퐁은 어찌나 잘 처대는지. 그 실력은 국가대표급이다.




이쯤에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 보려 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들이 하는 일에 관여를 하며 선을 넘어 버린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에 이름 모를 망아지 한 마리가 들어와 휘젓고 다니는 걸 보고 있자니 당혹스러웠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들이 프로세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의 생태계에는 이미 전통적으로 내려온 것과 같이 자리 잡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 그 법을 따르지 않고 잘못되었다고 떠들어 대고 있는 격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이슈들은 대부분 그 문제의 조직 리더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위에서 그렇게 시킨 것이지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든 간에 일에 대한 정리가 되면 실무진을 만나서 일을 진행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너무도 친절하고 실무를 진행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해 주면 오히려 나를 더 공감해 주는 것 같다.

그분들이 공감을 잘해 주는 것인지?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의 윗사람들이 늘 일을 어렵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눈치다.


나중에 알고 보면 그들의 세게에 나는 불청객은 맞지만 내가 불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에 룰과 프로세스를 자신들이 준수를 하지 못하면서 나 같은 사람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부서 내부의 갈등, 협업을 하기로 한 부서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현상들인데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해서 어디 장사를 해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그들처럼 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그냥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핑계로 관계를 정의 해 버리고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지?

내가 너무 열심히 일 하려던 욕심이 불러온 것인가? 회사일에 열심히 살지 않겠다고 다짐 해 놓고 나는 또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인가?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늘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우리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대방이 생각하는 방법은 내가 생각한 것과 차이가 있는데 내 문제에만 집중 해서 충분한 설명, 배려 없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돼요? 안돼요?"

그러면 상대방은 "네. 안돼요. 공문을 보내 주세요."라는 답변을 돌려줄 수밖에 없다.


<사진 : 愚木混株 Cdd20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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