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이야기가 글이 되기까지
나는 늘 글을 쓰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있었다. 20여 년 이상 간호사로 살아오며 중환자실, 상담실에서 수많은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이야기는 꺼내지 못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인 말들이 있었지만, 그 말들은 늘 기록되지 못한 채 흩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브런치를 만났다.
브런치는 단순한 글쓰기 플랫폼이 아니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불러준 무대였다. 조심스레 올린 첫 글에 “당신의 글을 읽으며 위로받았습니다”라는 댓글이 달렸을 때, 나는 놀라움과 벅참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살아오며 경험한 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빛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 깨달음은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작가의 꿈을 흔들어 깨웠다.
그 순간부터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또 다른 무대가 되었다. 응급실에서 마주한 자살시도자의 떨리는 눈빛, 상담실에 울려 퍼졌던 절망과 희망의 목소리, 그리고 나 스스로 지나온 치유의 여정까지. 글로 적어내릴 때마다 고통은 의미로 바뀌었고, 상처는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위로가 되었다. 어떤 글은 댓글로 따뜻한 공감과 지지를 받았고, 어떤 글은 아무 말 없이 누군가의 마음에 스며든 듯했다. 그렇게 브런치는 나에게 새로운 삶의 무대를 열어주었다.
돌아보면 브런치에 남겨진 글들은 모두 나의 ‘꿈의 조각들’이었다. 누군가는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을 고백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나누었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내 삶과 겹쳐 글로 엮었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작가의 꿈은 화려한 명성이나 문학적 성취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다가가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건네줄 수 있는 문장을 쓰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그동안 브런치에 담아온 글들을 책으로 엮어 더 많은 독자에게 전하는 것이다. 한 편의 글이 누군가를 살게 할 수 있다면, 한 권의 책은 더 많은 사람에게 다시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글을 통해 누군가가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내가 간호사로, 상담자로, 그리고 이제는 작가로 살아가며 끝까지 품어온 진심이다.
브런치는 나에게 목소리를 찾게 해주었고, 동시에 수많은 목소리와 연결되게 해주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혼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일이다. 내 이야기를 꺼낼 때, 누군가의 이야기가 다시 내게 다가왔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브런치와 함께 이미 이루어진 꿈, 그리고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담아내고 싶다. 만약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잠시라도 위로를 얻고, ‘그래, 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가장 큰 작가의 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