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를 꿈꾸며 그리니치 천문대에 다녀왔다는 여행 마지막 밤,
태평양 건너 먼 타지에서 친구가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다른 건 하나도 안 부러운데
와이키키 해변 위에 둥실 떠있는 흰 구름이,
금문교 다리를 가득 메운 짙푸른 하늘이,
사진만 봐도 눈이 부실만큼 콘트라스트가 쨍한 날씨가,
요맘때면 늘 희뿌연 하늘을 보고 살아야 하는
황사 & 미세먼지 공화국 주민에겐 아찔하게 부럽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크고 긴 여행이 될 것 같다며
가족과 함께 모험처럼 떠난 3주간의 미국 여행.
1년 같았을 20여 일의 농축된 시간이 흘러가고
모든 것에 겨우 익숙해질 때쯤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른 친구는
많이 아쉽고 조금은 지쳤을 듯.
그래도 여행은 결국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
돌아와서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를 힘껏 껴안'는 것.
그러다 또 언젠가 익숙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꿈을 꾸는 것.
네가 전송해 준 사진 덕분에 이국의 쨍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날마다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이따금씩 행복했어.
총기 사고 걱정, 소매치기 걱정, 여행 경비 걱정, 팁 걱정하더니
무탈하게 여행 잘 마친 것 같아 다행이야.
네 얘기 전해 들은 친구가 그러더라.
"그분 운 좋네, 오로라도 보고. 그거 아무나 못 봐. 멋지다고 전해 줘."
그래도 이번 여행의 최고 운빨은 날씨인 것 같아.
웰컴! 투 미세먼지 지옥 코리아! ㅋㅋ
#친구네미국여행 #여행은날씨 #날씨가다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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