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리키

(슬픔이 있는 2분 27초)

by 타자 치는 snoopy

원제 'Sorry We Missed You'는 한글 제목 <미안해요, 리키>와 하등 관계없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슨 뜻일까 몹시 궁금했는데 '죄송해요, 우리가 당신을 놓쳤네요'라는 문구는 택배 기사 리키(크리스 히친)의 딸 리사(케이티 프록터)가 고객의 집 문에 붙이는 택배 알림장에 처음 등장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따라잡을 수 없는 도그 트랙의 토끼처럼 자본주의라는 괴물은 언제나 저만치 앞서가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기를 쓰고 발버둥 쳐도 이만치 뒤처진다.


탄광촌 소년의 이야기인 <케스>(1969) 이후에도 켄 로치 영화 속 인물들은 여전히 궁핍하고 팍팍하다. 자본의 노동 소외는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영악하고 악랄해졌다. 시대의 진보는 신기루처럼 멀다. 그래도 이 노장 감독은 여전히 소외된 이들 편에 서서 영화를 찍고 있다. 기교나 꾸밈없이 그저 묵묵히 노동자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보여주고 슬픔, 고통, 자괴, 분노, 답답함 뒤에 오는 먹먹함은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이를 악물고 끝까지 인간의 품위를 지키던 애비(데니 허니우드)가 무너지는 장면에서 나도 함께 무너졌다. '나는 원래 욕하는 사람 아니에요'라는 애비의 대사는 그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지키려던 마지노선이 이제 막 무너졌음을 자책하는 고백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우연히 옆자리 관객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취재 차 부산에 온 언론사 기자들).


너, <미안해요 리키> 봤냐?
네, 선배도 보셨어요?
응. 이 늙은이 아직도 영화 만들어? 하면서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켄 로치는 켄 로치더라. 사정 없이 나를 울리네
아, 저도 죽겠더라고요. 눈물 참느라. 영화 보면서 운 게 얼마 만인지...


영화 보는 게 일이라 영화에 물린 사람들, 감흥이 가뭄의 논바닥처럼 말라버린 기자들마저 울리는 그런 감독이다, 켄 로치는.


작년 12월 12일 PAPER 독자 초청 시사회로 <미안해요, 리키>를 다시 봤다. 2018년 PAPER 시사회 때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를 보았는데 정말 좋았다. 올해는 또 어떤 영화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할지 궁금하다. PAPER 독자 초청 시사회 만세!




미안해요 리키, 슬픔이 있는 2분 2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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