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
지금 회사를 다닌 지 1년이 되었다. 이 회사로 이직 후 무엇을 했는지 당당하게 이야기할 거리는 아직 만들지 못했지만 그 어느 회사보다 1년간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분명 이것도 다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1년의 시간을 돌아보니 궁금해졌다. 대체 난 왜 회사를 다니는 걸까? 왜 이직을 하는 걸까?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번 끄적여보았다.
속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이유이며 이것만큼 내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도 없을 듯하다. 더 좋은 조건은 언제나 이직 과정의 시작점이었다. 나의 가치 측정뿐만 아니라 새로 갈 회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조건을 들으면 알 수 있었다. 성장 가능성이 있고, 대표도 너무 좋은 거 같고, 사무실도 정말 멋진데 연봉이 맞춰지지 않는다면? 그나마 좀 젊었다면 고민했겠지만 지금은 안될 것 같다.
회사에는 프로덕트에 미쳐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통 그런 사람은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겠다는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대표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 이 회사를 어떤 회사로 만들겠다는 명확한 목표는 그 회사에서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당장의 BEP를 못 맞춰도 상관없다. 어차피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을 벌기보단 투자금을 쓰면서 누군가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걸 목표로 한다. 명확한 비전으로 소중한 투자금을 쓰면서 조금씩 가치를 만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떤 회사를 다녔다는 것보다 그 회사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이 회사에서 해봤으면 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담당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가? 다음 이직 과정에서 ‘어떤 회사에서 무엇을 담당(진행) 했었습니다.’라는 문장을 안성 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난 지금의 회사에서는 아직 무엇을 했는지 꼽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무엇을 하고싶은지는 명확하다.)
새로운 회사를 가면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스타트업이던, 대기업이던, 좀 더 같이 무언가를 해보고픈 사람들이 있었다. 딱히 그 분야의 엄청난 고수(?)라서 드는 생각은 아니다.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뭔가 괜찮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 거란 기대, 내가 좀 더 성장하는 기회라고 느끼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는 망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망하면 안 되는 것처럼 같이 일하는 사람도 한 회사를 다니는 중요한 이유다.
위 4가지가 모두 불만족스러워야 이직을 하는 건 아닌듯하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이직 조건이라기보다 내가 회사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리한 거 같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물어본다.
"난 이 회사를 왜 다니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