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시작

3월

by 노연석

Windows OS 시작 메뉴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다시 시작을 만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폰의 전원 버튼을 길게 누르면 다시 시작을 만날 수 있다.

Mac OS에서는 사과 메뉴를 선택하면 재시동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OS를 가진 기기들은 오래 사용하다 보면 느려지고, 오류가 나는 등 정상적인 동작을 하지 않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기기마다 가지고 있는 CPU, 메모리의 차이가 있어서 어떤 기기는 더 오랜 시간을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껐다 켜는 다시 시작을 해 줘야 처음처럼 쌩쌩하게 돌아간다.


3월, 다시 시작

많은 것들이 3월에서 다시 시작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 학기의 시작이 그렇고,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회사도 3월부터 다시 시작을 한다. 그렇게 1년 단위로 다시 시작을 한다.


기계도 그렇고 사람들의 일도 그렇고 그 시기, 시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다시 시작을 한다. 다시 시작의 이면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다 사연을 가진다.

시기의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매년 1월이면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을 하려고 마음먹는다. 그 시점을 미루고 미루다 마지 노선이 되는 시점이 3월이 아닐까?

사람마다 시점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다시 시작을 하게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부족한 부분을 올해는 만회해 보고 싶다는 생각일 수도 있고,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겨서 일 수도 있고, 작년과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하면서 일 수도 있다. 각자마다 다른 사연으로 다시 시작을 하려고 한다.


직장생활 30년을 했다.

30년에 다다르는 즈음에 많은 고민들을 했다.

30년을 다녔는데 아는 아직 여기 있는 것인지? 30년을 다녔는데 내 주위에 사람들이 왜 더 적어진 것인지? 30년이 지났는데 왜 나는 낯선 곳에 와서 이 고생을 학 있는 것인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워 방황을 하기도 했다.

막상 30년을 넘기고 난 후 그간의 나를 괴롭히는 감정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 방황하는 삶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 상황들에 그냥 무감각해져 버렸다.


3월 어쨌든, 다시 시작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나를 기기들을 껐다 켜는 것과 같이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으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변화의 상황에 맞게 그에 적응하는 다시 시작. 그간 나와 함께한 것들이 다시 시작하는 나에게 얼마 간의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다시 시작을 위한 세팅한 값들이 얼마나 버텨 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고민보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 하는 다시 시작 버튼을 눌러야 할 때이다. 다시 시작을 위한 세팅 값 안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 설렘, 꿈, 희망이 포함되어 있다. 부족한 건 그때그때 채워 나가면 된다.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월 대보름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