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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SIGNER Sep 02. 2020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s pen plus (TD-SPP1)

ㅆㅆ1


진짜 펜처럼 생기면 더 잘 쓸까?



블로그를 맨 처음 시작할 때 다뤘던 갤럭시 탭 a 8.0 with s pen (하.. 진짜 네이밍 한번)을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아이패드니 갤럭시니 저마다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 이 사이즈의 적당한 태블릿은 없어 보인다. 본래 필기를 목적으로 산 제품이 아니기에 spen을 기믹적인 요소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간간히 필기 (정확히 말하면 끄적거림)를 하다 보니 얇디얇은 spen이 자꾸 거슬리기 시작했다.


노트 시리즈도 그렇고 펜을 본체에 수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얇은 펜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쓸 때마다 드는 아쉬움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고 급기 에 spen 호환 제품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과거 예약 구매자에게 뿌렸던 라미(LAMY) 사의 spen부터 스테들러의 spen까지 조금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조금 더 두꺼운 펜을 위해 거의 5만 원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참 이쁘다.


그러던 중 갤럭시 노트 7 출시 당시 나왔던 제품 중 spen plus라는 제품을 알게 되었고 2만 원 이내의 가격에 바로 구매를 하게 되었다. 단순히 좀 두꺼운 spen을 써보고 싶어서 (정말 하찮은 구매 동기다.) 지르고 말았다. 


과연 더 괜찮은 필기를 할 수 있을까? 나아가 메모지를 대체할 수 있을까?






ㅆㅆ2



뭐야 이거..



박스는 나름 고급졌다. 얼핏 보면 삼성 공식 액세서리인가 싶을 정도지만 일반 써드파티 액세서리였다. 제품의 특징으로는 spen과 일반 볼펜을 양쪽에 탑재해서 다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도 꽤나 잘 쓸 거 같아서 기대를 한 부분이었는데 아뿔싸…


세계 최소형 볼펜심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가장 짧은 펜을 접하게 되었다. 이건무 그냥 몇 글자 쓰면 없어질 거 같은데 그 와중에 여분의 펜심도 넣어주셨다.


대체 뚜껑은 왜 이렇게 큰 건지..


재질은 박스 이미지와 달리 고급스러운 느낌은 전혀 안 든다. 판촉용으로 나눠주는 재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라미나, 스테들러는 이쁘기라도 하지만 이 제품은 디자인, 재질 어느 것 하나 만족할만한 수준이 안된다. 



요건 몰랐지??


그래서 드는 궁금증, 다른 제품보다 싸긴 하지만 이 재질에 이 정도 마감에 2만 원이 적당 한 것인가? 왜 2만 원이나 하지? 이에 대한 답은 제품 내부에 있었다. 제품 상단을 돌돌 돌려서 빼면 진짜 spen이 그냥 들어있다. (헐…) 즉 다른 호환 제품과 달리 이 제품은 일반 spen에 하우징 정도만 씌어놓은 제품이었다.



원 플러스 원


진짜 spen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제품 가격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spen을 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으니 저급 품질의 하우징이긴 하지만 납득이 되었다. (참 쉽다..)






ㅆㅆ3


필기가 아니라 그림이네



제품의 기능이라고 해봐야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spen과 동일하니까. 차이점이라곤 오직 그립감. 확실히 두꺼워지니 spen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필기를 할 수 있다. 펜촉도 기존 spen과 동일하니 차이점도 없고 펜 버튼도 정상적으로 잘 작동한다. 제품 재질이 싸구려 플라스틱 느낌이지만 덕분에 무게 증가도 거의 없어서 일반 볼펜 수준의 무게감으로 필기를 할 수 있다.



필기감은 만족


사실 필기를 잘해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산 제품이지만 좀 더 진짜 펜처럼 쓸 수 있게 되니 필기를 더 잘해보자가 아니라 드로잉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앱들을 설치하고 (디자인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난 그림을 잘 못 그린다. 디자이너라고 그림을 잘 그릴 거란 고정관념이 빨리 없어지길..) 사용을 해보니 필기보다 오히려 드로잉 할 때 더 만족감이 높았다. 



나도 그림 잘 그리고 싶다.


보급형 디바이스라 드로잉 앱이 좀 버거울 줄 알았지만 다행히 무난히 사용 가능했다. 드로잉에 자신 없는 나에게 소심하게 드로잉 하기에는 8인치의 크기도 적당했다. (멀리서 보면 그림을 그리는 건지 끄적거리는 건지 구분이 안된다.) 






ㅆㅆ4


그런데 대체가 되지 않았다. 왜?



이 제품을 산 목적은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좀 더 두꺼운 spen 사용 경험, 그리고 필기를 더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과연 메모지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


그래도 아직은 메모지다


두꺼운 spen으로 드로잉을 새롭게 경험했지만 메모지는 대체되지 않았다. 필기를 하는 경험 자체는 종이와 거의 흡사해졌는데 대체 왜일까?



전체 경험을 기준으로 볼 때 메모지를 사용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돌아다니는 메모지를 발견한다. 

(2) 펜으로 그 쩍 거 린다. 

(3)이 중 필요한 내용을 에버노트로 옮긴다. 


이를 똑같이 갤럭시 탭으로 하게 되는 경우 

(1) 책상 위의 태블릿을 발견한다. 

(2) 꺼짐 화면 메모를 통해 바로 끄적거린다. 

(3) 이를 삼성 노트에 저장한다. 

(4) 노트를 보면서 에버노트에 옮긴다. 가 된다. 


문제는 (4)에서 발생한다. 끄적거린 내용을 보는 과정이 번거롭다. 메모지에 있는 내용은 눈길을 주는 것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삼성 노트에 있는 내용을 보려면 태블릿의 잠금을 풀고 앱을 실행시키고 목록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부분이 메모지 대비 너무 번거로운 것이다.


책상 정리 좀 하자


기존 경험을 대체한다는 시각에서 볼 때 앞서 이야기했던 스마트 워치와 비슷한 것 같다. 스마트워치에서 기존 경험에는 없었던 충전의 불편함이 문제였다면 spen plus의 경우 정보의 후처리가 문제가 된 것이다. 갤럭시 탭의 꺼진 화면에서 메모하는 기능 (이 기능은 정말 잘 만들었다)처럼 꺼진 화면에서 메모를 바로 탐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대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드는 생각이지만 경험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기존 경험을 해쳐선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제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제품은 추천하지 않는다.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일반 spen으로도 필기 잘하고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너무 많다.)



쓰고쓰기 - 써본 제품만 다룹니다. 저도 최신 제품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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