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으로의 입문

시작

by 노연석

월요일 같은 수요일 아침은 월요일만큼이나 거리에 차들로 넘쳐났다. 이런 날은 몸이 알아서 조금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 일찍 나온 덕분에 그래도 여유 있는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아무도 오지 않은 강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생각해보면 난 늘 그랬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늘 먼저 교실에 도착해서 선생님이 숨겨둔 열쇠를 찾아 자물쇠를 열고 그 공간의 하루를 열고는 했었다. 30년 넘게 직장으로 살아오면서도 늘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은 이른 시간에 출근을 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찾는다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절대 아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농사꾼으로 매일 논과 밭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했었다. 그곳이 아버지에게는 직장이었기 때문이다. 농사꾼들이 대부분 그렇듯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다. 그래서 늘 아침 6시 전에 밥을 먹었던 것 같고 덕분에 늘 학교는 7시쯤에는 도착을 했었던 기억은 교실 자물쇠를 열던 모습으로 희미하게 남아 있다.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린 시절 그런 습관이 평생을 가게 될 줄이야. 지나고 보니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삶이 더 좋아지거나 풍족해 진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쩌면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왜 이렇게 일찍 나오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습관인 것 같다고 대답하지 않을까?


기왕이면 더 좋은 습관을 들였다면 지금의 나보다 조금은 다른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머리가 나쁘기도 하지만 지지리도 공부를 못했던 나는 사실 제대로 공부를 해본 기억이 없다. 다들 수학 정석책의 문제를 푸는 동안도, 성문 영어를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하기 싫어서일 수도 있지만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핑계를 대본다.


그 시절 부모님이 나에게 책 읽는 습관만이라도 들게 해 줬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까? 그 결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난 일들은 지난 일에 불과하다. 되돌릴 수도 없는 일에 신경을 써봐야 돌아오는 것은 후회와 실망뿐이다.


지금 다시 시작,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 다른 세상으로 입문을 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시간은 20살 시절 사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와 다르지 않은 그런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의 것들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에 많은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다른 세상을 바라보더라도 아무것도 없이 바라보는 것과 망원경 하나쯤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두려움은 더 크다.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형성이 되는 곳이고 추구하는 목적만 다르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곳에 도사린 위험들이 무엇인지도 안다. 거기에 더불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더 가중되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래도 발을 들여놨다는 것은 그 두려움을 극복할 마음 가짐을 어느 정도 가졌다는 것이고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모르는 것의 두려움 때문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은 모른다.

정말로 이 다른 세상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지? 아니면 다시 돌아 나와 다른 세상을 찾아갈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먹고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했었고, 다시 시작하는 이 다른 세상은 조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포커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깊어질수록 조금은 더 확신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막연했던 것들이 부상되고 그것들을 어떤 시각과 방법으로 헤쳐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 정답을 모르지만 시간은 정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그런 믿음은 경험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여기까지 오기는 여정의 성공은 첫 발을 들여놓고 관심을 가지고 뒤돌아 보지 않고 꾸준히 걸어온 것 때문이다.


살다 보면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면서 살아왔지만 그때마다 그런 생각에 그쳤던 것 같다. 지금처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그 막막함을 없애주는 것은 분명하다. 설사 이 도전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쓴맛, 단맛, 매운맛 등 맛을 봐야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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