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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Feb 05. 2017

오랜만에 본 <터널> 리뷰

생존에 대한 물음

심심해서 네이버에서 <터널>을 다운로드해서 봤다. 첫 번째 보는 건 아니지만 이번엔 좀 <터널>의 담긴 뜻을 알아보고자 하는 취지로 큰 맘먹고 2500원을 내고 다운로드하였다.

이 평론에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유의해주세요!


김성훈 감독의 영화 터널.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하정우, 오달수가 나오는 영화라서 기대하고 보았다. 이 <터널>란 영화는 지금까지 봤던 한국 재난 영화와는 좀 다른 모습을 지닌 영화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다니는 전형적인 재난 영화와 달리 하정우 홀로 무너져 내린 터널 속에서 사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자동차 영업 대리점 과장인 하정우가 딸의 생일을 맞아 생일 케이크를 갖고 집으로 가는 길에 터널이 무너져 갇혀버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하정우의 원맨(?)연기가 시작된다.



미안해요, 꿈꿨어요

잘 만들어진 재난 영화의 특징은 긴박한 순간이 있다가도, 어느 순간엔 그걸 풀어주고, 다시 또 관객들을 긴장시켜주는 밀당을 잘 한다. 계속 위험한 장면만 나온다면 관객들은 쉽게 질릴뿐더러 지쳐버린다. 그런 점에서 <터널>은 코믹 연기의 달인 오달수와 재치 있는 표정 연기와 대사를 하는 하정우를 통해 그런 밀당을 잘 해내었다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아무도 없는  강아지만 있는 무너진 터널 아래 하정우의 원맨 연기 쇼이다. 상황에 따른 하정우 특유의 표정 연기와 맛깔난(?) 욕설은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강아지가 자동차에 있던 케이크를 다 먹어치우자 강아지에게 욕설을 퍼붓는 하정우의 모습은 터널이 무너진 극한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여 고조되어 있던 텐션을 완화시켜주었다.


아저씨...


길진 않았지만 하정우가 터널이 무너진 밑에 깔렸을 때 다른 여성 환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하정우에게 물, 핸드폰을 요구하는데 '아저씨...'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또 어떤 무리한 부탁을 할까라는 괜한 걱정도 같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밉상이라는 생각은 남지현이 핸드폰을 빌려서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할 때 바로 깨졌다. 실제 배우의 나이인 22세와 극 중 캐릭터의 나이는 얼추 비슷한 거 같았다. 이제 막 시작한 사회 초년생. 힘든 취업의 문을 뚫었는데 터널이 무너지다니. 얼마나 슬픈가. 결국 상처가 심해져서 남지현은 결국 죽게 되었는데, 이때 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만약 내가 하정우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더라면, 남지현이 죽었을 때 하정우가 슬퍼한 것처럼 슬퍼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물을 더 아낄 수 있는데 저렇게 까지 슬퍼할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정우처럼 슬퍼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극한의 장소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같은 상황, 같은 처지의 다른 사람을 만나면 매우 반가웠을게 분명하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정신적으로 의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일 것이다. 즉 하정우는 여자의 죽음에 대한 애도도 분명히 있었겠지만 다시 어두운 곳에 혼자 남겨진다는 공포가 더 컸을 수 있다. 



내 아들을 네가 죽였어


과연 사람 한 명 구하는데 피해가 막심하다면 그 구조작업은 올바른 것이라 할 수 있는 건가?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을 본다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적혀있다. 헌법 상으로는 재해피해를 입은 하정우를 구출하는 게 맞으나, 수많은 경제적 피해, 인명 피해는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것인가. 이건 앞으로도 더욱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재밌는 한국 영화를 본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윤리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문제들도 많았고 배우들의 연기 수준 또한 높았던 거 같다. 하지만 개선할 점이라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영화 전개. 거의 우연에 의지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터널>은  성공적인 영화였다. 


매드클라운 동생 조현철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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