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특기란에 적고 싶은 '춤'
초등학교, 고등학교 등등 어딜 가나 한 번씩은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기소개 표. 제일 어려운 관문은 누가 뭐래도 '취미, 특기' 란. 독서나 축구를 쓰자니 너무 식상해 보이고, 다른 걸 적기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도 중학교 때까진 '농구'를 소심하게 적곤 했었다. 하지만 내가 취미 특기란에 적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춤'. 독서나 축구보다 특이하고 뭔가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는 춤은 남들과는 달라지고 싶었던 중2병의 나에겐 딱 안성맞춤이었다.
사실 난 힙합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소위 말하는 '힙 덕후'였다. 힙합 노래라면 한국, 미국 심지어 네덜란드까지 가리지 않을 정도로 다 섭렵했다. 다들 알다시피 힙합 음악 대부분은 비트가 강하고 신나는 클럽풍의 음악들이 많다. 듣다 보면 어깨가 들썩들썩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을 마구 흔들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나오는 몸의 생리적 반응(?) 인지도 모른다. 모든 춤에는 노래가 빠지지 않는다. 노래 없이 추는 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노래들을 몸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은 '춤'을 추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정말 춤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춤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좋아하는 가수들 대부분은 춤을 기가 막히게 추는 고수들 중의 고수들이다. 예를 들어서 난 춤 하나는 완벽한 방탄소년단이라는 보이그룹을 데뷔 초창기 때부터 응원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들은 KPOP을 대표하는 스타 아이돌이 되었다. 지긋지긋한 독서실 책상에서 벗어나서 방탄소년단처럼 신나는 힙합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싶었지만 내 몸과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소심하게 독서실에서 그들의 노래의 안무 버전 비디오만 몇십 번씩 돌려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많아졌다. 일단 대학교 입학 전 겨울, 난생처음 '댄스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학원도 1:1 학원이 아니라 일대 다 학원이라 남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게 당연한 그런 학원이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춤을 춘 기억이라고는 초등학교 학예회 때 췄던 게 다인 난데, 댄스 학원에 가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그렇게 어색하게 학원에 들어가 춤을 겨울 내내 배웠다. 여기서 배웠던 춤은 다름 아닌 '팝핀'. 춤을 처음 배우는 사람치곤 너무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주위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시 봤던 <스텝업>에 꽂혔던 나머지 팝핀을 굳이 배우겠다고 바득바득 우겼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하면 힙합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3000명 앞에서 춤을 추는 도전
대학교에 입학하니 역시 다양한 종류의 댄스 동아리가 있었다. 내가 배운 팝핀, 힙합 댄스 동아리도 있었고, 얼반 댄스(대중가요 안무, 힙합 등등을 추는 장르) 동아리도 있었다. 사실 힙합 댄스 동아리에 가려고 했으나, 대학교에서 만난 좋은 친구가 얼반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자고 유혹해서 발길을 돌렸다. 힙합 댄스도 좋아하지만 방탄소년단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는 것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선택하기도 했다. 이 선택은 나에겐 또 다른 도전이었다.
대학교 동아리다 보니, 대학 행사에 자주 참가했었다. 새내기 때 참석하는 '새내기 배움터'에서 축하 공연도 했었고, 대학교 입학식에서도 축하공연을 했었다. 대학교 입학식 때는 거의 3000명 가까이 앞에서 춤을 춘 것이다. 남들 앞에서 춤을 췄던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피나는 연습 끝에 무사히 대학교 입학식 무대를 마쳤었다.
지금은 한 동안 춤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곧 춤을 다시 출 예정이기도 하다. 춤을 향한 나의 애정은 끝나지 않기 때문에. 댄스 학원도 다시 다녀볼 생각이다. 고등학교 때 잠깐 춤을 배웠다면 이번엔 제대로 배워볼 생각이다. 내가 음악을 계속 사랑하는 한 나와 춤을 뗄 수 없는 그런 파트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노래를 들으면 자동으로 춤을 추고 싶어 지는 데 춤이랑 헤어질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언젠가 '취미, 특기란'에 자신 있게 '춤'이라고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남들이 '특기가 춤이야? 한 번만 춰봐' 했을 때 자신 있게 춤을 출 수 있는 날.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