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Bible III 아버지

Luke 8 : 19

by 마들렌

“이건 뭔가?”

나사렛 최고의 목수 요셉의 공방에 불현듯 밀고들어온 남자는 연이어 짜증스러운 음성을 터뜨렸다.

“아, 이건 제가 작업할 때 손님들이 편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세워둔 의자입니다. 몇 분은 앉아계셔도 될 듯한데…”

“지금 그 말이 아니잖나. 이거 토끼가죽 씌워놓은거 아냐?”

“아… 네, 돌무화과나무는 가시가 제법 매섭거든요. 판매할 용도도 아니고, 저희 가게에서 쓸 물건이라 참나무처럼 좋은 목재를 사용할 순 없어서요. 그래도 이렇게 가죽을 씌워놓으면 제법 앉을만하답니다.”

순간 남자의 미간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이 비천한 자의 무지몽매함을 계몽해야하는 자신의 처지가 개탄스러웠다.

“늙은이가 거지같이 살더라도 율법은 좀 배우지 그러나?”

“예?”

“율법에서 굽이 달린 동물과의 접촉은 금하고 있는 것 모르는가?”

“죄, 죄송합니다.”

“어이! 거기. 이… 의자 용도로 쓰이는 쓰레기를 좀 밖으로 가져가서 태워라.”

요셉은 멍하니 접대용 의자가 태워지는 연기를 바라보았다. 그냥 밖으로만 치우면 안되냐고 묻고 싶었지만 더이상 심기를 거슬렀다간 정화작업이라는 명목하에 작업대까지 불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술까지 맴도는 말을 꾹 삼켰다. 잠깐만, 잠깐만 참으면 될 것이다.




“더러운 동물에! 더러운 물에! 더러운 식판에! 더러운 옷! 이래서 유대놈들은 안된다니까. 니들은 식민지 노예가 딱 적당해! 아무리 가르치려 노력을해도 도저히 나아질기미가 안보인다니까. 이봐 목수!”

“네… 네, 네?”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가구 몇 개가 불타오르며 내뿜는 연기를 고통스럽게 바라보던 요셉을 남자는 세차게 몰아붙였다.

“이제부터 안나스대제사장의 사위 가야바제사장께서 오실 것이다. 미천한 목수에게는 과분한 영광이지. 이 공간에 가야바 제사장님이 찾아오실 수 있도록 지금까지 내가 고생한 거 생각하면 적어도 넌 말실수라도 하지 말아야겠지?”

“네…넵. 알겠습니다.”

- 아니, 오기 싫으면 안 오면 되잖아.

“함부로 말대답하지 말고, 말씀하시는 것에 무조건 순종해라. 아무리 못 배웠어도 주의 종에게 거스르는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알거라고 믿는다.”

“넵 당연하지요.”

- 주의 종.

“가야바께서는 이 만남이 조용히 끝나길 바라신다. 제사장을 알현하는 영광에 감격할 수도 있지만 주변의 질투를 살 수도 있으니 너무 떠벌리진 말거라.”

“아, 그럼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걱정을 살 거 같은데.

“그 더러운 손으로 제사장님 옷깃이라도 스치지 않게 조심하고. 그럼, 얼추 다 된 것 같군!”




남자는 공방 작업실에 부드러운 카펫을 깔고 귀신같이 알아본 가장 좋은 참나무 의자를 그 가운데에 올려놓았다. 물론 요셉은 카펫 밖에서 의자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윽고 중년의 남성이 작업실로 들어왔다. 뚜렷했을 것 같은 이목구비는 뒤덮인 살로 그 형체가 이미 많이 손상되어 소싯적 잘생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멋들어진 수염으로 가려진 여러개의 턱 아래로 펼쳐진 그의 몸매는 전체적으로 돼지를 연상케했다.

- 더러운 동물을 닮았군. 살 좀 빼지.

“아니, 왜 무릎을 꿇고 있습니까. 좀 편하게 앉으시지요.”

풍성한 수염이 갈라지자 그의 두툼한 입술이 보였다. 가야바는 퉁퉁한 손으로 카펫 밖을 가르켰다. 뒤에서 지켜보던 남자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조그마한 목각을 요셉 앞에 던져놓았다.

- 와 씨. 엉덩이 아프겠는데.

어떻게 앉아야 가장 편할지 작은 목각에 요리조리 엉덩이를 배치하는 요셉에게 가야바의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이 요셉, 예수의 아버지가 맞소?”

요셉은 차분히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가야바는 조금 불편했다. 그가 원했던 대답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시 묻겠소. 당신이, 지금 사람들을 선동하고 혹세무민하여 자기의 영달을 취하려는 가증스러운 예수의 아버지가 맞소?”

이젠 정말 대답을 잘 해야한다. 짧은 순간 요셉은 많은 생각을 했다. 요셉은 야고보가 7살이 되던 때를 떠올렸다.




- 아빠, 우리 또 이사해요?

- 응, 그렇게 됐네. 이번에는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찾아볼게. 그래도 어쩌면 더 넓은 집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구나.

- 넓은 집 필요없어요. 이제 막 이 동네 아이들과 친해졌단 말이에요. 가지 말아요.

- … 미안하구나 야고보야.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해보마. 여기는 예수에게 위험할 수도 있어.

- 왜 아빠는 형 걱정만 하세요? 그럼 형 혼자 나가서 살라고해요! 우리 가족은 형을 위한 노예에요? 전 여기서 살고 싶단말이에요.

- 미안하다 야고보. 형은 우리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사람이라 그래. 우리가 조금만 더 도와주지 않겠니… 야고보! 야고보 돌아와!

울며 집을 뛰쳐나간뒤 돌아온 야고보는 한 달 넘게 예수와 말을 섞지 않았다. 그 한달간 요셉은 마리아와의 결혼을 가장 많이 후회했다. 난 왜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없는거지.

- 아버지, 오늘은 제법 괜찮은 참나무를 구해왔어요. 여기는 지난 동네보다 훨씬 나무를 싸게 쳐주네요.

- 아, 아들 왔구나. 고생 많았어.

- 야고보는요?

- 지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오늘 많이 피곤했나봐. 먼저 자러 들어간 것 같다.

- 감사해요.

- 응? 뭐가?

- 저때문에 고생하시잖아요. 하지 않아도 될 고생도요.

- 뭔소리를 하나했네.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해야 아버지지. 나만 그런거 아냐. 원래 아버지들은 다 그런거야. 흰소리 하지말고 졸리면 너도 야고보 따라 잠이나 자.

그 날 요셉은 아버지의 아들로 자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예수의 고백을 들었다. 후회는 감사가 되었고, 낙심은 용기가 되었다. 그 이후로 요셉은 후회할때마다 다짐했다.

- 난 예수의 아버지다. 아버지란 그런 것이다.




“어이! 뭐하는 거야. 가야바님 말씀 안들려? 빠릿빠릿하게 대답 못하나?”

날카로운 남자의 음성이 요셉을 깨웠다. 회상이 멈추자 다시 찾아온 현실 속에서 가야바는 여전히 요셉을 노려보고 있었다.

“권력과 명예에 취해 신성모독을 일삼는 예수가 너의 아들이냐고 물었다.”

“예, 맞습니다.”

“맞습니다는 틀렸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가 옳지. 다시 묻겠다. 예수가 너의 아들이냐?”

“그렇습니다. 저는 예수의 아버지입니다.”

하찮은 목수출신 예수의 언변에 조롱받았다는 모멸감으로 가득차있던 가야바는 더이상 그의 마음을 품위나 체면이라는 가면에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느낀 모멸감을 감히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꿇고 고개를 조아리지 않는 이 벌레같은 작자에게 전달하길 원했다.

퉤!

아주 능숙한 솜씨로 튀어나온 가야바의 침은 정확히 요셉의 머리에 명중했다. 요셉의 희끗한 머리카락을 타고 가야바의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나 요셉은 여전히 차분했고, 그 모습은 가야바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지금 당장 아들을 잘못 기른 죄를 묻고 싶지만 기회를 주지. 네놈의 아들을 멈추게해라. 다리를 부러뜨리든, 혀를 자르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책임을 지란 말야! 그렇지 못하면 네놈의 가족들 모두 편하게 잠들 곳 하나 없도록 만들어주겠다!”

치밀어오르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가야바는 위엄따위는 내던져버린 채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제사장님은 자녀가 있으신가요?”

“뭐?”

예상치못한 질문으로 공방에는 잠깐이 정적이 일었다.

“아들이나 딸이 있으시냐고 물었습니다.”

“당연하다. 그건 왜 묻는거지?”

“아버지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겪어보셨는지 궁금해서요.”

미천한 목수의 간단한 말 한마디에 가야바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새로운 감정의 분노가 그의 얼굴 위에 잔잔히 펼쳐졌다.

“전 우리 아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다만?”

“아버지에게 정말 많은 기쁨을 선물해준 아들입니다. 그래서 전 우리 아들이 하는 일을 막을 생각이 없답니다. 예수는 저에게 그랬듯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것입니다.”

얼굴을 지나 턱까지 흘러내리는 가야바의 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요셉의 음성에는 단호함이 서려있었다. 가야바가 가져왔던 위엄은 이제 요셉 뒤에서 은은히 펼쳐지고 있었다.

“미친 놈의 아버지답군.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지. 후회하게 될 것이다.”

두툼했던 입술이 얄팍해질만큼 가야바의 얼굴은 이제 소름끼칠 만큼 무시무시하게 보였다. 아들과 아버지에게, 그것도 거지같은 부류가 감히 자신을 모욕했다는 사실에, 가야바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살기를 내뿜으며 그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일이 있고나서 며칠 뒤 요셉은 근처 호숫가에서 발견되었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찢겨진 상처자국들이 그에게 부어진 극심한 분노의 양을 짐작케했다. 쉰 살을 훌쩍 넘긴 신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이었기에 그의 가족과 이웃들이 그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가는 도중 요셉은 야고보의 등에 업힌채 숨을 거뒀다. 자신의 피가 섞인 것도 아닌 장남을 위해, 아버지란 그런 존재라며 묵묵히 헌신했던 사람 요셉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밝은 빛을 내며 인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 시간, 자신을 정죄하려는 바리새인들 앞에서 안식일에 손마른 사람을 고쳐주던 예수는 찢어지는 마음을 담담히 토닥이며 차오르는 눈물을 땀인척 닦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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