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안절부절, 무엇을 해도 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하루를 가슴 조리며 지냈습니다. 살아오면서 이런 날이 얼마나 있었는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긴장감을 느끼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않지만 생활체육지도사 2급 구술 합격자날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실기 합격 후 근 한 달을 구술시험에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자꾸만 아른 거리고 잊을 만하면 나타날 뿐 아니라 꿈에서도 나타나기를 반복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다음을 기약하자는 마음으로 내려놓았지만 합격자 발표날이 다가올수록, 그 시간에 가까워져 갈수록 다음번을 기약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진심이 아닌 게 되어 갑니다.
작은 희망이라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어 버리며, 점점 더 자기 합리화를 시작합니다.
"아니야, 난 그래도 내가 우려하는 것보다 더 잘 답변을 했고, 나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 줬어. 비록 멘붕이 온 몇 초 때문에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모든 걸 망쳤다고 생각했지만, 나머지 문제들은 정말 자신감 있게 말했어"라고 합리화시키는 거죠.
생각해 보면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딱히 떨어질 만큼 잘못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 운수 좋은 날, 첫 신호
주식 시장의 아침 장, 매수한 지 오래된 주식 하나 가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부터 조금씩 다시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바쁜 일을 처리하고 주식 장을 열어보니 파아란 물결 속에 도도하게 빨간 줄을 긋고 당당하게 올라서는 주가 있었는데 그것이 마이너스만 치던 그 주식이라 상황을 보고 바로 전액 매도를 했습니다. 운 좋게도 그 판단은 맞았고 생각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줬습니다.
소액으로 하는 거라 정말 용돈 벌이 수준입니다. 하지만 계속 마이너스를 치던 상황의 반대편에서 서서 보면 엄청난 수익입니다. 그렇게 오늘 첫 번째 운은 전량 매도한 주식이 마감 장에 매도한 가격보다 떨어졌다는 것이 배로 기쁘게 해 줌과 동시에 뭔가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생각이 지배를 합니다. 합격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 운수 좋은 날. 합격이라니
합격자 발표는 16시였는데 갑자기 회의가 잡혀서 회의나 끝나고 확인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으나, 운 좋게 회의가 30분 미뤄지는 덕분에 먼저 확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 사이트는 언제난 그렇듯이 그 시간에는 먹통이 되어 확인이 어렵습니다.
물론 저는 미리 로그인을 해두고 성적 확인 버튼만 누르면 되는 조건을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 비교적 빨리 확인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과 확인 버튼을 클릭하자 결과는 나오지 않고 설문조사가 잔뜩 뜹니다. 빨리 결과 확인을 하고 싶은 마음에 설문을 빠르게 진행하고 제출을 눌렀습니다. 역시 접속자가 많아 속도가 느립니다.
결과는 합격.
구술시험 당시 멘붕상태로 놓쳐 버린 1.5개의 문제의 영향인지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점수가 뭐가 중요한가요. 빨간색으로 불합격이라는 글자를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믿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합격이라는 파란 두 글자는 그동안의 노력을 모두 보상받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 연수과정이 남아 있지만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떨어지는 일은 없을거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생활체육지도사는 3월에 필기시험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실기, 구술 그리고 연수 과정을 거쳐서 12월 초에 최종 합격자 발표를 하는 긴 여정으로 진행이 됩니다. 중간에 한 번이라도 떨어지게 된다면 1년을 기약해야 합니다.
자격증도 중요하겠지만 이런 도전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조금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 오랫동안 골프라는 운동을 해 왔지만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고 연습을 할 때도 예전과 다른 시각으로 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세요. 다른 세상을 만나고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만나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 줍니다.
:: 운수 좋은 날, 그런 날이 되기를 바라며
저녁식사를 하고 인도어를 다녀와서 아내와 함께 산책도 할 겸 밖으로 나와서 먼저 로또방으로 향합니다. 오늘 세 번째 행운이 내가 찍은 번호가 당첨 번호가 되기를 바라면서 또 한 번의 운수 좋은 날이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