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7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를 시작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에 다녀왔다.
문화재 관계자들과 관계 기관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회수/전시된 환수 문화제 40여 점마다 사라진 시간의 향기와 아픈 역사의 곡절이 묻어 숨 쉬었다. 덕혜옹주가 입었던 녹색 당의와 붉은색 스란치마에는 당대 조선 최고의 복식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 개인 소장자로부터 직접 구입한 고려 나전칠기 모자합(母子盒,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 작은 합이 들어가는 형태)의 국화와 넝쿨무늬 문양은 시간의 강을 건너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났다. 조선 후기 보병들이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면피갑’은 면 안쪽에 가죽을 겹쳐 만든 갑찰을 이어 붙여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든 갑옷인데, 갑옷 안쪽에 착용자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묵서가 남아있다. 촘촘한 바느질 한 땀 한 땀을 보면서 이 면피갑을 입었던 조선의 병사는 어떤 전쟁을 치르고 어떤 모양의 삶을 살았을지 상상해 보았다.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면피갑을 2017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한국문화재 전수 조사 과정에서 확인하였고,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한 수도원 측이 갑옷을 기증하면서 우리나라로 반환되었다고 한다.
고종이 문서나 법률 및 칙령 등에 사용한 국새 대군주보의 거북 손잡이 문양보다 덕은공주의 사자 모양 손잡이 인장(왕과 왕후의 어보는 거북이 모양 손잡이를, 후궁과 공주의 인장은 사자 모양 손잡이로 만들었다)이 더 멋져 보였다. 깔고 앉은 호랑이 가죽, 단상 의자 아래 깔린 돗자리의 문양, 도포 자락 밑에 손톱과 함께 드러난 손의 모양 등이 세밀하게 묘사된 초상화의 디테일은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문인화가 강세황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정묘했다. 독일 상트오틸리엔수도원에서 영구 대여 방식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 속 작품들을 넋 놓고 바라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 길을 나선 나귀 탄 나그네의 모습'이라는 그림에 눈과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
온라인 게임 업체 '라이엇 게임즈'가 국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의 국내 환수를 위해 10년 동안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오랜 시간 축적된 문화의 힘은 위대하고 영원하다. 당대의 삶을 녹여 시간에 봉인한 문화의 향기를 누리는 체험은 황홀하게 행복하다. 이렇게나 멋진 특별전 전시 관람이 9월 25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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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당의와 스란치마
효종 추상존호 금보
겸제 정선 화첩
면피갑
나전국화, 넝쿨무늬 자합
강세황 초상화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재 환수 활동 내역
덕은공주의 사자 모양 손잡이 인장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 길을 나선 나귀 탄 나그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