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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Oct 24. 2023

소통의 부재와 불신

탈출하기

소통의 부재와 불신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하고 있는 회사의 일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여 나름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회사도 인정을 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잘 모르는 새로 부임하셨던 사업부장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우리가 하는 일을 바라봤지만 그 내실을 들여다보고 진실을 알게 된 후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수많은 경쟁상대들과의 경쟁에서 잘 살아남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까지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3년을 넘어 4년 차에 들어선 이 업무는 최대 효율을 내며 달려가고 있고, 아주 튼튼하고 견고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아니 진실은 내부에서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서비스 형태의 사업의 유지 발전을 위해 적어도 1년 안에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괜한 우려일 수도 있지만 직장생활 30년 넘게 하면서 오는 촉이라고 할까요.


모든 기업들이 현재에 안주하면 내일이 보장될 수 없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상품을 출시하고 확장해 나가지 않으면 성장을 멈출게 됩니다.


오랜 기간 살아남는 기업들은 지속적인 혁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누구나 다 실천하지는 못한다는 것 또한 우리는 80:20대 법칙인 파레토 법칙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조직 내 혁신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은 20%도 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의 혁신은 언제나 바위에 부딪혀 길이 가로막힐 때도 있고, 넘어야 할 산과 강들이 펼쳐져 곤욕을 치르기도 합니다. 가끔은 뒷다리 잡는 사람들로 인해 그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 놓기도 합니다.


혁신은 조직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몇몇 사람에 의존되며 그 사람들의 성공이 조직을 먹여 살리고, 회사를 먹여 살립니다.


이런 혁신은 매우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이번 글에서 다루어보고자 하는 주제가 되겠습니다. 글 도입부에 "소통의 부재와 불신"이라는 키워드로 시작을 했습니다.


안정화되어가고 성숙되어 가는 조직은 잔잔한 호수 위에 떠있는 배와 같이 평온함 자체가 됩니다. 이 상태가 되면 모든 것이 시스템화되고, 프로세스와 되어 모든 일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겉으로 보기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간, 일정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잘 만들어 놓은 프로세스였지만 조금씩 예상하지 못한 케이스들이 발생하게 되어, 프로세스를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작업들을 합니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흐르다 보면 조직원들의 구성도 변경이 되고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변경이 됩니다. 조금씩 새것에서 헌것으로 변해가는데 누덕이가 되어 갑니다.


이런 변화들은 당연한 것들이겠지만 그리고 이런 변화들로부터 더 좋은 프로세스와 더 좋은 시스템으로 성장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게는 그렇지 못합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제 경험을 토대로 바라보자면 그렇습니다.


사람도 오랜 시간 살다 보면 혈관 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각종 질환이 병을 유발 니다. 흐르는 강물 바닥에도 물이끼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오염되며 병들어 가기도 합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각종 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이 많이 개발되어 생명 연장을 하기도 합니다.

강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이 강물이 오염되고 썩어가도록 그냥 두지 않고 장마때와 같이 많은 비가 내리는 때에 깨끗하게 쓸려 내려가게 스스로를 치유합니다.


안정화 단계에 있는 이 조직에도 슬슬 알지 못하는 찌꺼기들이 끼고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삐걱거리는 부분들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조직의 장은 이런 부분들을 잘 캐치하고 청소하고, 기름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어떤 업무보다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새로운 도전, 신기술, 혁신과 같은 조직,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일들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조직을 진단하고 우리의 체질은 어떻고, 체력은 어느 정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보강하고 필요에 따라 잘라내기도 해야 합니다. 잘라낸다는 표현이 혹시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잘못된 관행, 프로세스 등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부서장도, 조직의 어떤 역할도 맞고 있는 보직장도 아닙니다.

최근 부서에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작은 변환은 아직 잔잔한 호수에 떠 있는 배가 흔들림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약한 파도입니다. 바람은 아직 불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 가끔씩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정도라 알아차리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아니 이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소통의 부재로 다시 돌아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요즘 회사 일도, 개인적인 일들도 우리는 메신저를 통해서 대화를 많이 이어 갑니다. 특히 회사에서 단톡방을 통해 의사 전달을 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소통을 해 나갑니다.

혹시 여기까지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있다면 내 주변을 돌아보면 온 갓 단톡방에 소속되어 있고 그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의식하고 계셨을 수 도 있지만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너무 자연스러워져서 아무렇지도 않아 뭔 소리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뭐, 꼰대라고 이야기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저는 단톡방을 매우 싫어합니다. 코로나 시절 비대면으로 일을 해야 할 수밖에 메신저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엔데믹 이후 이전처럼 자연스럽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바로 옆자리 앞에 있는 사람에게도 메신저를 통해 소통을 하는 모습이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메신저를 활용한 소통은 특히 단톡방은 어떤 이슈가 있을 때 그리고 오프란인 상에서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들일 때 단톡방의 활용도는 매우 좋습니다. 그 이슈가 끝나면 폐기를 해야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후 죽순처럼 늘어나는 단톡방에 업무의 주제가 마구 섞여서 올라오고 때론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단톡방은 이슈가 끝나면 삭제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 사견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렇지가 못합니다. 저도 회사 메신저에 단톡방이 도대체 몇 개나 있는지? 여기저기 누군가의 초대로 끌려 들어가 나와 상관없는 것들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다 보면 업무의 집중도도 떨어집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용을 확인하기 해야 하는데 대부분 저와 상관없는 것들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알람이 뜨는 순간부터 신경이 쓰이니 집중하고 있던 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퇴근길 또는 퇴근 후에도 울려대는 메신저 알람 소리는 삶의 균형을 깨는데 한몫합니다.


자꾸 옆길로 새는 것 같은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그 많은 단톡방들에서 오고 가는 대화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프로세스상에 돌아가는 것처럼 잘 흘러가지 않습니다. 예외 상황들이 난무하게 되고 서로의 기분에 따라 같은 말이지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이 발생을 합니다. 소통이 면대면 없이 이런 식으로 계속되다 보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채 서로 간에 불신이 커져가게 됩니다.


지금 이 상황이 딱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상황으로 저는 진단이 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제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무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 문제에 대해 이슈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고, 포기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포기가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이제 아무런 의지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건너 건너 사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다른 업무 리더들과 이야기를 해 보니 본인들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탈출구를 찾고 있지 못했습니다.


조직이 이런 상황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조직의 리더에게 가장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리더는 조직이 균형적이고 안정적인 상태로 발전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일과 사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관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권력의 휘두름은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배를 조금씩 흔들어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외부영향이 아닌 내부의 갈등으로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단톡방에서의 대화는 날카로워지고 가끔 싸움을 만들어 내며 배를 더 흔들어 댑니다.


최근에 사무실이 갑자기 시끄워져서 어떤 상황인가 확인해 보니 각자의 주장이 강한 두 분의 의견 충돌이 있었고 사무실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생겨 사무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 업무파트의 리더가 분명히 있었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 같아 조용히 상황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을 드렸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그냥 방관을 하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리 오랜 시간 그분들의 의견 충돌로 인한 소동은 지속되지 않았지만 보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고 다닌다는 말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 공헌을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게 어떨 땐 내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순간에 우리는 이성을 잃는다고 봐야 하는데, 화가 나게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성적이지 못합니다.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1분만 참고 그 자리를 피한 후 생각해 보면 내가 얼마나 창피한 일을 만들려고 했었는지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습관조차 잘 되어 있지 않습니다.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암묵적인 욕구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다툼의 현장에는 누구도 위너가 될 수 없습니다. 그저 돌이켜보면 창피한 일만 될 뿐입니다. 서로의 가슴에 상처만 남기는 일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조직의 갈등을 해소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조직의 문제에 관여를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럴 의무도 없지만 이렇게 그냥 두면 조직이 와해되고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우리 모두가 매장되고 말지도 모릅니다. 그래봐야 조직이 없어지고 조직이 없어지만 다른 조직으로 뿔뿔이 흩아지면 그렇게 헤어지면 되니 뭔 걱정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몇 달 전에 한분이 이 조직을 떠나셨고, 또 한분은 이 조직을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결정이 되어 곧 다른 부서로 전배를 갑니다. 조직의 변화를 관찰하다 보니 이곳을 떠나고 싶어 손드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다른 좋은 기회가 있어 떠나려다 실패를 하기도 했습니다. 실패라고 했지만 사실 이런 조직을 그냥 두고 떠나기에 그간 이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에 잔류를 결정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의 분위기는 점점 더 다운이 되고 방향일 잃어가는 것 같았지만, 아무도 부서장에게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술자리를 빌어, 우회적으로 몇 번 부서장을 자극하는 말들을 건네어 주기는 했지만 잘 먹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돈만 보고 달려가고 조직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치유하려 하지 않고 어떻게든 돌려 막기로 순간순간을 막아내며 마치 임기 임기응변에 달인인 것처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문제가 많은 파트의 사람들은 점점 더 지쳐가고 앞으로 내디딜 힘도 없는 사람들처럼 보이는데 어떤 처방이 필요할지? 어디부터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지?

문제의 파트 업무리더에게는 사람들과 면담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방향을 찾아보자고 말씀을 드렸는데, 사람들이 모두 고집불통이라 본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처음 이 조직, 세상에 없던 조직을 만들던 시점의 멤버들 간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의기 투합하던 그 시점의 초심이라는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금의 각자의 욕심을 좇느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지요.


어쨌든 이 난관을 극복하지 않으면 저도 피곤해지니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어 오지랖 넓게도 이 일에 관여를 해 보려고 합니다.


불신을 갖은 사람들의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에서부터 뒤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어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조급함을 버리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결해 보고자 합니다.


그 실타래를 푸는 방법의 시작은 경청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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