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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선 Feb 10. 2021

도구 도입에 집중하지 말고, 어떤 결과가 있을지에 집중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한 첫걸음으로 디지털 도구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단순히 디지털 도구를 도입하고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이 향상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흔히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 내 IT 부서가 디지털 도구 도입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IT 부서는 주어진 비용으로 일정 내 도입이 최우선의 목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도구 도입 이후의 효과와 가치,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안내 및 변화 관리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고 IT 부서에게 이러한 정성적인 효과에 대해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해당 영역은 기업 전략일 수도 있고, 기업문화 혹은 HR 영역의 업무일 수 있기 때문이다. 


IT 부서가 직접 디지털 도구 도입을 주도한 경우라 하더라도 부서 특성상 도입 효과와 변화관리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하물며 CEO나 다른 조직의 요청에 의한 도입은 더더욱 기계적인 프로젝트 수행으로 치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의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디지털 도구 도입 프로젝트를 이전의 다른 IT 프로젝트와는 달리 단순히 비용과 일정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도구 도입 이후 회사에는 어떤 가치가 있고, 직원들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프로젝트 범위 내에서 다뤄달라는 요청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과정을 프로젝트와 동시에 진행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IT 부서 이외의 다른 조직의 구성원들도 구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도구를 도입하는 프로젝트 그 자체로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우선 디지털 도구 도입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투자가 발생한다. 업무 활용을 위한 디지털 도구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의 구독형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구글 Workspace(이전 G Suite), 마이크로소프트365(팀즈 등)라든지 슬랙(Slack) 등은 모두 대표적인 기업형 구독 서비스들이다. 월 과금 형태로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용하는 규모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직원 수가 늘어나는 경우라면 추가 비용(구간에 따른 비용 체계도 있음)을 지불해야 하고, 직원 수가 줄어드는 경우에는 사용자 수를 조정하여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전통적인 SI(System Integration) 프로젝트와는 달리 투자비(CAPEX)가 아닌 운영비(OPEX) 중심으로 비용이 일어난다.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새롭게 편성해야 하는 경우라면 이런 차이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독형 서비스 형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흔히 이야기하는 커스터마이징 또한 쉽지는 않다. 지금까지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SI 형태로 자신들의 요구 사항에 최적화하여 IT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SaaS 형태의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기능 변경은 고사하고, 해당 서비스 서버(데이터의 저장소)가 사용하는 회사 자산이 아닌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서버를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출발의 차이점 때문에 SaaS 형태의 디지털 도구를 도입하는 과정은 모든 과정이 도전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 규모가 작아 기업 내 IT 시스템과 인프라가 크게 정립되지 않았다면 어렵지 않게 바로 사용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 규모가 100명만 넘어가더라도 그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우선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기존 레거시 시스템과의 연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회사의 조직도 및 구성원들의 정보를 자동으로 연동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경우 SaaS 서비스 사업자가 직접 개발하여 연동해 주지 않기 때문에 도입하는 회사에서 SaaS 서비스의 규격에 맞춰 별도로 연동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연동은 상대적으로 쉬운 작업에 속한다. 


정작 어려운 일은 보안과 같은 일이다. 만일 보안이 까다로운 기업이라면 도입 과정 속에서 더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한다. 기존까지 사용하던 문서 보안(DRM)부터 기업 내 데이터의 외부 유출까지 새로운 도구에 따른 다양한 보안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사내 시스템을 위한 보안, 인증 체계 및 보안 규정이 확정된 상태라면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SaaS의 특성상 이들 서비스는 기업 내부망에 존재하지 않고 외부망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기업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지적 자산이 외부에 있는 저장소에 저장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때로는 이런 근본적 환경 변화를 조직 내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디지털 도구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데, 기존의 IT 운영 정책과 대비되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만일 설득 과정이 복잡하다면 프로젝트 도입의 외적인 요소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기도 하고, 보안 정책을 바꾸는 등의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해진다. 이때 기존 구조를 잘못 수용하게 되면 프로젝트가 기형적인 모습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접속 가능한 SaaS 서비스임에도 기업 내부 인터넷망 또는 회사가 지급한 PC에서만 접속 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적절한 보안과 내부 통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의사결정은 SaaS 서비스의 장점을 100% 활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투자되는 리소스와 비용 증가는 물론이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도 점점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억지스러운 요구 사항 때문에서 DT의 본질을 점점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회사에 왜 디지털 도구를 도입하는가?”라는 질문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도구를 도입하는 것은 결국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함이다. 디지털 도구가 불러올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지금까지 아날로그 형태나 개인적인 경험 중심으로 진행된 일이 모두 표준화되는 디지털로 변화하게 된다. 기업 내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데이터화하고 기업의 자산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중앙화하는 과정이 바로 디지털 도구 도입의 숨은 가치라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직원들의 일상 업무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디지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고민하고, 직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 문화를 가졌다면 직원들 교육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업무 방식의 하나로 안착될 수 있도록 관심을 두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DT 프로젝트를 도입하기 전부터 이메일을 작성할 때 제목과 내용은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하고, 업무용 파일을 만들 때 파일명은 어떻게 작성하라는 등 세세한 업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이처럼 새롭게 도입하는 디지털 도구를 위한 가이드라인에도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인 메신저 또는 채팅을 써야 하는 경우, 업무 이력을 확인하기 위한 채팅과 그럴 필요가 없는 채팅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클라우드 기반 협업 서비스를 통한 문서 편집을 할 때 지금까지는 개인 PC에서 파일을 만들어서 작업했다면 앞으로는 클라우드 상에서 파일을 생성하라고 가이드 할 수도 있다. 더불어 이메일이나 채팅 대화에서 파일을 물리적으로 첨부하지 말고, 클라우드 상에 있는 링크로 전달하라는 것도 가이드에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새롭게 도입하는 디지털 도구의 기능 소개와 기본 정책 소개는 필수이다. 회사 조직도에 맞춰 팀 공간을 만든다든지, 새로운 프로젝트 팀이 만들어질 때에는 어떻게 채널을 운영한다든지, 프로젝트가 끝나면 지금까지 만들어져 있던 프로젝트 공간을 얼마만큼 유지하고, 언제 삭제한다든지 하는 이 모든 것들이 가이드라인과 교육을 통해 직원들에게 소개될 내용의 일부분이 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한번 교육하였다고 해서 모든 직원들이 능숙하게 사용하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의 디지털 도구 활용 정도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과 교육, 일정 시점 이후 활용성에 대한 내부 평가와 이에 따른 재교육 등 점진적으로 디지털 도구의 활용이 기업 디지털 역량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중요하게 디지털 도구 도입과 활용에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경영진 및 임원들의 변화이다. 디지털 도구를 가장 빠르게 확산시키는 방법은 바로 경영진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일 때이다. 물론 경영진들의 입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을 가속화 하고 싶다면 경영진들의 솔선수범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례로 회의록은 클라우드 상에서 직접 작성해서 직원들에게 공유한다든지, 보고 자료의 슬라이드를 만들 때 결과물이 나온 뒤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작성도 클라우드 상에서 진행하도록 지시하고, 실무자가 작성한 중간 결과물을 작성 중간에 임원이 보고 사전에 피드백을 남겨둔다든지, 프로젝트 일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엑셀 표나 보고자료가 아닌 프로젝트 관리 도구를 그대로 띄워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주간 보고를 받는 과정 또한 별도의 자료 작성이 아닌 직원들이 협업 공간에 남겨 둔 위키 또는 문서를 그대로 띄워 보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친다거나, 간단히 댓글로 피드백을 주는 것도 좋다. 이처럼 경영진이나 임원이 먼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게 된다면 직원들은 긴장감을 가지고 스스로 더욱 활용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의 변화는 직원들보다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경영진들을 대상으로는 직원들과 별도로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경영진 교육의 핵심은 도구를 어떻게 쓰는지, 가이드라인이 어떤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도구를 왜 사용하는 것이고 이로 인한 경영상의 이득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즉,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니 우리 회사도 쫓아가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성과 창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앞서 설명했던 대로 클라우드 상에서 작업하고, 중간에 피드백을 주고받고, 모든 정보는 중앙에서 관리된다는 것이 기능이나 기술적 관점이 아닌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에 어느 정도의 정량적 개선이 발생하고, 직원들의 전환 배치나 이직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가 크다는 것을 설명한다면 경영진의 공감을 충분히 얻어 낼 수 있다. 실제 이메일을 통해 파일을 주고받지만 메일을 찾지 못해서 다시 전화를 걸어 파일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고, 최종 보고 자료가 만들어진 뒤에도 '_최종' '_최최종' '_최최최종' 이렇게 파일이 만들어지는 것을 대비해보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수준의 정량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도구는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한 첫 출발점이다. 그러니 도구 도입에만 집중하지 말고,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경영진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공감대를 얻는 것이 DT의 손쉬운 접근법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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