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째 날이다. 5월은 1년 열두 달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새 출발이니 새 희망이니 어지럽기만 한 봄을 보내고 사랑해 마지않는 나의 계절 여름과 가까워지는 달이다. 동시에 나를 가장 우울하게 하는 달이다. 5월이 되면, 5월 중순의 내가 태어난 날에 가까워지면 나는 이렇게 이룬 것 하나 없이 1년을 보냈단 사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무탈하게 1년을 살아냈음에 감사하기도 하다. 매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앞으로 1년은 허송세월 하지 말고 알차게 보내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5월 1일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인 중경삼림 속 주인공 하지무의 생일이기도 하다.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덕에 노트북으로 몇 번이고 본 이 영화를 처음으로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 감사했다. 고마워요, 메가박스. 영화에서 그는 여자 친구 메이와 헤어진다. 여자 친구의 이름도 5월이구나. 5월 1일 오전 6시에 태어난 그가 스물다섯 살의 5월 1일 오전 6시에 빗속에서 달리는 장면이 좋다. 지난 사랑을 잊기 위해 눈물 대신 땀으로 온몸의 수분을 다 빼내려는 몸짓이 안타까워서 좋다. 생일 축하 메시지로 위로를 받고 벅차 하는 그의 미소가 무해해서 좋다. 사실 그냥 잘생겨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