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미니 5
마음이 헛헛했구나
리뷰로도 남겼던 갤럭시 탭 8인치 모델을 1년여간 정말 잘 사용하였다. 적당한 사이즈에 필기감도 훌륭했고 가격적인 부담도 적었으니 게임을 안 하는 나에겐 딱 맞는 태블릿이었다. 하지만 펜을 이용해서 삼성 노트를 사용할 때 버벅거림을 느끼게 되었고 (원활한 사용이 힘들었다) 한동안 지름 없이 지내다 보니 헛헛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아주 그럴싸한 변명이다.)
그래서 새로 정한 목표는 아이패드 라인이었고 비슷한 사이즈를 기준으로는 1년 전에 출시한 아이패드 미니 밖에 없었다. 갤럭시 탭을 비롯하여 쓰지 않은 기기들을 당근(?)하기 시작했고 여러 번의 만남 이후 아이패드 미니 5를 중고로 들이게 되었다.
남들은 지겹다고 하지만
첫인상이라고는 이야기할게 별로 없다. 아이패드 미니 1이 처음 출시한 게 2012년이니 5까지 근 7~8년째 디자인의 변화는 없었고 미니 1은 실사용 경험이 있어 큰 감흥은 별로 없었다. 다만 좋아졌다고 소문이 자자한 디스플레이는 최근 아이패드 7세대를 사용해본 터라 그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라미네이팅 처리로 화면의 일체감이 더 좋았으면 특히 펜슬을 사용할 때 그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화면이 통통거리는 것도 미니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당황스러운 스테레오 스피커는 여전했다. 이 두께에 나오는 소리 기준으로는 좋은 편이지만 웬만한 디바이스들이 스테레오를 지원해서 그런지 이건 오히려 이질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오히려 요즘 시대에 이어폰 단자가 있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아니 감사했다. (이런 애플...)
2020년 기준으로 아이패드 미니의 좌우 베젤은 태블릿 기준에서는 얇은 편이지만 상하 베젤은 그 어떤 디바이스에서도 보기 힘든 사이즈다. 사실 요즘 디바이스에서는 좌우상하 베젤의 절대적인 폭 보다 전체적인 균형감을 더 중요하게 보기에 더 거슬리게 느껴진다. (아무리 좌우가 얇아도 전체 비율이 안 맞으니 예전 꺼 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적당히 새로운 면도 있으면서도 너무 우려먹은 디자인으로 레트로 느낌까지 살짝 드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아이패드 미니 1세대를 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마감 수준은 아이패드가 늘 그랬듯 거의 완벽한 수준이다.
그래도 몇 가지 새로운 점
겉모습은 새로운 점이 별로 없었지만 몇 가지 새로운 점이 있다. 우선 처음으로 셀룰러를 지원하는 태블릿을 샀다는 점이다. 그동안 테더링과 와이파이로 셀룰러 모델을 부정하면서 살아왔지만 미니라는 이름에 걸맞게 처음으로 셀룰러를 사용해보았다. 메이저 통신사를 쓰는 사람들은 데이터 쉐어링을 한다지만 난 알뜰폰 사용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별도의 요금제를 가입하였다. (10기가에 7700원이니 충분히 납득할만한 요금이다.)
확실히 테더링을 사용할 때 보다 훨씬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많이 타는 출퇴근 특성상 좀 더 큰 화면으로 이것저것 하는 경험은 꽤나 괜찮았다. (사이즈도 적당해서 옆사람 눈치를 안 봐도 된다)
또 하나는 아이패드를 보조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 있는 side car 기능이다. 외장 모니터로 사용하는 건데 무선임에도 엄청난 반응속도를 보여준다. 아이패드 미니가 보조화면으로 사용하기에는 작을 수 있으나 카톡, 에버노트를 열어놓고 사용하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마지막으로는 카카오톡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구조상 스마트폰과 동시에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다. (갤럭시의 경우 다른 방법이 있긴 한데 추천하지 않는다) 반면 아이패드의 경우 스마트폰과 태블릿 os가 구분되어 있어서 같은 계정도 별도로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다. 즉, 노트북처럼 카톡을 사용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가끔 노트북이 아닌 아이패드로 작업을 할 때 특히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추천하지 않는다.
2020년도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출시된 지 8년이 다되어가는 디자인의 제품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내년에는 아이패드 프로 디자인의 아이패드 미니 6가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이 여럿 나오고 있어서 더욱 추천하기 어려운듯하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고 휴대성과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유일한 제품이기에 매우 잘 쓰고 있다. 두꺼운 베젤을 보면서 내년에 살 것을 약간 후회했으나 애플이 누구인가! 보나 마나 가격을 올릴게 뻔하니 그걸로 또 위안을 삼는다.
연말에 헛헛한 마음을 달래준 아이패드 미니 5였다.
쓰고쓰기 - 써본 제품만 다룹니다. 저도 최신 제품 써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