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북토 크라는 것에 참여할 기회가 생겨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주관하는 거라 댓글로 현장 참여 신청을 하고 당첨되기를 간절히 기도 했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사연을 몇 줄 적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며칠 지나서 보니 신청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졌습니다. 과연 당첨이 되어서 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후 메일 한통이 왔습니다. 현장 북 토크 참가자로 선정되었으니 확정을 하라는 설문지를 보내왔습니다. 물론 주저 없이 참석을 선택한 후 확인 버튼을 눌러 최종 확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북 토크 당일날 갑작스러운 외근이 생겼습니다. 외근 후 북 토크에 가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고 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부서장께서 저녁 식사 가능한가?라고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망설이기는 했지만 선약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북 토크 현장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가는 내내 식사 자리에 갔어야 했던 걸까?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 일 잊어버리기로 하고 열심히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북 토크가 7시 30분 시작이고 9시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11시가 넘으니 식사는 해야 했습니다. 낯선 동네에서 혼자 밥을 먹으려니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한참을 돌아다니다 적당한 곳을 찾아 밥을 먹고 나니 시간에 딱 맞게 도착이 가능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자리를 매우고 있었습니다. 현장은 선릉에 있는 최인아 책방이었는데 자리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어서 50분 정도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해서 앉아 있는 내내 불편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행사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도 같이 진행되었는데 온라인 참여자가 1000여 명 달했다고 하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 수 있는 자리였기도 합니다.
그날 북 토크의 주제는 "글쓰기"에 관한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의 저자인 정지우 작가님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지우 작가님은 작가이면서 문학평론가이며 최근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변호사 활동도 하고 계시답니다.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구나,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었겠지... 돌아보지만 그런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지우 작가님의 책을 읽어 본 적도 없고, 이름도 처음 들어보며 나이도 젊어서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참석을 했지만 그보다 북 토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였고 설레는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북 토크 같은 것에 참여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수많은 글쓰기 책들을 읽었고 그 내용들이 다 비슷비슷한 내용들로 이루어져서 더 이상 그런 책들을 읽고 있지 않는 상태라 정지우 작가님도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참석한 자리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아~ 이 자리에 참석하기를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자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정답은 없으며 꾸준히 어떤 글이라도 써 나가다 보면 실력이 향상되고 글 솜씨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그저 그런 이야기를 듣고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곳에 간 것은 아닙니다. 그런 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고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었죠. 저도 글쓰기를 시작할 때 어려움이 많았지만 매일매일 쓰는 습관을 들이고 정해진 시간에는 무조건 어떤 글이든 쓰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잘 쓰던 못쓰던 꾸준히 써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멈춤이 시작되고 횟수와 주기가 늘어고 있었습니다. 보름마다 날아오는 브런치의 알람에 기겁을 하며 어쩔 수 없이 몇 자 적어 포스팅을 하는 아주 소극적인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된 것에는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늘 글 쓰던 시간에 글을 쓸 수 없게 되면서부터였는데 그 시간을 다른 시간으로 다시 편성하기가 너무 싫었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그저 그냥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에 나 자신이 좀 창피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지우 작가님은 글쓰기를 언제 어디서든 실천하며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글을 썼으며 1년에 글을 쓰지 못한 날이 10일을 넘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를 보면서도 어떻게든 글을 쓸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키보드를 들고 다니며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글을 쓰며 시간을 낼 수 있는 곳에서 언제든지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에 비하면 시간이 많은 저는 고집스럽게 늘 쓰던 시간이 없어졌다고 글쓰기의 장애가 발생을 했다는 것이 그저 창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글 쓰는데 뭐 장비가 중요하다고 노트북이나 패드 등 글쓰기에 집중하기보다 글쓰기 환경을 만드는데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글을 쓰기 시작하면 다른 변수들이 생겨 멈춤이 발생을 하기도 했었고, 결정적으로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잘 쓰기보다 쓰는 습관을 들여보자는 마음도 잊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자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울러 한 가지 더 매우 공감하던 것이 있었는데 메모하는 습관이었습니다. 하루를 살다 보면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그중 이건 글을 좀 써도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며 글감으로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 메모를 해 두지 못하거나 글을 써 두지 않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가끔 메모를 하기는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은데 돌아서서 그게 뭐였더라 생각해보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주제는 생각이 났는데 어떻게 풀어가려고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메모는 가장 빠르게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글을 쓸 때 잊지 말라고 당부한 2가지가 있었는데, 대조와 디테일이라고 합니다.
대조는 "인생에 행복이 중요하다"라는 문장보다 "인생에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때, 인생에서 행복보다 더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그 글은 조금 더 가치 있는 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와 같이 대조되는 문장으로 바꾸어 쓰면 좀 더 좋은 문장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디테일은 "나는 우리 선생님을 존경합니다."라고 쓰기보다는 "우리 선생님은 매우 엄격하고 꼼꼼한 성격이십니다만, 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 모범을 보이시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와 같이 글을 써 보라고 합니다.
대조와 디테일을 이 자리를 떠나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었는데 그 외 강연 중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맥락이라는 것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맥락은 "오늘은 사무실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다." 이런 문장보다는 사무실 분위기가 좋아진데 대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난 몇 주간 부서원들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느라 모두들 지치고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어제 프로젝트 완료보고를 잘 마무리해서 칭찬도 받았고, 오늘은 프로젝트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여 보너스를 지급한다 소문까지 돌아서 그런지 찌들고 힘들어하며 축 처졌던 분위기가 밝고 명랑하게 바뀌었다."와 같이 쓰면 좋을 것 같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북 토크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바쁜 하루를 보내느라 몸과 마음이 피로에 찌들어 있었지만, 공감할 수 있고 내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다시 발걸음을 뗄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방을 나서는 길에 작가님의 책을 한 권 사서 사인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쌓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라 감사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에 평소보다 더 늦은 귀가였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어떤 날 보다 가벼웠습니다.
수많은 핑곗거리가 나의 글쓰기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스스로 생각들을 방안에 가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방안 가득한 불신의 생각들은 점점 더 시들어가고 말라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창문을 열어 방안 가득히 가두어 둔 불신의 생각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공기를 받아들여 정화시키고, 쏟아지는 햇살도 한아름 받아들여야 방 안에 다시 긍정의 생각들이 찾아오며 나가는 순환이 이루져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아 봅니다.
처음 발을 들여놓은 북 토크는 멈춰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 다시 걸음을 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었습니다. 삶이 정체되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 이런 환기는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